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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2월

[영화 소개] 세상 것들에 마음이 흔들릴 때 - 위대한 개츠비(2013)

과월호 보기 손한나 (카카오)

영화를 보며 철없던 내 젊은 시절을 떠올렸다. 스스로 돈을 벌기 시작한 지 몇 년이 지나 쓸 수 있는 돈이 학생 때보다 훨씬 많아진 무렵, 고급스러운 것과 맛있는 것과 ‘좋은’ 것을 제법 알게 됐을 바로 그 무렵, 나도 모르게 그 좋고 아름다운 것들에 취해 있었다.
학생 때는 그리스도인인 우리가 재물을 추구하거나 탐심의 노예가 돼선 안 된다고, ‘나’만 잘 먹고 잘사는 게 삶의 목적이 아니라고 누누이 배웠는데, 막상 사회에 나와 보니 좋은 것이 너무 많고, 그 좋은 것은 너무 아름답게만 보였다.
F. 스콧 피츠제럴드가 쓴 『위대한 개츠비』 는 미국 현대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바즈 루어만이 시각적으로 화려하게 각색한 이 영화는 초반의 다소 지루한 파티 장면들을 잘 넘기고 나면 제법 인상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데이지를 맹목적으로 사랑하지만 그 방식은 여전히 속물적인 개츠비. 그리고 어쩌면 개츠비가 사랑할 가치조차 없었던 데이지의 부박한 영혼. 그저 순간의 욕망에만 충실한 그녀의 모습을 경멸하면서도, 그 모자람 없고 화려한 삶, 걱정도 책임도 없는 가벼운 삶을 조금은 동경했음을 고백한다. 최고급 영국제 셔츠가 공중에서 흩날릴 때 나도 그 아름다움에 잠시 취했으니까…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이 삶의 허영을 어디까지 누릴 수 있을까. 이 땅에서 내게 허락된 좋은 것과 아름다움의 사치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영화가 주는 여운만큼이나 생각이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