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임준섭 목사 (샬롯츠빌한인교회, 분자생물학 이학 박사)
“으악~! 깜짝이야! 이게 뭐지?” 풀밭에 앉아 있던 명기에게 무엇인가가 튀어 올라왔어요. 깜짝 놀란 명기의 눈에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생물이 들어와요. 아이언맨 가면 같은 얼굴에 긴 뒷다리,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한 쌍의 더듬이를 가진 이 녀석은 다름 아닌 메뚜기예요. ‘어디에서 왔지?’라고 생각하는 사이에 메뚜기가 푸드득 날아가 버려요.
이로운 메뚜기
메뚜기는 요즘처럼 뜨거운 한여름 전후로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풀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무치나 방아깨비, 팥중이 등이 종종 메뚜기로 오해받기도 해요. 물론 생물 분류상 넓게 보면 모두 메뚜기과에 속하죠. 우리나라에서 메뚜기는 흔히 벼메뚜기라고 부르는 것을 의미해요. 메뚜기과에 속하는 곤충에는 여치나 땅강아지, 귀뚜라미 등이 포함돼요.
메뚜기는 오래전부터 식용으로 사용됐는데, 단백질 함량이 매우 높아서 고단백 식품으로 잘 알려져 있죠. 성경에서 메뚜기과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식용 곤충의 대표로 소개돼요(참조 레 11:22). 세례 요한도 광야에서 메뚜기와 석청을 주식으로 삼았다고 기록돼 있죠.
한편 메뚜기는 날개나 긴 뒷다리를 서로 비벼서 독특한 소리를 내요. 무더운 여름, 늦은 밤의 정취를 한껏 살려 주는 데 멋진 역할을 하죠. 그렇게 보면 메뚜기는 여러 가지로 인간에게 아주 이로운 곤충인 것 같아요.
메뚜기 떼의 재앙
하지만 때로 메뚜기는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되기도 해요. 메뚜기 한 마리의 크기는 몇 센티미터에 불과하지만, 엄청나게 많은 수의 메뚜기는 농작물에 큰 피해를 주기도 해요.
인류는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메뚜기 떼로 인한 피해를 받아 왔어요. 조선 시대에 메뚜기의 일종인 황충 떼로 인해 농작물에 피해를 입었다는 기록을 여러 군데에서 찾을 수 있어요. 지금도 아프리카나 서남 아시아 일대, 중동 국가 그리고 중국에서 종종 메뚜기 떼가 출현해 농작물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는 뉴스를 접할 수 있어요.
성경에도 메뚜기 떼의 출현이 큰 재앙으로 묘사되는 장면이 있어요. 이스라엘 백성의 출애굽을 막으려던 바로에게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 내리신 재앙이죠. 메뚜기 떼 재앙은 하나님의 열 가지 재앙 중 여덟 번째로 등장해요.
당시 애굽 땅에 내려진 메뚜기 떼 재앙은 “메뚜기가 애굽 온 땅에 이르러 사방에 내리매 이런 메뚜기는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었을 것”이라고 해요(참조 출 10:14). 또한 메뚜기 떼로 인해 애굽 땅에 채소와 풀은 물론 푸른 것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고 기록해요. 그 피해 규모가 워낙 커서 완악한 바로가 이 죽음의 재앙을 물리쳐 달라고 하나님께 용서를 구할 정도였죠.
내가 여호와인 줄을 알리라
성경 시대는 물론 지금과 같이 과학이 발달한 시대에도 여전히 메뚜기 떼와 같은 재해가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메뚜기 떼가 출몰하는 경우, 환경 오염이나 기후 변화 등의 원인을 제시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성경에는 출애굽 당시 메뚜기 떼 재앙은 하나님께서 몰고 오신 동풍을 통해 발생했고, 또 반대로 강력한 서풍으로 간단히 몰아내셨다고 기록돼 있어요. 온 세상 만물을 창조하시고 지금도 다스리시는 하나님께서는 메뚜기 떼를 통해 하나님만이 창조주이시고 참되시고 유일한 신이심을 사람들에게 보여 주시고자 하신 게 아닐까요?
메뚜기 떼 재앙을 애굽에 보내신 하나님께서 “너희는 내가 여호와인 줄을 알리라”(참조 출 10:2)고 하신 선포는 여전히 유효해요. 하나님만이 여호와이심을 믿고 그분의 위대하심을 전하는 <큐틴> 친구들이 되기를 소망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