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2014년 02월

[영화평론가] 영화, 그 무궁무진한 세계에 질문을 던져라!

직업의 세계 백지희 기자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와 관련된 일을 꿈꾸는 청소년이라면, 한번쯤은 ‘영화평론가’라는 직업을 생각해 봤을 거야. 요즘 같이 매달 보고 싶은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는 때면, 이 직업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해. 그래서 <큐틴>은 영화평론가로 활동하시는 최은 선생님을 만나 여러 이야기를 들어봤어.


영화평론가 최은은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영화이론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치고, 2005년 계간 <영화 언어>에 신인 평론으로 등단했다. 중앙대학교 강사를 역임했고, 현재 아주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며, 청소년과 성인, 크리스천을 대상으로 다양한 기고와 출강 활동을 하고 있다. 공저로는 『영화와 사회』, 『알고 누리는 영상문화』가 있다.

 


어떻게 영화평론가가 되셨나요?
사실 전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영화에 대한 강의를 들으면서, ‘영화도 해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고, 거기서 매력을 느꼈죠. 우리가 성경을 해석하는 것과 영화를 해석하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한편으로는 ‘크리스천들이 자칫 문화 자체를 세속적으로 여기며 진지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데, 어떻게 하면 세상 문화 역시 하나님의 영역이라는 것을 알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제가 그런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평론가가 보는 영화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고, 어렵거나 무거운 주제도 함께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게 영화의 힘이죠. 게다가 즐겁고 재밌잖아요. 하지만 아무 영화나 봐도 괜찮은 건 아니에요. 저는 어떤 영화든 ‘혼자 보지 말라’는 기준을 제시하고 싶어요. 폭력적이든, 성적이든 혼자 보면 유혹이 더 강해져요. 보고 싶은 것을 보되 친구들이나 어른들과 같이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해요. 보지 말라 해도 안 보지는 않을 테니, 함께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판단할 능력을 키우는 게 중요해요. 영화를 통해 가치관을 세우는 거죠. 청소년뿐만 아니라, 크리스천이라면 누구든 ‘예수님과 이 영화를 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 보세요.

 

영화를 공부하면서 힘들었던 때는 없으셨어요?
대학원에 들어가니 영화 비평뿐 아니라 이론, 정책, 산업 등 여러 가지 영역에서 요구되는 일들이 많았어요. 이것저것 맡아서 바쁘게 지내다가 갑자기 아이가 아프면서 잠시 공부와 일을 중단했어요. 그때 초심으로 돌아가 제가 하고 있던 많은 일들을 정리했고, 정말 제가 좋아하는 일,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일만 남게 됐죠. 그 과정을 통해 하나님께서 원하시면 언제든 이 일이 중단될 수 있다는 걸 배웠고, 허락하시는 동안 제가 좋아하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서 틈틈이 스스로를 점검하게 돼요.


‘영화평론가’라는 직업의 장단점은요?
장점으로는 영화를 보면 볼수록 평론가로서, 크리스천으로서 제 생각과 신앙을 계속 돌아보게 된다는 거예요. 영화 속의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관객들보다 더 사명감을 갖고 고민하면서 제 지식과 믿음, 가치관을 점검하고, 세상의 흐름을 볼 수 있다는 게 큰 특권이죠. 계속 긴장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게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재미도 있어요. 또 제 강의나 글을 통해 ‘그 영화를 새롭게 알게 됐다!’라는 말을 들을 때 참 보람을 느껴요. 한편 영화평론가는 대부분 프리랜서라 안정적이진 않아요. 영화나 잡지 마감 스케줄을 맞춰야 하니 일과 계획, 일정에 있어 분명히 선을 긋고 조절하는 자기절제가 꼭 필요하고요.

 

영화평론가가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영화를 많이 보는 것도 좋지만, 그에 앞서 인문학적 지식을 쌓고 의미를 발견하는 능력을 기르는 게 좋아요. 사건, 인물, 역사 등에 대한 배경 지식들이 많을수록 영화를 해석하는 능력이 길러지니 꾸준히 책을 읽어두는 게 좋고요. 말이나 글로 전달하는 능력도 중요하니, 블로그를 통해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기를 추천해요. 영화를 보고 짧게라도 감상평을 남겨두면 그것들이 쌓여서 나중에 찾아보기도 좋고, 누군가 댓글을 달면 다양한 생각들을 접하며 배울 수도 있고요. 이런 건 일부러 하기 힘들잖아요. 재미를 찾으면서 글 쓰는 연습을 해 보세요. 깊이 있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글쓰기 능력이 참 중요하니까요.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조언한다면요?
질문이 분명한 사람은 답을 더 잘 찾을 수 있어요. ‘내가 뭘 하고 싶지?’, ‘왜 그렇지?’ 이런 질문들을 습관화하면 진로뿐 아니라 인생을 사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돼요. 다른 사람들이 하는 얘기들에도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럼 나는?’ 하고 또 질문을 던지다 보면 의견들을 좁힐 수 있고, 무작정 끌려가는 걸 막을 수 있죠. 하나님께서 우리 인생을 모두 선하게 사용하시지만, 그냥 가는 것과 질문을 던지며 가는 건 달라요. 그리고 이 길이 아니라면 돌아설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해요. 청소년 시기에 이런 고민을 하지 않으면 대학에 가서 뒤늦게 방황하고 시간을 더 낭비하게 돼요. 그러니 충분히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던지세요.


마지막으로, 선생님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영화와 관객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도록 돕고 싶어요. 좋은 글과 대안적인 문화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없거나 즐겁지 않은 영화는 좀 더 가깝게, 즐기기만 하다가 놓칠 수 있는 영화는 좀 더 멀리 두는 그런 역할이요. 그래서 전 문화와 기독교에 양다리를 걸쳐야 해요. 쉽지 않죠. 긴장도 되고요. 문화는 휩쓸리기 쉽고, 시기나 시대에 따라 급변하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흔들리지 않는 진리를 기반으로 이 영역에 성경적인 기준을 계속 세워나가야 해요. 영화는 계속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들은 만만하지 않거든요. 여러분은 여기에 어떻게 답하고 또 어떤 질문을 던질 건가요? Q 


film critic
영화평론가

하는 일
영화를 보고 이에 대한 감상이나 비평을 작성, 이를 신문이나 전문 잡지에 기재하거나 강연을 함
업무 수행 능력
창의력, 언어능력
되는 길
신문, 방송, 잡지 등에 자유기고 또는 전문 서적 출판을 통해 평론가로 활동
지식
영화와 평론의 기본 원리 및 지식, 분석적, 논리적인 표현력, 의사소통 능력, 글쓰기 능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