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백지희 기자>
“언어가 끝나는 곳에서 음악은 시작된다”라는 모차르트의 말처럼, 음악은 나라와 민족을 뛰어넘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세계 공용어’야. 음악을 통해 말로는 와닿지 않았던 위로를 느끼기도 하고, 멋진 음악을 듣는 것 자체가 감격일 때도 있어. 이번 호에서는 음악으로 발레 무용수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발레 피아니스트를 만나 봤어! 우아한 발레의 동작을 더욱 돋보이고 아름답게 만드는 발레 피아노의 세계로 친구들을 초대해~
Q. 발레 피아니스트라는 직업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발레 피아니스트는 말 그대로 발레에 맞춰 피아노를 연주하는 일을 해요. 발레 공연은 오케스트라 음악으로 이뤄지지만, 무용수가 연습할 때는 피아노 라이브 연주에 맞춰 춤을 춰요. 특히 발레에는 ‘발레 클래스’라는 전통적인 훈련 과정이 있는데, 매일 반복적인 훈련으로 몸을 만들고 동작의 테크닉을 키워 가는 것을 말해요. 이때 발레 피아니스트는 각 동작에 알맞은 음악을 즉흥으로 풀어내며, 음악과 춤이 조화롭게 이어지도록 해요.
Q. 발레 피아니스트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네 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어요. 교회에서 봉사하라는 부모님의 깊은 뜻이 담긴 조기교육이었죠. 자연스럽게 피아노로 진로를 정했는데, 짧은 손가락과 무대 공포증으로 늘 고민이 많았어요. 그러다가 대학교 수시모집 때 피아노과에 원서를 내러 갔는데, 순간의 고민으로 덜컥 작곡과로 바꿔 원서를 제출했어요. 그렇게 계획에 없던 작곡과에 입학을 했죠.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제 진로에 대해 완벽한 계획을 갖고 계셨어요. 작곡과에서 음악을 폭넓게 공부하며 미술, 무용 등 다른 예술 분야에도 관심을 갖게 됐죠. 그러던 중 발레의 아름다움에 빠졌고, 발레 반주라는 분야를 알게 됐어요. 당시에는 발레 반주가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였기 때문에,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이 많으리라고 기대했어요. 그리고 발레 반주는 즉흥 연주와 편곡을 기본으로 하는데,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교회에서 반주를 했던 제게는 준비된 재능이었죠. 그래서 망설임 없이 도전했어요. 자부심을 갖고 도전하며 연구해 왔더니, 어느덧 발레 피아니스트 17년차가 됐네요.
Q.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경험했던 순간이 있나요?
발레 반주는 분야가 좁아서, 대부분 학연과 지연으로 활동이 이뤄져요. 하지만 저는 이런 것들이 답답하게 느껴졌고,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도 오직 제 길을 인도하실 하나님을 신뢰하라는 것이었죠. 그래서 저만의 음악과 연주 색깔을 만들어 가는 데 집중했어요. 하나님께서 부어 주시는 음악적 아이디어로 발레 음악을 만들고, 남들이 하지 않았던 악보집 출판과 음반 발매, 새로운 기획의 공연 등 부지런히 맨땅에 헤딩을 했죠.
그러다 보니 지금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무용수들과 발레 팬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많은 사랑을 받게 됐어요. 그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발레 악보집을 출간한 일이에요. 당시 발레 악보집 출간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일이었어요. 150곡이 넘는 음악을 편곡하는 데 3년, 출판사를 찾는 데 3년, 수정을 거쳐 출판하기까지 1년, 총 7년이 걸렸어요. 그동안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었고, 쉬운 길로 가고 싶었죠. 하지만 그때마다 하나님께서 제 마음을 지켜 주셨고, 예수님께서 걸으셨던 좁은 길에 대해 묵상하게 하셨어요.
