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2015년 09월

[플로리스트] 세상 구석구석에 ‘꽃’을 피우는 향기로운 사람

직업의 세계 김하림 기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에는 사랑과 관심으로 피어나는 생명을 ‘꽃’으로 비유하고 있어. 텅 빈 공간에 놓아둔 꽃 한 송이의 존재감과 아름다움은 정말 대단하지. 언제 어디서든 존재의 이유가 충만한 꽃! 이번 달에는 꽃과 함께 숨 쉬며 생명의 가치를 뿜어내는 플로리스트를 만나봤어.

 

장지현 대표는 계원예술대학교 실내건축디자인과를 졸업했다. 이후 (주)도로스아넥스코리아에서 마스터 과정을 수료하고, 2008년 플로리스트로 활동을 시작했다. 2010년부터 개인 숍 라플로스 파티 앤 플라워를 운영하며 웨딩 부케 전문 플로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플로리스트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요?
플로리스트는 꽃을 목적에 따라 꾸미는 일을 하는 아티스트예요. 꽃들이 시들거나 죽지 않도록 보관하고 관리하면서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판매해요. 꽃을 장식하고 포장하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적 요소와 여러 아이디어를 결합시켜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죠. 숍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웨딩 전문가나 행사장 전시 및 이벤트 전문 플로리스트 등 다양한 활동 분야가 있어요. 저는 로드숍을 운영하는 동시에 웨딩 부케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신부, 웨딩플래너와 호흡을 맞추죠.

 

어떻게 플로리스트가 되셨는지 궁금해요!
원래 어렸을 때부터 꽃을 좋아했지만 대학교에서는 인테리어를 전공하고 회사에 취직해서 일을 했죠. 막상 실무를 접하고 현장에서 일을 하니 회의감이 들더라고요. 이 직업이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길이 맞는지 의문도 들고요. 우울하고 힘든 마음을 떨쳐보고자 꽃을 만지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 작업이 정말 재미있다는 것과 제 마음이 치유되는 것을 느꼈어요. 하나님께서 이 일을 통해 제 마음을 위로하실 때 이 길을 계속 가고 싶다는 감동이 몰려왔죠. 다니던 회사를 포기하고 완전히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주님 앞에 간절히 기도하면서 용기를 냈어요. 주님께서 제 마음에 비전에 대한 확신을 주셨고, 두려움보다 그 확신이 더 커졌을 때 본격적으로 배움의 길에 들어섰어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가십걸> 등 유명 작품들의 파티 스타일링을 했던 회사 ‘도로스아넥스’라는 플라워 디자인 아카데미에서 마스터 과정을 수료했어요. 대사관 만찬, 하우스 가드닝, 잡지 촬영 등 여러 종류의 작업을 보고 배우며 첫 수업 때부터 저만의 포트폴리오를 준비했죠. 뒤늦게 찾은 길이고 확신이 있었기에 누구보다 열심히 했어요. 웨딩 부케 전문가로 일하게 된 것 또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는데, 우연히 가장 큰 결혼정보업체에서 부케 제작 제의를 받으면서 시작하게 됐어요.

 

