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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3월

엄마, 아빠도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

과월호 보기 금동훈 목사(사랑의교회)

닭이 될 수 없는 병아리

초등학교가 국민학교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유행했던 것 중 하나가 학교 정문 앞에서 팔던 노란 병아리를 키우는 것이었다.

작은 병아리를 가슴에 품고, 어떤 개구쟁이 아이는 고소하게 튀긴 치킨을 상상하기도 했고, 또 어떤 아이는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하고 벌벌 떨고 있는 노란 병아리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느껴 어미가 돼 돌봐 줘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기도 했다. 또 사업에 재능을 보이던 아이는 병아리를 닭으로 키워 염소와 바꾸고, 그 염소를 키워서 송아지와 바꾸고, 그 송아지를 키워 농장과 바꾸고, 그 농장을 경영해서 회사와 바꾸고, 그 회사를 키워서 세계 제일의 갑부가 되겠다는 상상을 친구들에게 침 튀기며 자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병아리들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뒷동산 어딘가에 묻혀 버렸다. 처음으로 죽음을 접한 어린이들은 가슴 시리게 울었고, 그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원망했다.

시간이 지나 아이들은 어른이 됐고, 그 당시 장사꾼 아저씨가 팔았던 병아리들은 모두 병에 걸려 수일 내에 죽을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렇게 작고 예쁜 파스텔톤의 노랑이들은 모두 불량품이었다. 닭이 될 수 없는 불량품!


불량 어른?

닭이 될 수 없는 병아리 같은 여인이 요한복음 8장에 등장한다. 누군가를 사랑했지만, 비뚤어진 사랑의 병을 앓고 있는 이 여인의 이름은 ‘간음한 여인’이다. 사람들은 이 여인을 불량품이라고 말하며 그 누구도 그녀를 지켜 주지 않았다. 그녀가 사랑하고 믿었던 남자들조차 그녀를 떠나갔다.

여인은 다시 시작하고 싶었지만, 더럽혀진 인생을 어디부터 씻어야 할 줄 몰랐다. 하얀 화장품으로 얼굴을 가려도, 진한 향수를 뿌려도 거울을 볼 때마다 비치는 자신의 추악함을 없앨 수 없었다.

어느 누구도 여인의 인생을 살리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사람들은 예수님을 고소하기 위해 이 불쌍한 여인을 이용하려고 했다. 그럼에도 여인은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손에 돌을 쥐고 여인에게 던질 준비를 했다. 여인은 죽고, 예수님은 고초를 당하실 것이 뻔했다. 그때 예수님께서 바닥에 앉으셔서 글을 쓰기 시작하셨다.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간음한 여인을 향해 돌을 던지려고 했던 이들은 예수님께서 쓰신 글을 보고 하나둘씩 돌을 내려놓고 그 자리를 떠났다.

어떤 신학자들은 예수님께서 그 자리에서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지려고 했던 사람들의 이름과 그들의 죄를 적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죄 없는 자만 돌로 쳐라”라는 예수님의 말씀 앞에서 모든 유대인은 불량품이었다. 그리고 오늘날을 살아가는 어른들도 자신이 불량품처럼 느껴진다.


엄마도 엄마가 있었다!

《국부론》의 저자로 유명한 애덤 스미스가 가장 사랑한 자신의 책은 《도덕감정론》이었다. 그는 자신의 묘비명에 책의 제목을 적고 싶어 했을 정도도 이 책을 사랑했다.

그는 이 책에서 인간은 선천적으로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고 이야기한다.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자격을 갖추고 싶다는 것이다. 반대로 미움받는 사람이 되는 것을 매우 두려워한다고 말한다. 사랑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충분히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엄마와 아빠들은 항상 자녀에게 사랑을 쏟고, 어린아이들은 언제나 부모님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며 카드에 삐뚤삐뚤한 글씨를 열심히 적었다. 하지만 그랬던 자녀들은 십대가 되면, 더 이상 엄마와 아빠에게 열정적인 사랑을 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와 엄마는 십대에게 쉴 새 없이 사랑을 퍼붓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것은 무관심의 벽에 막혀 사라지고 만다.

십대도 이것만큼은 꼭 알았으면 좋겠다. 엄마도 엄마를 엄청 사랑해 주던 엄마가 있었고, 아빠도 아빠만 보면 침을 튀기며 칭찬해 주던 아빠가 있었다. 엄마, 아빠도 그들의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