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김미은 기자>
<큐틴> 친구들~ 꽉 막힌 도로 위의 차 안에서 가장 필요한 건 뭘까? 지루한 기다림을 재미있는 시간으로 바꿔 주고, 현재의 도로 상황도 안내해 주는 라디오가 아닐까? 요즘엔 라디오를 듣는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전파를 통해 다양한 음악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정말 낭만적인 것 같아.
이번 호 <큐틴>에서는 라디오 방송을 위해 음악을 고르고 원고를 쓰는 라디오 음악 작가를 만나 봤어. 소박하고 정감 있는 소통으로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청취자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아 온 김지현 라디오 음악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라디오 음악 작가는 어떤 일을 하나요?
우선, 방송 작가는 크게 TV와 라디오로 나뉘고, 라디오 작가는 다시 방송용 대본을 쓰는 작가와 음악 작가 등으로 나뉘어요. 저는 라디오 작가 중에서도 음악에 관한 원고를 쓰고 선곡을 하는 음악 작가로 일하고 있어요. KBS 라디오의 클래식 음악 채널인 1FM(93.1MHz)의 프로그램을 글로 꾸미는데, 청취자에게 건네는 인사말 같은 오프닝을 시작으로 프로그램 속 코너를 채우는 음악 원고 등을 써요. 구체적으로 말하면 클래식 음악 작품과 작곡가, 향유층이나 연주자, 음반과 음악회 소식 등 오래전 작품이 만들어진 순간부터 전해지고 연주되는 지금까지, 수백 년에 걸친 다양한 음악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언제, 어떤 계기로 이 길을 꿈꾸게 되셨나요?
피아노를 좋아했던 초등학교 4학년, 통성기도 시간에 피아노를 마음껏 칠 수 있다고 해서 새벽기도회 반주를 시작했어요. 이후 계속 피아노를 배우며 마음속에 담아 뒀다가, 고3 수험생 생활을 시작하며 부모님께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어요. 부모님과 함께 기도한 뒤 레슨 선생님을 찾아 나섰고, 재수한 끝에 처음 목표한 피아노과가 아닌 작곡(이론)과 전공에 합격하게 됐지요. 하다 보니 연주보다 작곡(이론) 공부가 더 적성에 맞고 재미있어서 석사까지 마친 뒤 여러 길을 찾아보다가, 어려서부터 매일 듣던 라디오에 길이 닿게 됐어요.
이 직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먼저 많은 사람들과 협력한다는 점이 이 직업의 매력이에요. 제가 쓴 종이 위의 검은 글씨에 아나운서가 색과 향기를 입혀 주고, 거기에 세상의 모든 음악을 아는 게 분명한 PD들의 선곡이 함께하죠. 여기에 청취자 분들의 공감까지 더해져 완성된 방송을 라디오로 들을 때, 정말 행복하답니다.
또한 클래식 음악의 대부분은 교회 음악이에요. 부활 주일에 선곡했던 비발디의 <글로리아>나, 샤르팡티에의 <테 데움>, 또 바흐의 곡들은 들을 때마다 감탄이 저절로 나오지요. 꼭 교회 음악이 아니더라도, 음악으로 행복해지는 때가 종종 찾아와요. 바로 음악을 만드신 분, 음악의 주인이 누구인지 고백하게 되는 순간들이죠.
일하면서 힘든 때가 있다면 언제이고 어떻게 극복하나요?
라디오 음악 작가를 비롯한 대부분의 방송 작가는 프리랜서로 일하기 때문에, 일하는 시간과 개인 생활에 쓰는 시간을 잘 조절해야 해요. 한참 써야 하는 원고량이 많은데 새벽기도 반주까지 맡았을 때에는 일주일에 이틀은 밤을 새웠던 것 같아요. 또 몸이 피곤하면 원고 작업이 늦어지고, 마감을 앞두고서 생활이 엉망이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때도 있어요. 이제는 노하우가 생겨서 시간을 정해 주기적으로 일하기도 하고, 쉬기도 하면서 생활 리듬을 지키고 있어요.