어떨 때 가장 힘드세요?
꽃을 정말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도 많지만, 겉으로 보기에 예쁘고 화려해 보이는 모습만 동경하고 이 일을 시작했다가는 중도 포기하기 십상이에요.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요. 손을 많이 쓰는 직업이라서 365일 손이 갈라지고 물집이 잡히며 손목 관절이 망가지는 것에 낙심할 때도 있고요. 새벽 꽃시장에 가서 좋은 꽃들을 사려면 굉장히 부지런해야 하고, 청소나 꽃 관리 등 사소하게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이 많아서 의외로 스트레스가 많죠. 백조는 우아하고 품위 있게 물 위에 떠 있는 듯 보이지만 물속에서는 쉬지 않고 발장구를 치며 고군분투하잖아요. 플로리스트도 그래요. 또 예술가들의 기 싸움(?)도 세서 상처를 받기도 하고, 예민한 고객들의 항의에 위축되기도 해요. 자존감 지키기와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하죠. 영적 육적으로 많이 지칠 수 있는 직업이라 단단한 내면을 위해 신앙적으로도 훈련을 많이 받아야 하고 담대한 마음으로 임해야 하죠. 지치지 않기 위해서는 기초 체력도 좋아야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하게 되는 이 직업의 매력은 뭘까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죠. 텅 빈 공간에 꽃 하나로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거나, 꽃으로 사람에게 기쁨과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거예요. 아이디어를 내고 콘셉트를 잡은 후, 새벽 시장에서 꽃을 골라 다듬고 세팅해서 작품을 완성하면 정말 짜릿해요. 정성을 담은 작품을 내가 갖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줄 때 의미가 더해지고요. 작품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생명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들을 배우는 것도 무척 좋아요. 꽃이 신기하게도 제 기분을 다 알아요. 제가 우울하거나 슬프거나 짜증날 때 작업을 하면 줄기를 너무 오래 잡고 있어서 그런지 시들고 짓물러요. 그래서 아이를 키우듯 소중히 대하게 돼요. 무엇보다 가장 보람 있을 때는 고객에게 고맙다는 연락을 받을 때예요. 제가 작업한 부케 덕분에 행복하고 기억에 남는 결혼식이었다는 말을 들으면 그보다 더 감사할 때가 없죠. 제가 하는 일이 누군가를 기쁘고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에요.

 

어떤 자질과 준비가 필요할까요?
손재주도 필요하지만 타고난 컬러 감각과 센스가 더 중요해요. 어떤 색으로 꽃들을 섞고 매치해서 작품을 만드느냐에 따라 굉장히 느낌이 다르거든요.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서는 창의력과 공간을 창조하는 능력 그리고 시각적 감각도 뛰어나면 좋고요. 색채 감각이나 센스가 뛰어난 친구들은 컬러리스트 공부를 미리 해 두면 많은 도움이 돼요. 색종이를 놓고 상상하며 컬러 배열을 해 보는 것도 좋고요. 요즘에는 일반인들도 취미나 치료를 위해 클래스에 많이 참여하는데, 배움의 자리에 가서 꽃을 만져보고 익숙해지면서 ‘내가 정말 이 일을 사랑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면 좋겠죠. 확신이 선다면 전문 교육 기관에 등록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요. 앞서 말했듯이 운동과 체력 단련도 필수고요!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무슨 일을 하든지 긍정적인 마음으로 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남들과 경쟁하며 이기려고 하기보다는 이 일을 통해 하나님께서 나를 어떻게 다듬어 가실지, 또 어떻게 사용하실지 기대함으로 즐겁게 일하는 사람이 성공하기 마련이죠. 그러면 더 감사하며 책임감을 갖게 되더라고요. 무엇보다도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말씀을 묵상하며 버텼으면 좋겠어요. 저는 재능기부를 통해, 이 일을 배우기를 원하지만 기회를 얻지 못하는 분들께 봉사도 하고 싶어요. 제가 하는 일과 가진 은사는 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것임을 알기 때문에 전혀 아깝지 않죠. 많은 사람들의 관계와 삶이 틀어지는 이 시대에 살아가며 사랑과 생명이 담긴 꽃으로 진짜 소통을 만들어가는 것이 제 비전이에요. <큐틴> 친구들! 주변에 자신을 가치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름을 불러주고 의미를 부여해 주며 세상 곳곳에 ‘꽃’이 피어나도록 함께 기도하며 다가가기로 해요.^^Q     

 

Florist
플로리스트

하는 일
꽃을 상업적으로 이용해 포장, 판매하거나 장식함. 용도에 맞게 꽃을 연출해 부가가치를 창출함.
업무 수행 능력
색채 감각, 창의력, 미적 감각, 공간 구성 능력, 체력, 정교함, 손재주 등
되는 길
전문대학 및 대학교에서 관련학을 전공하거나 전문 교육 기관이나 평생교육원과 같은 사설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취득(자격증은 필수 조건 아님).
지식
미술, 식물 생리학, 화훼학, 디자인 등
관련학과
원예과, 화훼디자인과, 인테리어디자인과 등
자격 및 면허
화훼장식기사, 화훼장식기능사, 플로리스트, 컬러리스트, 파티플래너 자격증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