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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부모의 믿음이 십대를 행복하게 한다

과월호 보기 금동훈 목사 (사랑의교회)

대체 넌 누구냐?

“목사님, 저희 아이가 일로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서 집안일을 하고 동생들을 돌보기 때문에 매번 학교에 지각한다고 학교 선생님한테 전화가 왔어요.”

나를 찾아온 십대의 엄마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매일 제시간에 자녀를 학교 앞에 내려 주는데, 매일 지각을 한다는 선생님의 말에 엄마는 할 말을 잃었다.

엄마는 십대가 어렵다. 부모님은 자꾸 변해 가는 십대의 모습에 왠지 모를 낯선 느낌을 받는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나타난 불신과 그 사이에 벌어진 상처는 아물 줄을 모른다. 말과 행동이 다른 십대의 모습은 날카로운 칼날이 돼, 엄마와 아빠의 마음을 벤다.


칭찬에 인색해진 부모님?!

인종과 문화, K-컬처 강의로 유명한 펜실베이니아 주립 대학교의 샘 리처드 교수는 그의 강의에서 미국 학생과 한국 학생의 학교 성적과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에 대해 설명했다. 미국 학생은 중간 순위의 점수를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하는 반면, 한국 학생은 매우 높은 점수임에도 부끄러워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사람의 태도에서도 볼 수 있다. 한국인은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해 자신을 낮추고 다른 사람들에게 겸손한 모습을 보여 주며, 자신이 부족한 것에 집중하는 자기 계발을 통해 성공한다. 반면 미국인은 자신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자신의 강점에 집중해, 자신의 가치와 자존감을 높이는 모습으로 성공하는 삶을 산다.

이런 문화적 차이는 특히 부모를 통해서 나타나게 되는데, 미국인 부모는 자녀가 작은 일을 해냈을 때도 자녀에게 많은 칭찬과 격려, 응원을 해 준다. 반면 한국인 부모는 강력한 지지나 응원보다는 못하는 것, 부족한 부분에 대해 보다 많은 노력을 요구하곤 한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존재하는 강한 지지와 응원, 칭찬은 서로의 유대 관계를 강하게 해 준다. 그렇다면 한국 문화 속 인색해진 격려와 칭찬이 부모와 자녀 사이에 보이지 않는 불신과 상처를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사실 부모님은 자녀가 어릴 때 무한한 사랑과 지지, 칭찬 세례를 퍼부었다. 막 한 살이 된 자녀가 기어다니다가 처음으로 걷기 시작하면, 부모는 자녀가 훌륭한 운동선수라도 된 것처럼 기뻐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 1 더하기 1은 2라고 말했던 그때는, 집안에 천재가 나왔다며 자랑을 했다.

그런데 이제 그런 부모님은 사라졌다. 십대에게 쏟던 칭찬과 격려, 사랑의 언어들은 사라지고, 인색한 세상보다 더 인색한 모습을 보이는 부모님은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


어른도 시간이 필요하다!

중년이 된 부모와 십대 사이에는 어쩔 수 없는 간격이 있다. 엄마, 아빠는 사춘기에 들어서 몸도 마음도 빠르게 성장하는 자녀가 낯설다. 엄마, 아빠는 빠르게 변하는 자녀에게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부모님에게도 교육이 필요하다. 사랑하는 자녀를 나의 아기가 아니라 나의 친구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과 교육이 필요하다. 자녀의 강점을 함께 찾아 주고, 약점을 함께 나눠질 수 있는 동지가 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자녀의 자존감은 어떤 행위나 모습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삶과 앎으로 이야기하고 보여 줘야 한다.

“또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라”(엡 6:4).

예수님께서는 자녀들을 노엽게 하지 말라고 말씀하신다. 오직 주의 교훈과 훈계로 자녀를 양육하라고 하신다.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는 다르다. 자녀들은 어른 세대와 다른 길을 택할 것이고, 더 멋진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이다. 부모님은 그것을 믿지만, 여전히 말만 앞서는 십대에 대한 의심이 있다. 그 의심이 자녀를 분노하게 하고, 상처받게 한다.

십대는 자신의 꿈과 비전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것이 지금은 황당하고, 신뢰가 가지 않아도 괜찮다. 어른들의 생각으로 자녀의 꿈을 재단할 때, 자녀는 상처받고 자존감이 무너진다. 어른들은 십대의 허황돼 보이는 꿈조차 믿고 지지해 줘야 한다. 어른들의 믿음이 십대를 행복하게 할 것이다.

그런데 십대여! 이 믿음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십대를 마음껏 믿어 줄 수 있는 그 너른 마음을 만드는 시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