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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9월

만화 좋아하니?

과월호 보기 김경덕 목사 (사랑의교회 교육연구소)

‘슬램덩크’에서 ‘패션왕’까지
교과서와 절묘하게 겹쳐지는 만화책을 수업 시간에 몰래 넘겨보던 시절이 있었다. 나 역시 학창 시절에 ‘슬램덩크’와 ‘드래곤볼’에 열광했던 십대였다. 오늘날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시대가 되어 만화를 보는 방식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으니, 그 이름하여 ‘웹툰(webtoon)!’
패션왕’, ‘노블레스’, ‘마음의 소리’, ‘갓오브하이스쿨’ 등 청소년들에게 웹툰은 게임 다음으로 화두에 오르는 주제다. 빳빳한 종이 책장을 침 묻혀 넘기면서 보든, 스마트폰을 터치해 가며 보든, 만화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전세대가 사랑하고 누구나 좋아하는 공통의 문화이며 꾸준히 사랑받아 왔다.

 

만화, 무한 상상의 세계
만화의 위대함(?)은 그 스토리가 종이에 그려진 그림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문화 컨텐츠로 변화한다는 데에 있다. 동네 바보로 잠입한 간첩이 주인공인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네이버 웹툰을, 고릴라 야구선수라는 기발한 상상력의 영화 ‘미스터 고’는 허영만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이처럼 요즘의 만화는 문화가 되고, 산업이 되어 시대를 움직인다.
중·고등학교에 불어 닥쳤던 농구 신드롬 뒤에는 역대 최고의 농구 만화 ‘슬램덩크’가 있었고, 디지털 펭귄 ‘뽀로로’는 꼬꼬마들의 대통령이라 불릴 만큼 귀하신 캐릭터가 되었다. 쫄쫄이를 입은 거미 인간 ‘스파이더맨’과 검은 망토 폭주족 ‘배트맨’은 헐리웃의 21세기 영상 기술로 태어난 만화 주인공들이며, 빨간 강철 수트의 까칠한 영웅 ‘아이언맨’도 초록 짐승남 ‘헐크’도 만화에서 탄생한 영웅들이다. 이처럼 만화는 현실을 넘어 또 다른 세상을 만나는 창이며, 자유로운 무한 상상의 통로다. 만화의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혹은 웹툰 창을 닫으며 우리는 중얼거린다. “아! 정말 만화 같은 이야기야!”

 

만화거나 혹은 진리거나
성경은 어쩌면 가장 만화 같은 이야기들의 모음집일지도 모른다. 맹물이 고급 와인이 되고, 개안 수술 없이 시각 장애인이 눈을 뜨며, 수상 스키 없이 물 위를 걷는다. 그뿐인가? 물에 빠진 쇠도끼가 떠오른 이야기(왕하 6:6), 말하는 나귀 이야기(민 22:28)를 우리는 성경에서 만난다. 회오리를 타고 하늘로 사라져 버린 사람의 이야기(왕하 2:11), 해와 달이 하늘에 멈춰 버린 이야기(수 10:13)는 또 어떤가? 정말 신기하면서도 황당해 참으로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우리는 ‘만화 같은 이야기’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성경은 정말 현실적이지 않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 아닌가?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이야기’다. 죄로 인해 끊어진 인간과의 다리를 다시 연결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인간의 역사 속에 들어오신 이야기! 정말 말도 안 되고 비현실적인 이야기 하나 더 들려줄까? 죄 없는 거룩한 하나님의 아들이 가장 큰 죄인에게 내려지는 참혹한 형벌을 묵묵히 받으셨다는 이야기, 결코 죽지 않으시는 ‘신(God)’이신 그분이 피를 쏟아 내시고 죽으셨다는 이야기다. 상상하지 마라!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은 실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이었으니까. 이제 상상하라! 그 만화 같은 십자가 이야기가 앞으로 우리를 통해 어떻게 세상이 바뀔지 말이다.

 

거룩한 상상이 현실로
청소년들이여! 성경 안에서 더 크고 높게 상상하라! 이사야는 포로가 된 민족의 회복을 상상했고, 에스겔은 마른 뼈 더미를 보고 군대를 상상했으며, 느헤미야는 폐허 속에서 견고한 성벽을 상상했다. 선지자들의 상상(vision)을 하나님이 어떻게 이루셨는지 우리는 안다.
오늘날, 청소년들이 살아가는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성경은 답답한 우리의 현실을 타파하는 상상력의 원천이 되어줄 것이다. 그 거룩한 상상은 비전이 되고, 마침내 새로운 현실이 될 것이다. 성경은 결코 만화가 아니니까. 새 학기! 9월이다. 우리, 만화 삼매경이 아닌 성경 삼매경에 풍덩 빠져 보는 건 어떨까? 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