과월호 보기 김경덕 목사 (사랑의교회 교육연구소)
빠르다! 맛있다!
두툼한 깨빵에 얹은 소고기 패티와 치즈, 아삭한 양상추와 새콤한 피클. 양손으로 붙들고 한 입 베어 먹을 때, 온 몸에 흐르는 전율! 종이 봉지에 눌러 짠 케첩을 듬뿍 찍은 프라이드 포테이토와 시원한 콜라까지! 역시 햄버거 세트는 패스트푸드의 절대 지존이다. 치킨집 전화번호를 누를 때면 누구나 하는 고민, 양념이냐 후라이드냐 이것이 문제로다! 쫄깃한 치즈에 버섯과 햄으로 가득 장식한 피자는 또 어떤가! 전화 한통이면 빛의 속도로 안방까지 배달되는 피자여, 그대는 진정한 야식 종결자!
이들 모두를 부르는 이름, 바로 ‘패스트푸드’다! Fast Food. 글자 그대로 ‘빠른 음식’이라는 뜻이다. 빠르다. 게다가 맛있기까지 하다. 정말 환상적이지 않은가!? 패스트푸드는 적은 수의 종업원으로, 많은 수의 손님에게, 빠른 시간 내에, 균일한 맛의 음식을, 싼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한다.
한국 최초의 패스트푸드점은 1979년에 오픈한 롯데리아 1호점.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에 맥도날드가 한국에 상륙함으로써 본격적인 패스트푸드 시대의 도래를 알렸다. 이후 30여년 만에 맥도날드, 롯데리아, 버거킹, KFC, 파파이스까지 일명 패스트푸드계의 5대 천왕이 중심이 되어 대한민국 음식 문화를 뒤바꾸어 놓았다.
대한민국의 속도 신드롬
다이어트와 웰빙 바람으로 최근에는 패스트푸드가 건강의 적으로 여겨져 정크(쓰레기) 푸드라는 오명을 얻고 다소 주춤해진 상태이긴 하지만, 빠르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는 여전히 십대들이 가장 사랑하는 아이템 중에 하나다. 현대인인 우리는 빠르고 편리한 것을 좋아한다.
그게 어디 음식뿐인가! 최신 유행 핸드폰은 3개월만 지나면 구형폰이 되고, 이동 통신사들의 속도 경쟁은 정말 LTE급이다. TV에서는 15초짜리 광고들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유명인이 트위터에 올린 글은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퍼져 나간다. 십대들은 문자를 보낼 때 모음을 찍는 시간조차 아까워 초성 자음만으로 대화한다.
빠른 유행, 빠른 통신, 빠른 의사소통! 그야말로 지금은 속도의 시대다! 현대인들에게 ‘빠른 것’은 멋진 것이고, 가치 있는 것이고, 참 좋은 것이다. 반면, ‘느린 것’은 불편한 것이고 답답한 것이며 나쁜 것이다. 이처럼 모든 것이 빠른 속도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가장 견디지 못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기다림’이다. 그래서 사탄이 크리스천인 우리의 영적 성장을 방해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 역시 ‘기다림’이다.
믿음, 그 느림의 미학
‘왜 기도가 빨리 응답되지 않는 거야!’, ‘왜 내 믿음은 빨리 성장하지 않을까?’, ‘왜 우리 중고등부는 빨리 부흥하지 않는 거지?’ 교회에서조차도 속도에 중독된 영적 조급증 환자들이 늘어가고 있다. ‘구원’은 전자레인지에 돌려 1분 만에 완성되는 즉석 카레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믿음’은 3분 만에 기름에 튀겨내는 냉동 감자튀김이 아니다. 예수님은 30분 안에 응답을 가져오시는 피자 배달원이 아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그렇게 쉽고 빠르게 임하지 않는다. 비가 오기까지 120년을 기다린 노아의 의연함과, 아들이 태어나기까지 25년을 기다린 아브라함의 인내와, 가나안 땅에 도착하기까지 40년을 기다린 모세의 끈기를 배우자. 선택된 모든 민족이 구원을 얻기까지 2000년을 기다리신 예수님의 사랑과 지금도 탕자 같은 우리를 기다리시는 하나님의 인자하심을 믿자. 느리지만 거부할 수 없는 강력함으로 하나님의 역사는 이뤄져 가는 것이다.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어느덧 11월, 시간 참 빠르다. 이제 깊어가는 가을을 느끼며 다가오는 겨울을 준비해야 할 계절이다. 아직 열매가 없다구? 아직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구? 조금만 더 기다리자. 영적 조급증을 이겨내자. 답답하고 초조할지라도 빨리 포기하거나 쉽게 물러서지 말자. 조용한 묵상의 자리에서, 고요한 기도의 자리에서 끈기와 인내를 배우며 그렇게 우리의 믿음은 그렇게 조금씩 자라고 있으니까.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