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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월호 보기 손한나 (다음커뮤니케이션)
‘신카이 마코토’라는 이름만 들어도 뭔가 심장이 두근거리고 가슴이 설렜던 시절이 있었다. 사실 이 사람은 내가 만나 본 적도 없는 바다 건너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당시 그의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인 <초속 5센티미터>가 막 한국에 배급되던 때였다. 그는 연출, 극본, 편집, 작화, 미술까지 모든 작업을 혼자서 다 한다고 했다.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손으로 모든 그림을 그린다는 이야기도 들었던 것 같다.
당시 <초속 5센티미터>를 보려면 시간을 맞춰 서울 시내의 예술영화 극장을 찾아 다녀야 했다. 영화를 상당히 좋아하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 애니메이션은 입소문이 났고, 나 역시 친했던 대학부 선배와 극장을 찾았다.
영화는 남자주인공 다카키가 중학생, 고등학생, 직장인이 된 세 가지 시점에서의 이야기가 ‘기다림’ 이라는 주제로 묶여 있었다. ‘빛의 작가’라는 감독의 별칭에 어울리는 잔잔한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영상이 영화 내내 가득했다. 함께 영화를 봤던 선배는 남자 주인공에게 너무 감정이입을 한 나머지 그 여운에서 오랫동안 헤어나지 못했고, 나 역시 ‘신카이 마코토’라는 감독을 분명히 기억하게 됐다. 영화가 끝날 때 나오는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라는 노래와 영상은 아직도 가끔 찾아볼 정도로 인상적이다. 세월은 흐르지만 기억 속에 남은 ‘그때’를 다시금 떠올리는 따뜻한 시간을 가져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