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2016년 02월

[임상심리상담가] 진정한 힐링은 따뜻한 말 한마디부터!

직업의 세계 백지희 기자

한때 우리나라를 휩쓴 ‘힐링’ 열풍 기억나니? 한차례 지나갔다곤 해도, 여전히 시중에 나오는 책과 매스미디어를 보면 위로를 찾아 헤매는 사람이 많아 보여. 사람들의 일상과 내면이 많이 무너져 있음을 보여 주는 증거겠지. 그렇지만 미디어에서 얻는 위로에는 진정한 생명력이 없어. 정말 우리를 회복시키는 건 누군가의 애정 어린 관심과 따뜻한 말 한마디 같은 인격적 관계 속에서 일어난다고. 진정한 힐링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임상심리상담가의 이야기 한번 들어 볼래?   


전세경 임상심리상담가는 단국대학교 한문교육과를 졸업한 후, 중·고등학교에서 한문 교사로 일했고 싱가포르 현지 여행사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백석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목회상담연구소에서 수련했으며, 중·고등학교 전문상담사로 근무했다. 백석상담대학원 가족상담학과를 졸업한 뒤에는 경기도 소재 보육원에서 임상심리상담가로 일하고 있다.


반갑습니다! 임상심리상담가라는 직업은 생소해요
임상심리상담가는 일반적인 상담사와 달리 표준화된 심리검사도구를 사용해 상담을 한답니다. MBTI나 지능검사, 로샤검사 등이 이런 도구에 속하죠. 이 도구들로 내담자의 심리를 검사하고 상담을 진행하면, 보다 철저하고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어요. 객관적인 자료가 바탕이 되니 상담과 치유가 더 원활해져요. 이런 정확성이 임상심리상담의 매력이죠. 저는 신학대학원과 상담대학원에서 공부하고 2009년부터 중·고등학교에서 상담사로 일하다가, 작년부터 임상심리상담가로 일하게 됐어요.

 

상담이라는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요?
원래는 중·고등학교에서 10년 넘게 한문을 가르쳤어요. 자연스레 많은 아이들을 만나게 됐는데 마음의 상처나 심리적 어려움 때문에 공부에 전념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마음에 걸렸죠. 가정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사회에서도 소외돼 자존감이 낮아진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까웠고, 예전의 제 모습 같기도 했죠. 그 아이들에게 중요한 게 무얼까 생각하다가 상담을 공부하게 됐어요. 이 분야의 전문가로 준비되면서, 저는 저 스스로를 더욱 알게 된 것 같아요. 제 은사와 재능을 비롯해 단점과 잘 모르는 점까지 발견할 수 있었고, 그걸 바탕으로 다른 사람도 더 정확히 볼 수 있게 됐죠.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과 힘든 순간은 언제인가요?
잘 웃지도 않고 지쳐 있던 아이들이 상담을 하면서 웃음과 말수가 점점 늘어나는 걸 볼 때 보람있죠. 이렇게 한 사람이라도 인정해 주고 관심 가져 주면 살아나는 아이들이 많아요. 졸업하고도 저를 찾아오고 연락하며 상담사의 꿈을 키우는 친구들도 있답니다. 하지만 자신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소중한 존재임을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를 함부로 대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 마음이 많이 아파요. 또 상황이 심각한 경우에는 부모님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직 국내에서는 상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아서 무조건 방어적으로 나올 때도 많죠. 그래서 충분히 치유될 수 있는 아이들이 오히려 악화될 때면 스스로 부족함을 많이 느껴요. 

 

상담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한 여학생은, 부모님이 이혼 위기에 있었고 아빠와 갈등이 깊었어요. 감정 기복도 심하고 진로를 고민하면서 자살을 시도할 만큼 많이 힘들어한 친구인데, 오랜 기간 상담하면서 많이 좋아졌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 아이가 계속 생각나는 거예요. 전화를 했더니 평상시와 달리 머뭇거리는 게 이상하다 싶었죠. 급히 만나 얘기를 들어 보니 신천지에 푹 빠져 있더라고요. 저와 오래 관계를 맺어 온 아이였는데도, 얼마 만나지 않은 신천지 사람에게 빠져서 저를 의심하고 마음을 터놓지 않더군요. 설득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어요. 그 아이에게 “신앙적인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동안 내가 너에게 잘못된 걸 가르친 적이 있었니?”라고 물었더니, “그렇지 않다”라면서 고민해 보겠다 하더군요. 감사하게도 그 친구는 그날 이후 다시는 신천지에 가지 않았고, 저랑 다시 꾸준히 만나라면서 대학교에도 진학하고 CCC에서 리더도 하는 등 많이 바뀌었답니다. 이처럼 신앙이 바로잡힌 일도 많죠. 

 

이 직업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요즘 이슈가 되는 충동조절장애나 분노장애 등은 과거에 없던 현상들이에요. 임상심리상담가는 시대에 따라 나타나는 정신적인 질환들과 다양한 심리도구들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죠. 그래서 경제적인 부담이 커요. 또 상담을 하다 보면 감정이입이 돼 전문가로서 갖춰야 할 객관성을 잃을 때가 있죠. 그럴 때면 내가 치유하겠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겸손히 성령님의 도움을 구해야 해요. 내담자가 스스로 견디고 성숙해질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하죠. 저는 순간순간 하나님께서 함께 앉아 계신다고 생각하며, 상담을 진행하려 노력해요. 또 내담자와 관계가 형성되면 꾸준히 복음을 전하죠. 저는 심리학이라는 도구로 상담을 진행하지만, 성경 말씀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있어요. 심리학은 참 매력적이고, 소위 쿨~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죠. 그렇지만 깊이 공부할수록 심리학은 말씀을 절대 따라올 수 없답니다. 사람을 치유하시는 분도 하나님이시니 자연스레 말씀을 기준으로 삼아 상담하게 돼요. 

 

어떻게 임상심리상담가가 될 수 있나요?
상담사를 꿈꾼다면,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처럼, 사람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해요. 공감과 경청은 훈련으로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기도로만 얻을 수 있죠. 또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고민하고, 자신에 대해 용감히 직면하면 좋겠어요. 저도 진로를 고민하며 정말 다양한 경험을 했어요. 신문 배달과 피자가게 아르바이트부터 하루에 7개씩 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있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할 때, 하나님께서 그 모든 과정을 합력해 사용하시는 것 같아요.

 

상담가님의 사명과 비전은 무엇인가요?
오랫동안 기도해 온 비전인데, 제가 상담 경험이 많고 교사와 사역자로서의 경험도 있다 보니 교육과 신앙, 상담이 어우러진 기숙형 학교를 세우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하나님께서 주신 기회들 안에서 잘 준비되면 좋겠어요. 이 땅의 아이들이 더욱 건강해지는 일에 쓰임 받고 싶답니다.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