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김경덕 목사 (사랑의교회 주일학교 디렉터)
Mother’s Day
카네이션 바구니나 화분이 전부가 아니다. 카네이션 디퓨저, 카네이션 부토니에, 카네이션 액자까지. 다양한 종류는 좋은데 뭐 이리 비싼지…. 어느새 어버이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카네이션을 고르려니 허리가 휘청~한다. 종이접기 가내수공업으로 충분한 초딩 동생과 알바 시급 받아 지갑 빵빵한 대딩 누나가 유독 부럽다. 그래도 늘 받기만 하던 엄마, 아빠에게 뭔가 해 드릴 수 있다는 생각에 맘이 뿌듯해지는 이날은 어버이날!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나라 사람들이 선정한 가장 아름다운 영어 단어 1위가 “Mother”라더라. ‘엄마’라는 말은 뭔가 가슴 뭉클하게 하는 힘을 가졌다. 나의 보호자, 나의 친구, 어느 날은 나의 코디, 또 다른 날은 나의 선생님이며, 나의 상담가인 우리 엄마. 나를 가장 이해하는 사람이면서 나에게 가장 많이 화내는 사람, 나랑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사람이면서 나랑 가장 많이 싸우는 사람, 나랑 가장 친하지만 나랑 가장 어색한 사람, 가장 편하면서 가장 부담되는 사람, 가장 오랫동안 내 곁에 있길 바라는 사람이면서, 언젠가 반드시 떠나야 하는 사람. 그 이름 ‘엄마’다.
어머니 마리아
“내가 아기를 가졌다고? 내가 엄마가 된다고?” 마리아는 결혼도 하지 않은 자신이 아기를 가졌다는 어처구니없는 사실을 알게 된 가난한 소녀였다. 그녀는 세상을 구원할 특별한 아기가 태어날 것이라는 구약성경의 오랜 예언을 믿었고, 그 예언이 자신에게 임한 것을 잠잠히 받아들였다. 베들레헴 마구간에서 아기가 태어났을 때에도, 성전에서 열두 살 된 아들을 잠시 잃어버렸을 때도, 포도주가 떨어진 난처한 결혼식장에서도, 골고다 십자가 언덕에서도 마리아는 끝까지 예수님의 어머니였다.
“여자여 보소서 아들이니이다.” 십자가의 마지막 순간에 어머니에게 건넨 한마디에는 어머니를 향한 아들 예수님의 애틋한 마음이 담겨 있다. 마리아는 성인도 아니고, 조각상을 만들어 숭배할 대상은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마리아는 세상에서 가장 순결하고 가장 겸손하며 가장 헌신적인 어머니였다. 그 어머니 마리아의 모습에서 우리는 초월적인 사랑을 배운다.
아기를 살리기 위해 갈대 상자에 넣어 강물에 던진 요게벳, 알코올중독자로 오해받을 만큼 지나칠 정도로 간절히 기도했던 한나, 이들은 모두 어머니였다. 상식을 깨뜨리는 사랑, 편파적이고 지나친 사랑, 어떤 이론과 학술로도 설명할 수 없는 사랑. 이처럼 이해하기 힘든 어머니의 사랑은 유난히 하나님의 사랑과 닮았다. 죄인임에도 사랑하시고, 약할 때에도 사랑하시고, 무너졌을 때에도 여전히 사랑하시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랑은 어쩜 그렇게 엄마의 사랑과 똑같을까?
핸드폰에 찍힌 엄마의 부재 중 메시지를 보고도 모른 척 하는 우리, 애써 차려주신 아침 밥상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나가 버리는 우리, 연락도 없이 늦는 날에는 잠 못 들고 기다리고 계신 것을 알면서 인사도 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우리. 우리를 향한 엄마의 짝사랑은 얼마나 더 계속돼야 할까?
다 주니까 어머니다
태어나기 전에 탯줄로 엄마와 연결돼있던 우리는, 태어난 후에도 엄마와 연결돼있나 보다.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서 엄마를 만들었다’라는 멋진 말처럼, 언제나 내 곁에서 나와 함께해 주시는 우리 엄마.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엄마,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엄마, 매일 기다리고 매일 참아 주는 엄마.
그런데 생각해 봤니? 지난날 언젠가 엄마도 엄마의 부모님에게 꽃처럼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딸이었으며, 과거의 어느 날엔 한 남자를 잠 못 들게 했던 꽃보다 아름다운 여인이다는 것을 말이다. 때로 엄마가 여자로서의 자존심과 어른으로서의 권위를 포기하는 이유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엄마가 자존심보다 더 지키고 싶어 한 것이 바로 나라는 사실을 우리가 너무 늦지 않게 깨달았으면 좋겠다.
올해도 어김없이 어버이날이 온다. 아껴둔 용돈을 꺼내 카네이션과 선물을 사자. 이날만큼은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하니까! 우리 엄마는 하나님께서 지으신 온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요,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최고의 선물이니까. 그리고 미안함과 고마움과 사랑의 무게만큼 꾹꾹 눌러 편지를 쓰자. “사랑해요, 엄마!”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