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김미은 기자>
<큐틴> 친구들 혹시 마태복음 25장에 나오는 달란트 비유에 대해 들어 본 적 있어? 주인이 맡긴 달란트로 열심히 장사한 종들은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하지만, 달란트를 땅에 묻어 뒀던 종은 바깥으로 쫓겨나게 돼. 이 비유는 우리가 이 땅에서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것을 잘 관리하는 착하고 충성된 종, 즉 ‘청지기’ 의식을 갖고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이번 호 <큐틴>에서는 바로 이 청지기 의식을 갖고 고객의 자산을 성실히 운용하는 펀드 매니저를 만나 봤어. 잠재력을 지닌 신인을 발굴해 데뷔의 기회를 주듯이, 가능성 있는 기업에 가치 투자를 하며 최선의 결과를 일궈 나가는 최준철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펀드 매니저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 직업인가요?
펀드 매니저는 투자로 수익을 얻고 싶지만 전문성과 시간의 한계로 직접 하기 힘든 분들이 맡긴 자금을 대신 운용하는 일이에요. 자본 시장에서 펀드 매니저가 역할을 잘 수행하면 생산성이 높은 곳으로 자금이 흘러 들어가 효율적인 경제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지요.
제가 일하는 곳은 주식에 특화된 투자 자문사로, 개인 자산가나 기업인, 연기금(연금 자금), 해외 국부펀드 등의 자금을 맡아 운용하고 있어요. 한마디로 주인의 달란트를 맡아서 소유가 아닌 관리의 임무에 집중하는 ‘청지기’라고 할 수 있죠. 달란트 비유를 보면 주인이 달란트를 맡긴 상황은 같지만 종들의 행동은 달라요. 투자하지 않으면 몸은 편하겠지만, 아이디어와 재능이 있다면 올바른 방법으로 자금을 증식시켜서 선한 일들을 더 많이 할 수 있어요.
어떤 계기로 펀드 매니저라는 직업을 꿈꾸게 되셨나요?
어렸을 때부터 기업과 기업인들의 이야기를 읽는 게 좋았어요. 책을 읽어도 헨리 포드, 철강 왕 카네기, 삼성 이병철 등 기업인에 대해서만 골라 읽었을 정도로요. 회사를 세우고 싶어서 경영학과에 입학했지만 전공 공부의 한계를 느끼게 됐어요. 그러다가 학교 친구들과 주식 투자 동아리를 만들고 활동하면서 가능성을 가진 기업을 찾고 투자하는 일이 저와 잘 맞는다는 걸 발견했어요. 직접 회사를 세우지 않더라도 주식 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또 다른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죠.
일하시면서 하나님을 경험한 에피소드가 있나요?
평일 5일 동안 최선을 다해서 일하고, 주말에는 가족과 교회 사역에 우선순위를 두기 때문에 다른 일에는 가능하면 시간을 쓰지 않아요. 펀드 매니저는 기업인들과의 네트워크가 무척 중요한데 주말 골프 모임에 참여할 수 없어서 처음에는 ‘이러다가 사업이 안되면 어쩌나’ 하는 염려도 살짝 했어요. 하지만 주님께서 지금까지 큰 무리 없이 사업을 이끌어 주셨죠.
펀드 매니저는 온갖 정보를 챙겨야 해서 바쁘기도 하고, 매일 숫자로 표현된 성적표가 나오기 때문에 순간순간 짜증이 올라오곤 해요. 또 고객께서 믿고 맡겨 주신 그 신뢰에 보답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눌릴 때도 있죠. 그럴 때는 아침에 큐티했던 말씀을 떠올리며 기도해요. 또 자산 운용 업계에 종사하는 그리스도인들과 10년 넘게 성경공부 모임을 하고 있는데, 그곳에서 허심탄회하게 고민을 나누기도 해요.
펀드 매니저로서 겪었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려요
결과에 취해 교만해졌을 때, 하나님께서 겸손한 자세를 되찾도록 도와주셨어요. 2003년 회사를 창업한 후 2007년까지 정말 환상적인 수익률을 냈어요. 회사는 급성장했고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투자의 신’이라고까지 불리자 서서히 교만의 늪에 빠졌던 것 같아요. 그러다 2008년 세계적 금융 위기가 찾아왔고, 저 역시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어요.
