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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아빠, 엄마가 십대에게 해 준 것들

과월호 보기 금동훈 목사 (사랑의교회)

아빠는 해 준 게 많다

“딸! 빨리 일어나. 지각이야!”

벌써 아빠의 알람은 세 번이나 울렸다. 딸아이는 지난밤, 아침 8시에 꼭 깨워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음에도 몰려오는 아침잠을 이길 수 없었는지 여전히 침대를 부여잡고 있다.

아빠, 엄마는 속상하다. 인생을 대충 사는 것 같은 십대의 모습에 마음이 상한다. 그래서 꾹 참다가 한마디를 한다. 

“좀 열심히 하면 안 되겠니?”

물론 십대가 좋게 반응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들이 보인 반응은 생각 이상이다.

“아니, 늦으면 내가 늦지. 아빠가 늦어? 아빠가 나한테 해 준 게 뭐가 있어?”

논리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딸의 반응은 너무 날카로워, 아빠의 마음을 베기에 충분하다. 딸의 차가운 말 한마디에 아빠는 생각한다. 

네가 태어날 때 하나님께 감사했고, 네가 100일이 되기 전에 밤낮없이 울면 나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일어나 기저귀 갈아 주고, 네가 넘어질 때마다 달려가서 일으켜 줬다. 소아과 선생님이 아이들은 소고기를 먹여야 좋다고 해서 한우 안심을 갈아서 먹였다. 

네가 유치원을 졸업하던 날에는 대견한 마음에 사진을 찍어서 온 가족에게 돌렸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네가 친구와 싸워서 울고 있을 때, 나는 한없이 억울하다고 말하는 네 이야기를 하루 종일 들어 줬어. 네가 1박 2일 교회 캠프를 갔다가 한밤중에 무섭다고 울며 연락이 왔을 때는 밤 12시에 차를 몰고 너를 데리러 갔었지. 너와 치킨을 먹을 때, 다리가 먹고 싶다고 해서 나는 싫어하는 퍽퍽 살을 먹으며 네게 다리를 양보했다.

“십대여, 아빠와 엄마는 너희에게 해 준 게 정말 많다!”


I am a Father!

숀 펜과 다코타 패닝 주연, 제시 넬슨 감독의  2001년 작 영화 <아이 엠 샘>을 본 적이 있다. 정신 질환으로 정신 연령이 7살 수준에서 멈춰 버린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다. 정신 연령이 7살에 머문 주인공 샘 도슨은 카페 종업원으로 살아가며 아내가 버리고 간 딸 루시를  온 정성을 다해 키운다. 하지만 루시는 자라면서 아빠 샘이 다른 아빠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사회 복지 기관은 루시를 강제로 다른 가정에 입양시키려고 한다. 

재판까지 벌어지는 상황에 놓이지만, 샘은 포기하지 않고 루시를 데려오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한다. 그리고 법정에서 샘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저는 완벽한 부모는 아니지만… 우리는 서로 사랑합니다!”

발달 이론 인지주의 심리학자인 에릭슨은 그의 발달 단계 이론을 인용해, 성인기(중년기)인 40대 아버지들은 자신의 직업이나 사업 등에 대한 성공에 관심을 갖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성인기의 중기를 넘은 어른들은 수평적 인간관계에서 성숙해, 다음 세대에 대해 넓은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연령대가 된다. 또한 다음 세대가 올바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그들의 문화에 관심을 갖는다. 


내 아들아, 내 아들아!

다윗의 아들 압살롬은 성경에서 외모가 아름다운 인물로 등장한다. 하지만 압살롬은 자신의 누이를 욕보인 암논을 계략을 써서 죽이고, 아버지 다윗에게 반역하기에 이른다. 그의 모습은 “아빠가 나한테 해 준 게 뭐가 있어요?”라는 말과 겹친다. 

압살롬은 철저하게 반역을 준비한다. 결국 다윗은 압살롬을 피해 도망간다. 하지만 압살롬은 전쟁에서 자신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상수리나무에 걸려, 요압의 손에 죽임을 당한다. 

“왕의 마음이 심히 아파 문 위층으로 올라가서 우니라 그가 올라갈 때에 말하기를 내 아들 압살롬아 내 아들 내 아들 압살롬아 차라리 내가 너를 대신하여 죽었더면, 압살롬 내 아들아 내 아들아 하였더라”(삼하 18:33).

반역자가 죽었다. 하지만 다윗에게 압살롬은 반역자 이전에 아들이었다. 아버지 다윗의 피맺힌 외침이 오늘날 십대의 아빠, 엄마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내 아들아 내 아들아! 내가 너를 대신하여 죽었더면….”

아빠, 엄마는 십대에게 해 준 게 너무 많다. 십대는 눈 감는 그 순간까지 내어 주는 부모님의 ‘내리사랑’을 알아야 한다.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