한편, 방송의 숙명인 개편이 한 해에 한두 번씩 있는데, 개편 시기가 다가올 때마다 유연한 자세로 변화에 적응해야 해요. 담당 PD나 진행자가 바뀌거나 프로그램이 새로 생기거나 없어지기도 하고, 그러다가 일자리를 잃기도 하죠. 저는 이 경우들을 모두 겪었는데, 하던 일이 일단락되고 새로운 경험을 쌓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아쉬운 마음을 다잡는 시간도 필요하더라고요.
그때마다 ‘주의 말씀은 내 발의 등’이라는 말씀을 묵상했어요. 캄캄할 때의 등은 한 치 앞을 밝혀 준다고 하잖아요. 머나먼 미래보다는, 하나님께서 열어 주신 한걸음 앞을 말씀을 의지하며 걸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라디오 음악 작가가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먼저 좋은 음악을 듣고, 어떤 부분이 좋은지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을 쌓으면 좋아요. 힘들 때에는 위로할 수 있는 음악을, 즐거울 때에는 기쁨을 더할 수 있는 음악을 찾아서 친절하고 쉽게 소개하는 글과 함께 나누는 것이 음악 작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또 같은 채널에서 일하는 라디오 작가들 중에는, 시나리오나 시를 쓰는 분들도 계세요. 시사 채널에서 건너와 말랑말랑하고 유머 넘치는 에세이를 쓰시는 분도 있죠. 결국 다양한 경험이 작가의 길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무엇보다 클래식 음악 작가에게는 음악에 대한 지식이 중요하니, 작곡과 이론 전공을 비롯한 음악 관련 학과에서 깊이 공부하는 것도 필요해요. 글에 대한 부분은 강의나 방송 작가 아카데미 등을 통해 훈련받을 수 있고요. 저는 고등학교 이후로 꾸준히 일기를 쓴 것이 큰 도움이 됐어요. 느끼고 생각한 것을 글로 써 보고, 그것을 읽어 보고 다시 고치는 과정이 결국 통하기 마련이니까요.
이 일을 통한 궁극적인 비전은 무엇인가요?
음악과 라디오는 제가 어려서부터 가장 좋아했던 것들이에요. 그런데 바로 이것들이 지금 내 일이 됐다니, 참 놀랍고 감사해요. 위로가 필요한 시대에, “오늘도 수고했다”라는 이야기를 직접 들려줄 수 있고, 무엇보다 좋은 음악과 함께하니 더욱 행복한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아요.
오랜 세월 사랑받은 클래식 음악처럼 저 역시 라디오 음악 작가로서 아름다운 음악과 따스한 이야기를 삶에 건네는 하나님의 도구로 오랫동안 쓰임받고 싶어요. 더불어 제가 소개한 음악과 글을 통해 사람들이 음악으로 위로받고 사랑이 가득한 세상이 되길 꿈꾸고 있어요.
이 길을 꿈꾸는 <큐틴> 친구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려요
자신의 꿈에 대해 많은 사람과 얘기하고 함께 기도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랬지만, 집안 형편이나 부모님 눈치를 살피다가 너무 늦게 음악을 시작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구하며 찾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길이 열리거나 꼭 필요한 사람을 소개받기도 하더라고요.
무엇보다 좋아하는 음악을 더 깊이 파고들고, 다양한 경험으로 지평을 넓히기를 바라요. 그러다가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말아야겠죠? 구하는 자에게 길을 열어 주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며 소망을 붙드세요. 친구들을 응원할게요.
***Writer for radio music
라디오 음악 작가
하는 일
라디오에 방송되는 오프닝과 코너를 채우는 원고 작성과 선곡을 담당함
업무 수행 능력
기획력, 글쓰기, 창의력
되는 길
음악 이론 관련 전공 졸업 혹은 방송 아카데미 등에서 관련 지식을 쌓아 진출
지식
작문, 의사소통과 미디어, 클래식 및 음악 전반에 관한 지식
관련 학과
작곡과(이론 전공) 포함 음악 관련 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