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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3월

[영화 소개]타이타닉(1997)

과월호 보기 손한나(카카오)

 삶과 죽음의 경계 앞에서

아주 오랜만에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됐다. 아카데미 최다 수상작이란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여전히 재밌었다. 다만 영화가 내게 주는 메시지는 예전과 많이 달랐다.
‘영원으로 기억될 세기의 로맨스’라는 포스터 카피처럼 잭과 로즈의 러브 스토리, 그리고 젊은 시절 디카프리오의 미모(!)가 예전 감상의 주된 관심사였다면, 이번엔 ‘침몰하는 배에 탄 사람들의 면면’에 훨씬 더 눈길이 갔다.
침몰하는 배 안에는 다가올 죽음을 알면서도 끝까지 갑판에서 찬송가를 연주하던 악단과 물이 들어오는 객실에서 꼭 껴안고 잠들던 노부부, 여느 밤처럼 아이와 함께 침대 위에 누워 동화를 읽어 주던 엄마가 있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주체적으로 사랑과 삶을 개척해 나갔던 여주인공 로즈도. 마지막 호루라기 신에서는 예전에 알지 못했던 숭고함마저 느껴졌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가는 것과 죽음 앞에 두려움 없이 초연한 것.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이 둘은 너무나도 다른 방향이지만, 각각이 주는 울림의 크기가 동일함을 알기에 그 앞에서 우리는 그저 겸허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