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금동훈 목사(사랑의교회)
자유를 잃은 어른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바닷가에서 타조가 뛰어다닙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펭귄들이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사람들을 보면서 손을 흔들어 준답니다.”
이 말을 듣는 십대들의 엄마, 아빠는 눈이 반짝거린다. 그리고 말한다. “정말요? 와~대박이네요. 저도 언젠가 자유로워지면 그곳으로 떠나고 싶습니다!”
십대의 부모에게 남아공의 바닷가에서 뛰노는 타조와 타오르는 해변에서 일광욕을 하는 펭귄 사진을 보여 주면 반응이 재미있다. 엄마는 동화 속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돼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한다. 아빠는 《톰 소여의 모험》 속 인물이 된 듯하다.
1980년대만 해도 해외여행을 떠나는 게 쉽지 않았다. 미국에 가려면 정부 기관에 가서 안보 교육을 받아야만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다. 2022년 현재 대한민국 국민은 비자 없이 190개국을 방문할 수 있게 됐다. 마음만 먹으면 가고 싶은 나라로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
그러나 발목을 잡는 것이 있으니, 바로 현실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노동으로 보내야 하는 이 나라의 부모들은 자유를 잃었다.
엄마와 아빠는 무죄!
《이런 줄도 모르고 엄마가 됐다》,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내가 들어 보지 못해서, 아이에게 해 주지 못한 말들》 등 어른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책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분명 부모들은 자녀에게 더 많은 것을 물려주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일했다. 하지만 남은 것은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이 누적돼 무기력해지는 번아웃 증후군이다.
왜 그런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세상은 자꾸 부모들에게 “당신은 부족합니다. 당신은 아직 더 배워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부모들은 어느 날 죄인이 됐다.
19세기 독일의 세계적인 천재 법학자로 이름을 알린 요한 하인리히 프리드리히 칼 비테는 미숙아로 태어났다. 당시 목사였던 그의 아버지는 자녀 교육에 사명을 품고, 아들이 위대한 인물로 성장하는 것을 도왔다.
칼 비테는 9세에 6개 언어에 통달했고, 10세 때 라이프치히대학교에 입학했으며, 13세에 독일 기센대학교에서 철학 박사를 받아 세계에서 가장 어린 박사 학위 소지자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훗날 그의 아버지는 《칼 비테 교육법》을 저술했다. 이 책은 “부모는 더 넓은 세계를 만나는 문”이라고 말한다.
아버지 칼 비테는 부모라는 어른이 어떤 모습으로 서 있어야 하는지를 말해 준다. 자녀에게 넓은 세계로 통하는 관문이 ‘부모’라면, 어른들은 부모가 되기 위해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해야 한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자녀들이 만나고 싶은 ‘어른’은 꼭 위대하거나 대단한 부모가 아니다. 그저 함께 울고 웃고, 함께 먹으며, 옆에서 함께 숨 쉬는 엄마, 아빠일 것이다. 자녀에게 잘못이 있더라도 자녀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 주는 부모다.
부모의 삶 속으로 자녀를 초대하라
“네 부모를 즐겁게 하며 너를 낳은 어미를 기쁘게 하라”(잠 23:25). 잠언 기자는 지혜의 기준을 부모에게 둔다. 아빠로서 가장 설레며, 삶에서 자유가 시작되는 시간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다. 현관문을 여는 소리에 달려 나오며 외치는 자녀들의 환호성은 기쁨 그 자체다. 이는 아빠가 이 땅에서 천국을 경험할 수 있는 통로이며, 세상의 억압에서 해방되는 자유다.
성경은 계속해서 부모에게 마음을 쏟으라고 말한다. 아버지의 말씀, 곧 지혜의 말씀 안에서 살아가라는 것이다. 그 지혜는 아빠, 엄마가 평생을 살아온 삶의 여정 가운데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다.
그렇기에 십대는 부모님의 삶 속으로 여행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부모는 자신의 삶으로 자녀를 초대해야 한다. 어른에게 자유함을 줄 수 있는 십대와 함께 인생을 나눠야 한다. 어른이라서 혼자 다 감당할 필요는 없다. 부모에게는 자녀들의 응원과 환영이 필요하다. 인생이라는 모험에서 자녀는 때로 어른의 길잡이요, 힘의 원천이 된다. 이제 함께 여행을 떠날 때다. 십대여! Shall we go on a trip toget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