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이수영 기자>
입시를 준비하는 <큐틴> 친구들은 내신 등급 때문에 스트레스가 크지? 그런데 기업도 마찬가지란다. 실적과 성장 가능성 등 다양한 지표로 기업에 부여되는 신용 등급은 기업뿐 아니라 나라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쳐. 신용 등급이 떨어지면 투자를 받을 수 없고 이것이 경영 악화로 이어져 도산까지 가기도 하거든.
이렇듯 실적으로 모든 것을 말하는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이지만, 이곳에도 하나님의 마음으로 일하는 하나님의 백성이 있어. 이번 호에서는 기업을 평가해 신용 등급을 부여하는 크레디트 애널리스트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Q. 현재 하시는 일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신용 평가사 중 하나인 한국기업평가에서 기업의 신용 평가를 담당하고 있어요. 신용 평가란 기업의 재무 현황과 사업 경쟁력, 향후 전망 등을 종합 고려해, 해당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과 신용도를 등급으로 나타내는 것이죠.
글로벌 신용 평가사로는 친구들도 많이 들어봤을 Moody’s, S&P, Fitch 등이 있고, 우리나라에도 한국기업평가를 비롯한 3대 신용 평가사가 있어요. 저는 현재 건설업 분야를 담당하고 있고, 과거에는 항공과 물류 분야를 담당했었죠.
Q. 어떤 계기로 이 길을 걷게 되셨나요?
처음부터 크레디트 애널리스트가 되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경제학을 전공해 자연스럽게 증권사에서 일을 시작했고, 증권사 특유의 역동적인 환경에서 많은 것을 배웠죠. 그런데 업무에 대한 열망이 높지 않은 상태에서 상당한 업무 강도를 견디다 보니, 일을 계속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3년 정도 일한 뒤 증권 애널리스트가 될 기회가 왔는데 두려움이 몰려오더군요. 시시각각 변하는 주가를 예측한다는 부담감이 상상 이상으로 컸고, 쉬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1년 정도 쉬면서 진로에 대해 원점에서 다시 생각했어요. 좀 더 호흡이 긴 일을 하고 싶었죠. 신용 평가는 해당 회사의 과거와 현재를 기반으로, 보다 장기적인 미래까지 등급에 녹여 낼 수 있어요. 신용 등급은 단기간에 쉽게 변하지 않고, 또 그래서도 안 되죠. 이런 일이라면 그간의 직무 경험도 살리면서 제 성향과도 더 잘 맞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서 현재의 회사에 입사하게 됐어요.
Q. 일하시며 경험하신 하나님의 섭리를 나눠 주세요
2022년 9월 건설사 PF(Project Financing)에 대해 리포트를 하나 발표했어요. 부동산을 개발할 때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개발을 시행하는 시행사는 상당 부분 대출을 받아요. 돈을 빌려주는 쪽에서는 개발로 인해 생기는 수익성을 기대하고 돈을 빌려주죠. 그런데 이 프로젝트가 수익을 내지 못해 시행사가 돈을 갚지 못하는 경우도 생겨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시행사보다 규모도 크고 신용도가 우수한 건설사가 보증을 서게 돼요. 실제로 이런 경우가 생기면 건설사는 타격이 크죠. 그래서 공개된 정보가 많지 않은 특성상, 건설사 PF의 정의와 현황 및 위험도가 높은 업체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를 했어요.
그런데 리포트를 발표하고 정확히 일주일 뒤, 강원도가 레고랜드 건설 비용에 대해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그 여파가 금융권과 건설계를 덮쳤어요. 당시 경제 뉴스 헤드라인 대부분이 건설사 PF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이후 제 보고서가 신용 평가사의 리포트를 대상으로 투표하는 베스트 리포트에 선정됐고, 여러 기관에서 강연과 인터뷰를 하게 됐죠.
