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금동훈 목사 (사랑의교회)
믿음이 가시가 돼 목에 걸리다
“목사님! 저 요즘 믿음이 약해졌나봐요! 제자훈련을 받고 리더훈련까지 받았지만 자꾸 의심이 생겨요. 어떡하면 좋아요?”
“목사님, 예수님이 안 믿어져요. 정말 계시다면 이럴 수는 없어요.”
많은 십대에게 믿음이 가시가 돼 목에 걸렸다. 삼키려고 밥을 먹고, 김치를 먹어도 여전히 불편한 작은 믿음의 가시는 삼켜지지 않는다. 너무 불편해 뱉으려고 해도 소용이 없다. 손가락을 입에 넣어 빼려 해도 작은 가시는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십대는 작은 믿음이 너무나도 불편하다. 어른들이 말하는 믿음을 갖고 담대하게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데, 여전히 십대의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의심들이 발목을 잡는다. 다른 친구들처럼 예배 시간에 찬양과 설교에 집중하고, 들은 말씀처럼 살고 싶은데 집과 학교, 학원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은혜롭거나 감동적이지 않다. 그래서 십대는 혼란스럽다. 그 혼란은 다시 가시가 돼 십대의 삶에 박혀 있다.
베드로도 의심했다!
예수님께서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로 오천 명을 먹이신 그날 밤, 암흑의 바다 위에 한 척의 배가 떠 있다. 그 안에는 제자들이 타고 있었다. 그런데 하얀 물체가 바다 위를 걸어서 배 쪽으로 다가왔다. 유령이 나타났다고 생각한 제자들은 소리를 지르며 두려워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안심하거라! 나다! 너의 스승 예수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예수님의 말씀에 제자들의 두려움은 안심으로 변했다. 고요해진 배 안에서 베드로가 믿음이 충만하게 소리쳤다.
“만일 주님이시거든 나를 명하사 물 위로 오라 하소서 하니”(마 14:28).
주님의 허락과 함께 베드로는 바다로 뛰어들었고, 물 위를 걷는 기적을 경험했다. 배 위에 있던 제자들도 이 장면을 지켜봤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베드로는 거센 바람에 일렁거리는 파도를 보고는 무서워 바다에 빠지고 말았다.
“예수께서 즉시 손을 내밀어 그를 붙잡으시며 이르시되 믿음이 작은 자여 왜 의심하였느냐 하시고”(마 14:31).
예수님께서는 의심하며 바닷속으로 빠진 베드로의 작은 믿음을 꾸짖으셨다. 베드로는 물 위를 걷는 기적을 경험했고, 눈앞에 예수님이 계셨다. 하지만 그런 그도 의심했다. 그래서 참 다행이다.
십대는 모든 것이 의아하고, 의심스럽다. 자신이 보고 만지며 좋아하고 감동하는 것들 외에는 모든 것이 의심스럽다. 베드로는 바람에 일렁이는 파도에 의심이 생겼지만, 십대는 바람처럼 흔들리는 감정을 따라 모든 것을 의심한다.
예수님, 사랑해요!
이제 막 중학교 2학년이 된 남자아이가 눈물을 흘리며 입을 뗀다. “목사님,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짧은 그 한마디가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많은 죽음이 있지만 어린 십대의 가슴 아픈 이별은 감당하기 힘들 만큼 그를 힘들게 한다. 먹먹한 마음으로 장례식장에서 그 아이를 다시 만났다. 그날따라 왜 그리 날씨가 좋던지 따뜻한 햇살이 밉게 느껴졌다. 빈소에 덩그러니 앉아 있던 아이의 옆에 앉아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서로 몰랐기 때문이다. 얼마 후, 내가 먼저 입을 뗐다. “하나님께 편지 좀 써 볼래?”
아이는 아버지의 장례식을 마치고, 며칠 후 편지 한 통을 가지고 왔다. 아버지와 함께 지냈던 15년을 편지에 가득 채운 아이는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엄청난 사건 앞에서 충분히 예수님께 따질 수 있었다. 예수님을 거부하고, 의심하고 도망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편지에서 의심이라는 단어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적어 내려간 수많은 단어들과 아빠를 잃은 엄마와 여동생에 대한 걱정이 한데 뒤섞여 읽는 이의 가슴을 저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편지 말미에는 하나님을 향한 믿음의 고백이 새겨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 사랑해요.” 아이의 고백이 여전히 내 귓가에 남아 소리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믿음이 아이의 마음속에 자라난 것이다. 이 믿음이 모든 십대의 마음에도 자라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