언제 이런 상황이 끝날지 예측할 수 없어 더욱 막막했어요. 처음에는 문제를 외부에서 찾으려고 했는데 시선을 내부로 돌리고 스스로를 진단하면서 점점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어요. 당시에는 너무 아팠지만 돌아보면 그 시간은 축복이라고 고백해요. 그 시련이 없었다면 지금 저는 하나님을 쳐다볼 수도 없는 교만한 괴물이 됐을지도 모르겠어요.
이 일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재능과 자질은 무엇일까요?
지적 호기심과 학습 능력이 필요해요. 저 같은 경우는 하루에 복사 용지 박스 반 통을 채울 정도의 문서를 읽어요. 책도 일주일에 한두 권씩은 꼭 읽고요. 또한 물질에 대한 성경적 관점과 윤리 의식이 있어야 해요. 재능은 있지만 이 두 가지가 없어서 넘어지는 사람을 많이 봤어요. 한동대학교 주식 투자 동아리의 이름도 ‘청지기 학회’예요. 이 업(業)에 대한 본질을 잘 아는 사람들이 지은 이름이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맡은 것에 대한 성실한 태도’예요. 개인의 자산 증식을 넘어서 소명 의식을 갖고 임할 때 진정한 자산 운용가가 될 수 있어요.
구체적으로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경영학을 전공하면 더 빨리 입문할 수 있지만, 타 전공자라도 본인이 노력한다면 회계 등은 금방 습득할 수 있어요. 그보다 대학에서 먼저 주식 투자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적성에 잘 맞는지, 다른 친구들은 어떤 식으로 하는지를 체험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실제로 저희 회사의 애널리스트들도 전공은 제각기 다르지만 대부분 주식 투자 동아리 출신이에요.
한편 요즘에는 당장 학교를 그만두고 실전에 도전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하지만 자산 운용은 방대한 분야이기 때문에 당장 필요한 스킬을 쌓기보다 현명한 투자의 토대가 될 지식을 쌓는 편이 좋아요. 주어진 공부를 충실히 하면 궁극적인 목표로 향하는 길을 하나님께서 열어 주신답니다.
선생님의 소명과 비전을 나눠 주세요
올바른 방법으로 투자하고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냄으로써 주식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 싶어요. 더불어 그 과정에서 제가 믿는 ‘가치 투자’라는 전략,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까지 주식 시장에서 저평가된 소외된 기업의 주식을 알아보고 손을 내미는 일에 대해 널리 알리고 싶어요.
또 제가 존경하는 워런 버핏은 세계 최고의 부자이기도 하지만 이웃, 친구, 투자자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는 사람이기도 해요. 저 또한 저를 믿어 주는 고객, 주주, 직원들로부터 사랑받으며 일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저를 여기까지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서도 흐뭇하게 보시지 않을까요?
이 직업을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드려요
결과를 보고 성공을 쫓기보다 그 과정을 즐기고 본인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았으면 해요.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펀드 매니저를 택한다면 그것은 최선의 선택이 아닐 수도 있어요. 오랫동안 하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은 자기가 관심이 있는 일이면서 잘할 수 있는, 그 교집합에 있는 일이에요. 성공에 이르기까지는 무수한 과정을 거치는데 힘든 시간을 버텨 내려면 그 일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하거든요. 하나님께 받은 관심사와 특기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기도하며 여러 시도를 해 보길 바라요.Q
Fund manager
펀드 매니저
하는 일
기업의 경영 관련 정보를 제공해 투자자들에게 투자의 방향성을 제시함
업무 수행 능력
수리력, 판단력, 의사 결정 능력, 추리력, 논리적 분석, 전산
되는 길
관련 전공이 유리하며 해당 업계에서의 오랜 실무 경험이 요구됨
지식
경제, 회계, 수학, 법, 영어, 영업, 마케팅
관련 학과
경영학과, 경제학과
관련 자격증
투자 상담사 1~2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