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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6월

아빠, 엄마를 도와줘!

과월호 보기 금동훈 목사 (사랑의교회)

아빠, 엄마가 뿔났다

‘가족에게 소외받고 돈 벌어 오는 자의 비애와 거대한 짐승의 시체처럼 껍질만 남은 권위의 이름을 짊어지고 비틀거린다. 집 안 어느 곳에서도 지금 그가 앉아 쉴 자리는 없다. 이제 더 이상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내와 다 커 버린 자식들 앞에서 무너져 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한 남은 방법이란 침묵뿐이다.’

1992년 가수 고(故) 신해철은 “아버지와 나 PartⅠ”이란 노래로 아버지의 모습을 묘사했다. 노래라기보다는 중저음 목소리로 음율에 맞춰 가사를 읊조렸다고 표현하는 게 적절할 것 같다. 그래서인지 가사를 통해 느껴지는 아버지들은 외롭고, 처량하고, 슬펐다. 아니 위태로웠다. 

“자식이 얼마나 무거운 십자가인지… 넌 모르지… 부모가 아니니까.”

2008년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 엄마 역할을 맡았던 김혜자 씨가 했던 명대사다. 이는 성인이 됐지만, 여전히 엄마 품을 떠나지 못하고 속을 썩이는 자녀들을 향한 울분이자, 엄마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자녀들에 대한 선전 포고였다. 중년기의 엄마는 위험하다.


중년기, 변화의 시작

심리학자 칼 융은 중년기를 가리켜 인간의 발달 단계 중, 최고의 경지에서 점차 하강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이 시기에는 피부에 주름이 생기거나 배가 나오고, 심리적으로 우울감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발달심리학자 에릭슨은 중년기에 중요한 것은 ‘생산성’이라고 말한다. 생산성이란 쉽게 말해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을 의미한다. 가족들을 위해 일하고, 직장이나 사업장 주변의 사람들에게 능력을 인정받을 때 아빠들은 자존감이 올라간다. 최근에는 가족을 부양하는 것을 넘어 자녀들과 속 깊은 대화나 가족 모임, 활동, 여행을 통해 만족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중년의 엄마들이 만나게 되는 어려움은 바로 ‘갱년기’다. 신체의 노화 현상과 더불어 갑자기 흥분을 하거나 얼굴에 홍조가 생기기도 하고 두통, 현기증, 이명, 불면증을 겪는데, 이것을 ‘갱년기 증후군’이라고 한다. 그래서 갱년기에 들어선 엄마들의 감정은 무섭게 변한다. 인자했다가 어느 순간 돌변해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신체 온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좋지 않아서 추운 날씨에 땀을 흘리거나 더운 상황에서 추위를 느끼기도 한다. 

갱년기 증후군은 아빠들에게도 나타나는데, 우울감 때문에 무기력증에 빠져 소파에 앉아 한숨만 내쉬기도 한다.

중년기는 분명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다. 그리고 갱년기를 맞은 아빠와 엄마에게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십대의 도움이 필요한 아빠, 엄마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창 2:24).

하나님께서는 가장 최소의 공동체로 가정을 창조하셨다.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만드시고, 남편과 아내가 함께 팀워크를 맞춰 가기 원하셨다. 가정 안에서 자녀들은 부모를 공경해야 한다. 하지만 이 말씀에는 십대가 부모님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말하노니 너희가 다 마음을 같이하여(harmony) 동정하며(sympathetic) 형제를 사랑하며(love) 불쌍히 여기며(com-passionate) 겸손하며(humble)”(벧전 3:8).

성경은 서로 마음을 조화롭게 하고, 동정하며,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며, 겸손함으로 공동체를 이뤄 가라고 말한다. 이 말씀은 아빠, 엄마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가족 모두에게 주신 말씀이다. 

아빠, 엄마는 자녀들과 함께 마음을 같이하고, 자녀들을 불쌍히 여기고,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겸손히 자녀들을 대해야 한다. 자녀들은 부모에게 순종해야 한다. 


십대는 과연 얼마나 많이 아빠, 엄마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을까? 소파에 앉아 한숨을 쉬는 아빠를 위로하기 위해 부드러운 말을 건네 본 적이 있는가? 갑작스럽게 찾아온 갱년기 증후군으로 땀 흘리는 엄마에게 다가가 엄마의 마음을 만지는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본 적이 있는가? 지금 아빠는 위태롭고, 엄마는 위험하다. 부모님에게는 십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