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김경덕 목사 (사랑의교회 주일학교 디렉터)
전 세계가 기뻐하는 지구촌 축제
성탄의 아침, 영국인들은 여왕이 보내는 성탄 메시지를 TV로 시청한 뒤 칠면조 구이를 먹는다. 베네수엘라에서는 크리스마스 아침이면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교회까지 폭풍 질주를 한다. 독일에서는 크리스마스 축제가 시작되는 12월 6일 전날 밤, 아이들의 신발 안에 선물을 넣어 준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창가에 촛불을 켜고 창을 열어 둔다. 아기 예수를 낳기 위해 마구간을 찾아 헤매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란다. 네덜란드에서는 산타 할아버지가 백마를 타고 온다는 전설을 따라, 흰말을 타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산타 코스프레를 한다. 한여름에 크리스마스를 맞는 아르헨티나에서는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펠리스 나비다드’(Feliz Navidad)를 외치고 하늘에 축포를 쏘며 소원을 말한다. 아프리카 콩고에서는 전나무 대신에 야자나무로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고 소울 넘치는 아프리카 리듬에 맞춰 춤추며 가장행렬을 한다.
문화에 따라, 날씨에 따라, 종교에 따라, 각각 모습은 다르지만 그렇게 지구촌 온누리에 크리스마스의 계절이 왔다!
산타가 뿔났다
산타클로스는 빨간색 깔맞춤 레깅스를 입고 선물을 나눠 주는 배불뚝이 털보 할아버지가 아니다. 270년에 살았던 세인트 니콜라스(Saint Nicholas)라는 사람은 넘사벽의 자선가였다. 남몰래 많은 선행을 베풀었던 그분의 이름에서 산타클로스(Santa Claus)라는 이름이 유래됐다. 빨간 옷과 흰 수염의 복장은 1931년 미국의 해돈 선드블롬(Haddon Sundblom)이 코카콜라 광고에 그린 그림에서 유래한 것이다. 실존 인물의 삶에 사람들의 상상이 더해져 탄생한 캐릭터 산타클로스는 크리스마스의 마스코트처럼 돼 버렸다.
“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누가 착한 아이인지 나쁜 아이인지….” 이 협박성 가득한 노랫말에 움찔해 양말을 걸어 두고도 잠 못 들던 꼬꼬마 시절을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또 한 학년씩 올라가게 되는 12월의 끝자락에서 만나는 크리스마스는 정말 환상적인 타이밍이다. 그러나 이날의 주인공이 산타가 아니라 예수님이라는 것을 안다면, 우리의 관심은 더 이상 첫눈이나 선물, 데이트가 아닐 것이다. 그리스도인인 우리에게 크리스마스는 어떤 의미일까?
크리스마스 is Everything
크리스마스는 노래다. 아기가 태어날 것이라는 천사의 예언이 이뤄진 것을 기뻐하는 마리아의 노래요, 온 하늘에 울려 퍼진 천사들의 노래며, 마구간에서 아기 왕을 만나고 돌아가며 부르는 목자들의 노래요, 온 세상 교회와 성도들이 부르는 경배와 축제의 노래다.
크리스마스는 기적이다. 결혼하지 않은 여인의 몸에서 태어나신 출생이 기적이고, 아기들을 모조리 죽이려 한 헤롯의 위협에서 아기 예수를 지키신 하나님의 섭리가 기적이고, 내비게이션도 없이 별을 따라서 머나먼 페르시아에서 유대 땅 베들레헴까지 찾아온 동방박사들의 여행도 기적이며, 메시아 탄생에 대한 구약성경의 모든 예언이 빠짐없이 이뤄진 것이 기적이다.
크리스마스는 나눔이다. 이 땅에 오신 예수님께서 그분의 몸과 피를 우리에게 나눠 주신 것처럼, 예수님께서 그분의 생명을 우리에게 거저 주신 것처럼, 우리가 가진 것으로 이웃들과 함께하고자 하는 성도들의 가슴 따뜻한 나눔이다. 그래, 크리스마스는 모든 것이다! 베들레헴 마구간에 오신 예수님은 우리의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이신 예수님께서 인간의 역사로 들어오신 이 놀라운 날은 우리의 모든 것이다. 하얀 눈이 내려와 모든 것을 덮어 주길 바라는 용서의 날,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을 선물에 담아 전하는 사랑의 날, 내 마음속 빈 구유에 아기 예수님을 모셔 들이는 경배의 날, 오늘은 크리스마스다!
귀마개에 벙어리장갑을 끼고 밤새 새벽송을 돌고 교회에서 성탄의 아침을 맞이하던 그 시절 십대들은 이제 어른이 돼 옛 성탄절을 추억한다. SNS로 움짤 성탄 카드를 보내고, 백화점 트리 앞에서 손가락 하트 인증샷을 찍어 단톡방에 올리는 오늘의 십대들도 이렇게 성탄의 추억을 쌓아 간다. 그렇게 예수님 오신 날을 기뻐하는 온 세상 교회들과 그리스도인들은 머지않아 주님께서 다시 오시는 날을 감격스럽게 맞이할 것이다.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아직 응답되지 않은 기도제목이 있고, 아직 풀지 못해 찜찜한 친구와의 관계도 있고,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아서 용서하지 못한 사람도 있고, 아직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 있는 상처도, 아쉬움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 오늘은 크리스마스니까.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