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김미은 기자>
<큐틴> 친구들~ 친구들은 어떤 영화를 가장 좋아해? 신나는 액션, 달콤한 멜로, 따뜻한 음악 영화 등 우리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하는 영화가 정말 많아. 관객은 극장에 편안하게 앉아서 영화를 즐기지만,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오랜 기간, 아주 많은 사람들의 수고가 필요하지.
“카메라, 조명, 레디~ 액션!” 숨 가쁘게 돌아가는 영화 촬영 현장에서는 모든 일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돕는 사람이 있어. 바로 영화 연출 스태프야. 이번 호 <큐틴>에서는 영화 촬영 현장에서 열심히 땀 흘리는 권 훈 형제를 만나 봤어. 화면 속 모든 요소가 잘 구현되도록 조율하고 돕는 권 훈 형제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 보자.
Q.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영화 연출 스태프는 감독과 함께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화면 속 모든 구성 요소에 대해 논의하고, 그것들이 시청각적으로 잘 구현되도록 돕는 역할을 해요. 무엇보다 현장에서 전체 촬영이 매끄럽게 진행되도록 총괄 관리를 하죠. 영화 제작 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일반적으로 사전 준비, 제작, 후반 작업으로 구분돼요.
먼저 사전 준비는 촬영 전에 준비해야 할 사항들을 점검하는 과정으로, 제작자가 예산을 확보하고, 감독이 결정되면 배우와 제작진 섭외가 이뤄져요. 제작진이 결정되면, 연출 스태프가 촬영 일정을 계획하죠. 이때 등장인물과 모임 시간 및 장소, 촬영 시작일과 각 신(scene)에 대한 간략한 소개, 연출부와 제작부의 역할은 물론이고 소품 및 의상, 특이 사항, 장소에 대한 설명 등 세부적인 사항이 모두 촬영 일정에 기록돼요.
제작 단계에서는 사전에 작성한 일정을 바탕으로 현장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관리하는 일을 해요. 감독을 포함한 모든 담당자와 소통하면서 인원과 장비를 점검하고, 모든 상황이 잘 돌아갈 수 있게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거죠.
Q. 언제 어떤 계기로 이 길을 꿈꾸게 되셨나요?
어렸을 때는 좋아하는 것에 따라 꿈이 계속 바뀌었어요. 초등학생 때는 야구 선수를 꿈꿨고, 고등학생 때는 게임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었죠. 그런데 이것들은 대학을 졸업한 후에 해 보라고 아버지께서 조언하셨어요. 결국 대학 진학은 뚜렷한 목표 없이, 부모님의 뜻에 따라 가게 됐죠. 원서도 아버지가 직접 써 주셨을 정도로 꿈에 대한 생각이 크지 않았어요.
제가 비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건 대학부에서 제자훈련을 받으면서였어요. 말씀을 읽고 하나님과 가까워지면서 하나님 나라를 위해 내가 헌신할 수 있는 은사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어요. 그때 마침 영상 편집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에 복음을 전할 수 있는 통로로 영상 콘텐츠를 선택하게 됐죠. 결국 다니던 대학교를 자퇴하고 영화과로 재입학했어요. 제자훈련이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거죠.
Q. 영화 촬영 현장의 경험은 어떻게 쌓게 되셨나요?
늦은 나이에 영화 일을 시작한 거라 면접 기회를 얻는 것조차 쉽지 않았어요. 영화 업계가 꽤 보수적이라 지인을 통해 믿을 만한 사람을 소개받는 일이 많은데, 저는 27세에 재입학을 했으니 선후배를 통해 소개받는 것을 기대할 수 없었죠.
그런 현실적인 어려움을 두고 기도를 했고, 조금씩 길이 열렸어요. 2000년대 초반은 영상물 콘텐츠 제작이 활발해지기 시작한 때라 배급용 상업 영화 제작 현장에 뛰어들 수 있었어요. 그렇게 주연 및 조연 출연자들을 관리하고 미술팀과 소통하면서 연출부 경력을 쌓게 됐죠. 그러면서 독립 영화 연출도 해 보고, 조금 더 예산이 큰 상업 영화의 조감독으로 섬길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됐어요.
Q. 이 일의 매력과 장점, 또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제가 만든 영상을 보며 관객들이 같은 감정을 경험할 때 즐겁고 행복해요. 열심히 준비한 영화의 시사회에서 관객들이 즐거워하거나 감동받는 모습을 보면 무척 흐뭇해요. 또 작품마다 개성이 강한 사람들을 새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에요. 유명한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죠. 그런데 사실 이 부분이 장점인 동시에 힘든 점이기도 해요. 예측하기 어려운 사람과 상황에 잘 대응해야 한다는 것은 늘 긴장감을 주니까요.
그리고 초반에는 급여를 많이 받기 힘들어요. 영화과를 졸업한 50명 중에 1~2명만 살아남는 세계라는 것도 이 일의 어려움이죠. 결과적으로 하나님의 채우심과 인도하심을 날마다 경험할 수 있는 삶이에요. 물론 꾸준히 경력을 쌓으면 3~4개월 작업으로 1년여를 생활할 수 있는 급여를 받을 수도 있어요.
마지막으로 영화 현장은 가장 세상적인 문화가 숨 쉬는 곳이에요. 친목이라는 이름으로 잦은 술자리를 강요받기도 하고, 영화의 성공을 빌며 고사를 지내기도 해요. 그 가운데서 개인의 신앙을 잘 지켜 내야 하죠. 제가 개인적으로 애쓰는 것 중 하나는 ‘말’이에요. 현장에서 보조 출연자는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리스도인으로서 최대한 존대어를 쓰며 인격적으로 대하려고 노력해요.
Q. 영화 연출을 하려면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요?
영화 연출을 꿈꾸는 친구들이라면 사람들과 소통을 잘하고, 상황을 빠르게 파악해 그에 맞게 대처하는 감각이 있으면 좋아요. 그런 점에서 관찰력이 뛰어나면 유리하죠. 대학에서 꼭 영화과를 전공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 촬영과 제작 전반에 대한 지식을 쌓는 과정은 필요해요. 단편 영화를 직접 찍어 보거나, 영화 제작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필름 등을 많이 보는 것도 좋아요. 무엇보다도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과 영화를 만들겠다는 열정이 컸으면 해요.
Q. <큐틴> 친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기도로 나아가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혼자 고민하며 끙끙대기보다 하나님께 맡기고 의지하면 주님께서 인도해 주시는 것을 더욱 분명하게 경험할 수 있어요. 내 삶의 길은 내 지식이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 안에서 하나님께서 이뤄 주시는 것이라는 걸 꼭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니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미리 포기하지 말고, 믿음으로 한 걸음씩 내딛기를 바라요.
**Film directing staff
영화 연출 스태프
하는 일
영화나 각종 영상물의 제작 일정을 계획하고 현장에서 조정·지도함
업무 수행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통솔력, 공간지각력, 영상 편집, 일정 관리
되는 길
학력과 경력에 제한은 없으나 관련 학과를 전공하고 실무 경력을 쌓으면 유리함
지식
영화 제작과 촬영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
관련 학과
영화과, 연극 영화과, 영화 예술학과, 영화 영상학과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