그 리포트는 그저 1년에 두세 건은 써야 하는 리포트 중 하나였어요. 대단한 사명감,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는 전혀 없이 일상적으로 수행한 업무였죠. 그래서 저는 그 보고서로 인해 찾아온 영광의 순간이 그저 얼떨떨하기만 했어요. 그때 깨달았죠. ‘하나님이 일하셨구나.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사실 그전까지는 내 인생의 많은 결과물이 하나님 50, 내 노력 50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이 경험을 통해 나는 그저 하나님의 도구일 뿐, 결과는 오직 하나님께서 만드신다는 걸 절감했어요.
Q. 가장 보람된 때와 힘들 때는 언제인가요?
제가 분석한 내용이 경제 시장이나 기업에 도움이 됐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 가장 보람돼요. 힘든 순간은 기업의 등급을 낮춰야 하는 때죠. 제가 담당하는 기업이 승승장구했으면 하는 게 기도제목인데, 다양한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등급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와요. 그럴 때 모든 단계를 훨씬 진지하게 점검하게 돼요. 제게는 날마다 수행하는 일상이지만, 기업에는 신용 등급이 가지는 의미가 매우 중요하니까요. 그럼에도 등급을 하향하고 그 결과를 전달하는 순간은 정말 힘들어요.
Q. 이 일의 장단점을 말씀해 주세요!
다양한 분야의 산업이 돌아가는 모습을 꽤 깊은 곳까지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죠. 재무제표 분석에서 나아가 기업의 미래 비전 등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다 보면 세상을 보는 관점도 확장되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데 그만큼 모든 이슈에 눈이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게 단점이기도 해요. 비가 많이 오면 건설과 관련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어쩌나 싶고, 저출산 기사를 보면 여전히 소형 평수 집의 인기가 지속될까 생각하게 되죠. 세상만사가 분석에 영향을 미치니 그만큼 역동적이고 흥미롭지만, 일상과 업무의 분리가 어려운 면도 있어요.
Q.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요?
산업이나 경제를 거시적으로 바라보는 것에 관심이 있어야 하고, 공적인 사명감이 필요해요. 내가 기업에 부여하는 등급이 알파벳 몇 자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의 사업 방향, 넓게는 나라 경제 전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엄중한 책임감으로 임해야 하죠.
또한 기업의 이익과 손해 등 재정 상태를 볼 수 있는 재무제표를 분석하는 것부터 출발하니, 꼼꼼함과 비판적 사고 역시 중요해요. 그리고 분석한 내용을 글로 표현해야 하므로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고 쉽게 쓰는 법을 익힌다면 도움이 되죠. 저도 글쓰기를 좋아한 것이 직무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어요.
Q. 진로로 고민하는 십대를 위해 조언 부탁드려요!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기준을 너무 높게 설정하지 않았으면 해요. 남들보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만 잘해도 그건 내가 잘하는 일이고, 뭔가를 꾸준히 하고 있었다면 그게 좋아하는 일이에요. 그렇지만 이런 것을 잘 찾지 못해도 괜찮아요. 하나님께서는 나의 약한 부분을 놀랍게 활용하시는 분이니까요.
저는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숫자 보는 일을 좋아하지 않아, 늘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 불안한 마음이 있었죠. 그래서 이 내용을 사람들이 이해할까, 더 쉽게 이해시키려면 어떻게 할까 많이 고민했어요. 그래서 제 보고서는 쉽게 읽힌다는 평을 많이 받아요. 가장 기분 좋은 평가죠. 하나님의 시간을 지나면 내 약점조차 장점이 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무슨 일이든 과감하게 도전해 보세요.
Credit Analyst
크레디트 애널리스트
하는 일
기업의 수익과 성과, 발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신용 등급을 부여함
업무 수행 능력
수리력, 논리력, 판단력, 분석력, 의사소통능력 등
되는 길
대학에서 관련 전공을 이수하고 신용 평가사에서 일할 수 있음
지식
수학, 경제 및 경영, 회계, 통계, 사회학 등
관련 학과
경제학과, 경영학과, 금융경제학과, 회계학과, 법학과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