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금동훈 목사 (사랑의교회)
십대, 라떼를 거부하다
“나 때는 말이야!”
요즘 어른 세대와 새로운 세대 사이에서 갈등의 원인으로 나타나는 유행어가 인기다. ‘나 때는 이렇게 했으니 너희도 이 정도는 해야지’, ‘나 때는 시대가 얼마나 어려웠는데, 너희는 이런 시대를 살고 있으니 감사해야 돼.’ 그런데 이 같은 어른 세대의 말은 새로운 세대에게 조언이나 코칭으로 들리지 않는다.
“목사님과 이야기하면 머릿속에 가로등이 하나씩 켜지는 것 같아요.”
2시간 넘게 중등부 친구와 세상에 대해, 사람에 대해, 성경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중에 아이가 갑작스럽게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아이는 지혜로운 어른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면의 어두운 세상이 환해지는데, 그것이 마치 어둠에 갇힌 도시에서 가로등이 켜지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이 얼마나 놀랍고도 고마운 말인가!
그때부터 지금까지 십대는 내게 수많은 영감과 지혜를 주고 있다. 나를 설레게 하는 십대와의 대화는 언제나 즐겁다.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
벨라루스에서 태어난 유대인 심리학자 레프 비고츠키(Lev Semenovich Vygotsky)는, 사람은 지혜자나 훌륭한 교사와 대화하고 상호 작용할 때 인지 발달이 촉진된다는 인지 발달 이론을 주장했다.
특히 아이와 교사 간의 상호 작용은 언어를 통해 나타나는데, 어떤 언어를 쓰느냐가 발달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상호 작용으로서 언어는 단순히 한쪽에서만 강요하는 언어를 말하지 않는다.
단순히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과 교사가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며, 서로에게 배운다는 마음으로 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될 때, 학생의 인지가 발달하고 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때 교사 역시 학생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게 된다.
현대 해석학의 거장인 한스 게오르그 가다머(Hans-Georg Gadamer)는 자신이 갖고 있는 선입견과 역사적 사건이 서로 만나 새로운 세상에 대한 이해를 갖게 되는 것을 ‘지평 융합’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십대와 같은 새로운 세대가 갖고 있는 세상에 대한 이해와 생각이 과거의 역사적 사건이나 글을 만날 때, 그들만의 새로운 생각으로 확장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항상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십대와의 대화는 세상을 새롭게 만들 뿐만 아니라 이 시대에 새로운 소망을 꿈꾸게 한다.
십대와의 대화가 세상을 바꾼다!
“사흘 후에 성전에서 만난즉 그가 선생들 중에 앉으사 그들에게 듣기도 하시며 묻기도 하시니 듣는 자가 다 그 지혜와 대답을 놀랍게 여기더라”(눅 2:46~47).
예수님께서는 만 12세가 되시던 해의 유월절에 부모와 함께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신다. 하지만 예수님의 부모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 예수님을 잃어버리게 되고, 하루가 지난 다음 날 성전에서 랍비들과 대화하고 있는 예수님을 만난다. 랍비들은 예수님께서 하시는 말씀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아마 랍비들은 자신들이 암송하는 구약성경과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 전해 주시는 말씀 사이에서 생각지도, 깨닫지도 못했던 완전한 하나님의 나라와 복음, 세상의 지혜가 되신 예수님을 발견했을 것이다.
“다니엘은 뜻을 정하여 왕의 음식과 그가 마시는 포도주로 자기를 더럽히지 아니하리라 하고 자기를 더럽히지 아니하도록 환관장에게 구하니”(단 1:8).
다니엘과 세 명의 친구는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 온 십대였다. 그들에게 살아남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다. 하지만 다니엘과 세 친구는 단순히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소망했다.
그들은 하나님 앞에서 정결하기를 소망하며 우상 앞에 놓였던 고기와 포도주를 거부한다. 그리고 자신들을 감시하는 환관장에게 채식과 물만 먹을 수 있도록 요청한다. 환관장은 거룩하고 구별된 십대인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하나님의 능력을 발견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세상의 것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나님을 사랑하며,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기를 소망하는 것으로 만들어진다. 십대는 이 세상의 소망이다!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