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2013년 12월

[캘리그라퍼] 캘리그라퍼, 마음의 그릇을 빚는 사람

직업의 세계 백지희 기자

요즘 손 글씨가 대세야. 간판이나 책, 광고들을 보면 아기자기하면서도 다양한 손 글씨들이 여기 저기 등장하고 있어. 기존의 글꼴만으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을 담아내고, 사람들의 마음과 감성을 터치하는 손 글씨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분야를 ‘캘리그라피’라고 해. 이번 달에는 아직은 생소한 이 분야에서 벌써 7년째 다양한 작품 활동과 강의를 하고 있는 백작 강대연 캘리그라퍼를 만나 봤어.

 

 

 

 

백작 강대연은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 회원으로,
현재 캘리그라피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손 글씨 강사로 활동 중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뮤지컬 <늑대의 유혹>, 광고 <명품치즈 드빈치>,
<청정원 마시는 홍초>, ,
포스터 <부활 콘서트 - 부활과 당신의 이야기>,
<한여름 밤의 로맨스>, 북커버 <난 당신이 좋아>,
<심리학의 즐거움>, <네 꿈에 프러포즈하라> 등이 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런데 ‘백작’이 무슨 뜻인가요?
흰 ‘백(白)’, 만들 ‘작(作)’을 써서 ‘하얀 종이 위에 작품을 만든다’라는 의미에요. 저는 캘리그라피를 통해 한글의 아름다움과 손 글씨의 감성을 전하고 있어요. 캘리그라피는 단순히 예쁜 글꼴을 만들고 쓰는 게 아니라, 글씨 안에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그대로 담는 그릇과 같아요. 그래서 저는 ‘글씨에 마음을 담았습니다’라는 감성 슬로건을 갖고 활동 중이에요.

 

어떻게 캘리그라피를 알게 되셨나요?
홍대 인근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우연히 손 글씨로 제작된 예쁜 식당 간판과 공연 포스터를 봤어요. 그때 ‘나도 손 글씨로 저렇게 디자인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과 자신감이 들었어요. 어렸을 적부터 글씨 잘 쓴다는 말도 들었고, 글씨 쓰는 것을 좋아했거든요. 그날 이후 노트에 꾸준히 연습했고, 자연스레 캘리그라피를 알게 됐어요. 그리고 후배 디자이너의 소개로 캘리그라피 워크숍에 참여해 캘리그라피의 기초를 배울 수 있었죠. 그 이후로도 몇 년간 붓과 씨름하면서 독학했고, 주변 지인들과 디자인 회사로부터 소소하게 작업 요청이 들어오면서 대중적인 작품 활동까지 하게 됐어요.

 

그럼 처음에는 취미 생활로 시작하신 거네요?
원래 직장에서 편집 기획 일을 하다가 취미로 캘리그라피를 시작했어요. 일한 지 3년 정도 되니 잦은 야근과 스트레스로 제 몸과 영혼이 많이 상했고, 말씀 묵상과 기도 생활도 못했으니 제 삶은 공허함 그 자체였죠. 그때 ‘하나님, 제 삶에 하나님이 없습니다. 이제 쉬고 싶습니다…’라는 기도를 드렸어요. 3개월 후,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게 되면서 정말 쉼의 시간을 갖게 됐고, 저를 돌아보며 삶의 방향을 전환하게 됐어요. 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내게 주신 특별한 은사로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일을 하자!’라는 각오와 다짐을 했죠. 8개월 동안 혼자 서예를 하면서 캘리그라피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을지 시험한 후에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가 된 거예요. 그 모든 과정이 전부 하나님의 섭리였어요.

 

그동안 했던 작품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요?
보통 작업 요청은 블로그나 포털 사이트 검색, 지인들의 입소문으로 들어와요. 맨 처음 작품은 교회 동생이 손 글씨 잘 쓰는 사람을 찾기에 ‘내가 해 보겠다!’ 해서 맡았던 <한여름 밤의 로맨스>라는 콘서트 포스터였어요.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 가장 예술적 감흥을 전해 주고 한글과 캘리그라피의 매력을 볼 수 있는 작품으로는 뮤지컬 <늑대의 유혹>이라고 생각해요. 광고도 많이 해서 뿌듯했죠. 또 기독교 이미지 사이트 피콕를 통해 작업한 크리스탈 말씀 액자 <다 이루었다>라는 작품은 제가 하고도 놀랐어요. 개인적으로도 감동을 많이 받았고, 아직까지 이 작품을 찾는 연락이 올 정도거든요. 

 

캘리그라퍼로서 느끼는 직업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장점은 세계가 인정한 최고의 문자인 ‘한글’을 더 깊이 알아가고, 한글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에요. 한글의 창제 원리, 조형성, 변형 등 한글은 공부할수록 놀랍고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이 위대하고 아름다운 ‘한글’을 직업으로 사용한다는 자부심도 있고요. 예쁜 손 글씨로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죠. 단점은 아무래도 글씨의 세세한 부분까지 유심히 봐야 하니, 눈이 조금 피로한 것 외에는 특별히 없어요. 제 한계를 볼 때면 뛰어넘고 싶은 마음과 호기심으로 인해 지금까지 감당해 온 것 같아요. 

 
캘리그라퍼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면 될까요?
캘리그라피는 붓을 다루는 서예의 기초와 디자인 감각 및 기술을 함께 요하는 분야예요. 우선 서예 학원에 등록해 꾸준히 붓을 다루는 기술을 배우고,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며 서예를 병행한다면 더 좋지요. 졸업 후에는 디자인 회사에서 캘리그라피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것을 추천하고요. 꾸준히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쌓아 자연스럽게 개인 홈페이지나 블로그, 또는 SNS로 자신을 홍보할 수 있겠죠? 한 자리에 앉아서 진득하게 쓸 수 있는 성실성과 인내가 기본적으로 요구되고, 창의력과 상상력이 풍부한 기질이라면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또 섬세함! 선이나 획 하나의 굵기, 각도, 크기가 작품 전체에 영향을 주기에 세심한 안목도 필요하고, 글씨에 작품 세계를 담을 수 있는 감각이 꼭 필요해요.

 

앞으로 선생님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저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해서 ‘내가 디자인을 전공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지금은 사회복지와 캘리그라피를 접목시켜 세상과 소통하고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어요. 특별히 아름다운 한글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그것을 통해 하나님을 전할 수 있다면 참 좋겠죠. 원래 언어나 문자는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해 주지 않는데, 현재 한글은 등재되어 있을 만큼 최고의 문자로 인정받고 있잖아요. 이 위대한 한글을 세상에 전하고 싶어 한글 축제나 세계 여행 프로젝트도 구상 중이랍니다. Q                      

calligrapher
캘리그라퍼

하는 일
붓을 이용해 헤드라인, 타이틀, 로고 등의 글씨를 써서 작품화함
업무 수행 능력
창의력, 상상력, 예술적 감각, 공간시각능력
되는 길
서예나 동양화, 시각디자인 전공, 서예 학원이나 캘리그라피 관련 교육기관에서도 지식을 쌓을 수 있음
지식
문방사우 재료학, 서예디자인 및 타이포그라피 이론, 컴퓨터 그래픽 소프트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