Q. 보람을 느낄 때와 힘들 때는 각각 언제인가요?
발레 무용수들은 무대에서 화려하고 멋있어 보이지만, 매일의 고된 훈련과 경쟁 속에서 몸과 마음을 잘 관리해야 해요. 그래서 저는 단순히 연습을 위한 기능적 음악을 넘어, 무용수들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음악을 선곡하고 연주해요. 하나님께 음악적 영감을 구하며,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연주하려고 노력해요. 이런 제 마음이 무용수들과 통했을 때 큰 보람을 느껴요. 음악을 통해 누군가의 몸과 마음을 움직인다는 건 정말 감사하고 즐거운 일이죠. 지금까지 이 외길을 견뎌 온 건 온전히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은혜 덕분이에요.
열악한 환경과 시스템 등으로 인해 불평하기도 했고, 손목 건강이 나빠져서 도저히 피아노를 칠 수 없을 때도 있었어요. 음악에 대한 슬럼프와 회의감이 몰려오기도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아노 앞을 지킬 수 있었던 건, 하나님께서 저를 그 자리에 앉히셔서 인내와 겸손을 배우게 하시고 믿음의 훈련을 시키셨기 때문이에요.
Q. 발레 피아니스트가 지녀야 할 소양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혼자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발레와 함께 호흡해야 하다 보니, 제가 돋보이기 위한 연주가 아니라 발레를 돋보이게 하는 음악을 연주해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협업하는 자세, 배려심, 겸손함이 필요하죠. 한편으로, 저도 무용수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그들의 땀과 열정에서 느껴지는 건강한 에너지를 전달받아요. 무용수들은 무대에서의 수명이 짧기 때문에, 매일 자신과 싸우며 최선을 다하죠. 그 치열한 프로 의식, 발레가 주는 아름다움과 예술적 감동, 건강한 에너지, 새로움과 긴장을 매일 느끼며 주고받다 보면, 더욱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아요.
Q. 발레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저는 작곡과 출신의 피아니스트예요. 일반적인 상식을 깨는 이력이죠. 여느 피아니스트처럼 예술 중·고등학교를 나오지도, 유학을 다녀오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그 누구보다 활발한 활동을 하며 제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고 있어요. 이것은 실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세상의 고정 관념에서 머물러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하나님께서는 세상의 스펙으로 일하시는 분이 아니시거든요.
하나님께서 마음을 주신 영역이 있다면, 하나님을 신뢰하며 그 길을 따라가 보세요. 내가 아니라 하나님께 시선을 두고, 느리더라도 꾸준히 걸어가면 좋겠어요. 하나님의 속도는 우리의 계산법과 다르거든요!
Q. 앞으로의 사명과 비전을 나눠 주세요!
음악에는 분명 영적인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며 감동을 주죠. 저는 계속해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영감으로 많은 무용수들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음악을 만들며 연주하고 싶어요. 따뜻하고 좋은 에너지가 담긴 음악으로 듣는 이에게 위로와 힘이 되는 것이 제 비전이에요.
그동안 이 일을 해 오면서 저만의 길을 만들어 왔어요. 이제는 이 울퉁불퉁했던 길에 아스팔트 작업을 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아요. 후배들이 계속해서 좋은 환경에서 인정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이 길을 잘 정돈하는 것이 제 과제이자 선배 발레 피아니스트로서의 사명이에요.
ballet pianist
발레 피아니스트
하는 일
발레에 맞춰 즉흥으로 음악을 연주하며, 악보를 편곡하거나 음반을 제작하기도 함
업무 수행 능력
음악 능력, 창의력, 배려심, 협동심, 끈기, 인내심 등
되는 길
예술 중·고등학교나 전문대학 혹은 4년제 대학교의 음악대학에서 전공하는 것이 일반적임. 학원이나 아카데미 등에서 교육을 받기도 함
지식
음악과 발레와 관한 지식 등
관련 학과
작곡과, 피아노과, 음악과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