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임준섭 목사 (샬롯츠빌한인교회, 분자생물학 이학 박사)
지민이네 가족이 오랜만에 나들이를 떠났어요. 아직 덥긴 하지만, 가끔 부는 시원한 바람에 절로 콧노래가 나와요. 그렇게 도착한 곳은 양 떼 목장! 매에~ 매에에~ 푸른 풀밭 사이로 수많은 양들이 놀고 있어요. 어? 그런데 자세히 보니 양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게 생긴 동물도 있었어요. 그 동물은 뭘까요? 바로 염소예요.
양과 염소는 친구 사이
성경에 나온 비유 때문에 양은 착하고 선한 동물이지만, 염소는 못되고 악한 동물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실제로 양과 염소 둘 중 어떤 것이 더 선하거나 더 악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양과 염소 모두 사람에게 큰 유익을 줘요. 특히 유대인과 같은 유목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소중한 가축이죠. 성경에 양과 염소가 종종 등장하는 것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친숙한 동물이기 때문이에요.
흥미로운 것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양과 염소를 함께 키운다는 사실이에요. 그 이유는 이스라엘의 광야지역에서 이 두 동물이 서로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에요. 예컨대, 양은 겁이 많고 눈도 안 좋기 때문에 염소가 길잡이 역할을 해 주고, 한꺼번에 양들이 풀을 너무 많이 먹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하죠. 이렇게 보면 양과 염소는 사실 서로에게 유익한 친구 사이죠.
비슷한 듯, 서로 다른 양과 염소
양과 염소 모두 소과(牛科, Bovidae)에 속하는 동물이에요. 그러나 유전적으로 볼 땐 제법 달라요. 같은 소과에 속하지만, 두 동물은 염색체(chromosome)의 숫자부터 크게 차이가 나죠. 양이 한 세포에 갖고 있는 염색체는 27쌍, 54개예요. 하지만 염소는 그보다 많아서 30쌍, 총 60개를 갖고 있어요. 염색체의 개수가 다르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교배해 자손을 낳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해요.
일반적으로 같은 종일 경우, 수컷과 암컷이 각각 염색체를 정확히 반반씩 자손에게 물려줘서 부모와 같은 염색체 개수를 갖게 돼요. 양을 예로 들면, 아빠 양의 정자와 엄마 양의 난자 세포가 각각 27개의 염색체만 갖고 있어요. 이 둘이 만나 하나의 세포, 즉 수정란이 만들어지는데, 여기에는 아빠 양의 정자에서 온 27개의 염색체와 엄마 양의 난자에서 온 27개의 염색체가 합해져 새끼 양이 54개의 염색체를 갖게 되는 거죠.
그런데 만약 정자는 양에서 오고, 난자는 염소에서 온다면, 정자 세포는 27개 염색체, 난자 세포는 30개의 염색체를 갖기 때문에 서로 수정되면, 57개의 염색체를 갖게 되는 거예요. 서로 짝이 맞지 않으니 제대로 자랄 수 없겠죠? 물론 드물게 잡종으로 태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설혹 그렇더라도 제대로 성장하기가 힘들고, 더 이상 자손을 낳는 것은 불가능해요.
구별되는 삶을 살아요
이스라엘에서 양과 염소는 비교적 쉽게 구별이 돼요. 양은 뿔이 없거나 비교적 작지만, 염소는 선명하게 뿔을 갖고 있어요. 털 색깔도 양은 하얗거나 노란 잿빛으로 비교적 밝은 편이지만, 염소는 검거나 어두운 계열이어서 쉽게 구별할 수 있죠. 성경에서도 양과 염소를 비유로 드는 가장 큰 이유는 이 둘이 쉽게 구별되기 때문이에요.
이처럼 마지막 때에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하나님의 자녀는 그렇지 못한 사람들과 분명하게 구별이 돼요(마 25:32~33). 이 땅을 사는 동안에도 마찬가지예요.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하나님의 자녀는 양과 염소가 분명하게 구별되듯이 세상 사람들과 구별된 삶을 살아야 해요.
구별된 삶이란 어떤 것일까요?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가난하고 병든 자, 과부와 고아, 그리고 나그네와 같은 사람들에게 선을 베풀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행동할 때 하나님께는 기쁨이 되고 세상 사람들은 우리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보게 되는 거예요. <큐틴> 친구들 모두가 이처럼 구별된 삶으로 하나님께 기쁨이 되는 자녀들이 되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