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금동훈 목사 (사랑의교회)
어른들도 꿈이 있었다
어른들은 70년대 후반에 <로봇트 태권V>를 보며 악당으로부터 세상을 지키고 싶었고, 80년대 방영했던 <말괄량이 삐삐>를 보며 가난하지만 꿈과 희망을 꿈꿨다. 그리고 90년대 초반에는 <키다리 아저씨> 만화를 통해 세상의 모든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부 천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이것들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의를 외치고 싶지만, 당장 직장에서 일자리를 잃어버릴까 노심초사하는 것이 현실이다. 키다리 아저씨가 돼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지만 자녀들의 학원비, 교통비, 용돈, 책값에 기부는 고사하고 빚만 늘어 간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일찍 퇴근한 날, 아이들은 친구들과 PC방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어느 주말 아이가 좋아하는 반찬을 식탁에 올리기가 무섭게 라면을 끓이는 아이에게 서운하다. 때로 어른들은 십대가 당황스럽고, 불편하다. 어른들도 어른이 처음이라서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우리도 잘하고 싶다!
십대인 ‘청소년(靑少年)’은 어린이와 어른의 중간 시기이다. 청소년의 ‘청(靑)’은 ‘푸르다’, ‘젊다’라는 의미로 ‘젊은 소년’을 뜻한다. 하지만 성장이나 발달 단계에서 본다면, ‘젊은 어른’의 의미가 더 적당하지 않을까? 십대는 ‘성숙한 어린이’가 돼 가는 게 아니라 ‘젊은 어른’으로 성장해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발달 과업 이론으로 잘 알려진 헤비거스트(Havighurst)는 청소년 발달 과업을 자아 정체성 형성, 사회적 역할 획득, 독립 과업 성취, 윤리적 체계 획득으로 나눴다. 이 과업은 가족과 공동체, 또래집단에서 새로운 관계들을 만들어 가면서, 자신에 대한 질문과 부모로부터 독립을 원하는 욕구 등을 갖는다. 즉 십대는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 감과 동시에, 사회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는 욕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들을 혼자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도움이 필요하다.
또한 헤비거스트는 중년기 어른의 발달 과업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어른들은 자녀를 책임감 있고 행복한 성인이 되게 하는 것과 성인으로서 시민의 의무를 다하고, 사회적으로 자신의 직업을 인정받고, 늙어 가는 부모님을 돌보는 과업을 갖고 있다. 그래서 젊은 어른이 돼 가는 십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 원한다. 십대가 어른들의 손을 잡고 그 삶을 인정해 주고 사랑해 준다면 어른들은 온 힘을 다해 십대를 도울 것이다.
하지만 어른도 어른이 처음이다. 약해지는 체력과 예전 같지 않은 건강이 어색하고 불편하다.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던 거대한 포부는 세상에게 선택받지 못했다는 박탈감에 사라져 버렸다.
어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유대인은 만 12~13세가 되면 성인식을 치른다. 이 전통을 남자는 ‘바르 미쯔바(Bar Mitzvah)’, 여자는 ‘바트 미쯔바(Bat Mitzvah)’라고 한다. ‘미쯔바’는 계명이란 뜻으로, ‘계명을 따라 사는 아들과 딸’이라는 의미다. 성인식의 진정한 의미는 독립한 한 사회의 인격체로 그를 인정하고 십대에게 독립심과 책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자녀의 성인식을 위해 부모는 세 가지를 준비해야 한다. 첫째, 십대인 자녀가 성인식 당일에 유대 회당에서 연설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십대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영향력을 경험하게 된다. 둘째, 자녀의 지혜를 위해 여행을 준비하는 것이다. 유대인은 여행을 통해 지혜를 얻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셋째, 성인으로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경제’에 대한 개념과 실제를 가르친다. 그리고 성인식 당일에 큰 돈을 십대에게 맡긴다.
이것들을 유대인 어른들이 혼자 준비할 수 있을까? 아니다. 유대인 어른들은 혼자가 아니다. 공동체가 함께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어른들은 철저하게 혼자다. 처음 겪어 보는 중년이 어색하고, 무엇을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철없는 어른들은 꾸역꾸역 버텨 내고 있다. 어른들도 조언이 필요하고 십대의 사랑과 이해가 필요하다.
십대여, 어른들에게 시간을 좀 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