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방선주 기자
맑고 경쾌한 로스팅 소리와 함께 향긋하게 밀려오는 커피 향기, 생크림이 가득 올라간 디저트의 달콤함과 내 취향에 딱 맞는 감미로운 음악까지. 생각만 해도 행복해지는 것 같지?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공부를 하기 위해,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등 각자가 카페를 찾는 이유는 다르지만, 이제 카페는 현대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 됐어. 이번 달 <큐틴>은 카페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 주는 주인공인 바리스타를 만나봤어.
정지은 바리스타는 박사 과정으로 커피 산업을 전공하고 WBC(World Barista Championship) 심사위원 및 통역,
백석예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과 출강을 했으며, 현재 분당 정자동 카페거리에서 카페 ‘dorea’를 운영하고 있다.
카페 이름이 특이한데 ‘dorea'는 무슨 뜻인가요?
제가 다니는 교회의 원로 목사님이 지어주신 이름이에요. ‘dorea’는 ‘도레아’라고 읽는데, 에베소서와 고린도후서 말씀에 나오는 '선물'이라는 뜻의 헬라어에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하나님의 은혜를 말하죠. ‘하늘에서 온 선물’이라는 서브 카피는 제가 직접 지었답니다.
어떤 계기로 바리스타가 되셨나요?
평소에 커피를 즐겨 마셨지만, 바리스타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미국 대학에서 경영과 음악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패션 마케팅을 전공했죠. 한국에 와서는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했어요. 그러던 중, 다른 일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에 회사를 나오게 됐는데, 부모님께서 카페를 운영하시며 경영을 실제적으로 배워 보는 것을 추천해 주셨어요. 저도 카페 경영이 인력, 재고, 행정을 모두 관리해야 하기에 실제적인 것들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서 카페를 시작하게 됐죠. 사실 1년 정도 매니저로서 운영만 해 보려고 했는데 공부를 하다 보니 커피를 전공으로 하는 대학원에 진학하게 됐고, 전문 바리스타의 길로 들어서게 됐어요. 박사 과정을 공부하면서 대학교에서 강의도 하게 되고 더 넓은 길이 열리게 됐어요.
바리스타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바리스타는 이탈리아어로 ‘바 안에서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보통은 ‘커피를 만드는 사람’을 말하죠. 커피에는 천 가지 이상의 향기가 담겨 있어서 향이 없으면 커피라고 할 수 없어요. 혀에서 직접 느낄 수 있는 맛은 다섯 가지밖에 안 되지만, 향에 따라 천차만별의 맛을 느낄 수 있죠. 그래서 커피는 맛으로 마시는 게 아니고 향으로 마시는 것이라고도 해요. 이렇듯 바리스타는 천의 얼굴인 커피를 공부하고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어내죠. 즉 단순히 커피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손님이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위해 음악을 선정하거나, 인테리어를 하고, 청결함을 유지하는 등 복합적인 일을 해요. 한 잔의 커피를 손님에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그리고, 맛있고, 품위 있게 만들어 드리기 위해서 해야 하는 모든 과정을 감당하는 거죠. 보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공부해야 할 것이 많아요. 요즘은 카페마다 특색 있는 디저트를 개발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에 디저트 연구도 해야 해요.
바리스타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요? 또 어려운 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에요. 저는 사람들을 통해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길이 열리는 것을 경험했거든요. 그 안에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고, 제 생각보다 더 크신 그분을 만날 수 있었죠. 하지만 매일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걸 만들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것 같기도 해요. 조그만 카페에서 일을 한다고 생각할 때는 ‘내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을 수 있고요. 요즘은 막연히 내 카페를 가지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속에 하나님의 뜻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어요. 내가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과 함께하지 않으면 지치거나 흔들릴 수밖에 없거든요.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까요?
바리스타의 업무는 ‘인사’로 시작해서 ‘인사’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평소에 친구들과 선생님께 반갑게 인사하며 익숙해지는 것도 좋겠죠. 요즘은 라떼 아트도 많이 하기 때문에 손재주도 개발하면 좋아요. 여러 카페의 이색 메뉴를 따라해 보면서 나만의 메뉴를 개발하려는 노력도 해 보세요. 저는 7년 동안 카페를 운영하면서 주기적으로 메뉴판을 바꾸고 있는데, 이것은 손님들뿐만 아니라 저를 위한 것이기도 해요. 새롭게 메뉴를 개발하면서 공부를 더 하게 되고, 끊임없이 새로워지거든요. 또 영어 공부도 하면 좋겠어요. 커피는 서양 음료이기 때문에 영어를 공부해야 원어 논문도 읽을 수 있고, 세계인들과 소통도 할 수 있거든요. 한국에서 열린 바리스타 세계대회에서 심사와 통역을 했을 때, 다른 나라 친구들과는 달리 우리나라 친구들은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지 못하고 통역을 거치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전달하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라구요. 시야를 넓게 갖고 세계 커피 시장에도 많은 관심을 가진다면 더욱 좋겠어요.
바리스타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마지막으로 조언 부탁드려요.
흥미 있는 것은 모두 시도해 보세요. 쓸모없는 공부란 없어요. 저는 커피와는 전혀 상관없는 공부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니 모든 것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낸 것 같아요. 이제 저의 최종 비전은 ‘선교’에요. 커피를 공부하며 생긴 꿈이죠. 커피를 생산하는 나라 중에는 어려운 나라들이 많은데, 과학적으로 커피를 재배하는 법을 알려 주면서 커피 선교를 하고 싶어요. <큐틴> 친구들도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더 큰 비전을 찾길 바라요. Q
Barista
바리스타
하는 일
커피를 만드는 전문가로서 좋은 원두를 선택하고, 커피 기계를 활용해 고객이 원하는 커피를 만들어 서비스함
업무 수행 능력
손재주, 창의력
되는 길
전문대학에서 바리스타 관련 학과를 졸업하거나 바리스타 전문학원에서 교육받은 후 각종 커피 전문점에서 일하거나 카페를 직접 운영할 수 있음
지식
커피 및 디저트 관련 지식
관련학과
바리스타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