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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월호 보기 손한나 (다음커뮤니케이션)
교실 안에는 보이지 않는 계급이 있다. 인기 좋고 잘 나가는 애들, 인기 좋고 잘 나가는 애들이랑 같이 놀고 싶은 애들, 그리고 뭔가(개그맨 박명수의 표현을 빌자면) 쭈구리같은 애들. 키리시마는 배구부 주장에 예쁜 여자친구를 둔, 잘 나가는 애들 중에서도 톱인 학생이다. 하지만 영화동아리 활동을 하는 료야는 은근히 친구들의 비웃음의 대상이 되는, 말하자면 쭈구리인 학생이다.
영화는 제목대로 키리시마가 잠적을 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키리시마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잘 나가는 애들 그룹’은 키리시마의 부재가 혼란스럽다. ‘키리시마의 여차친구’라는 타이틀이 전부인 듯한 리사, 야구부지만 진로에 대한 별다른 고민 없이 그저 적당히 키리시마와 어울리는 것이 다였던 히로키.
키리시마의 부재에 흔들리지 않는 건 료야와 그의 영화동아리 친구들뿐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영화를 찍기 위해 여전히 고군분투한다. 정말 좋아하는 일을 위해서라면 주위의 시선도 두려워하지 않고 돌진한다. 그리고 교실이라는 작은 사회 안에서, 끝까지 그들만의 계급투쟁을 멈추지 않는다. “우리들은 이 세계에서 살아나가야만 하니까!” 그들이 찍는 영화 속 대사는 의미심장했다.
영화가 끝나고 나니, 비로소 알게 됐다. 결국 주인공은 키리시마가 아닌 ‘료야’였다는 것을. 그리고 이 영화는 학창시절 쭈구리였던, 하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위대한 위너였던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라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