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홍진기 목사_ 사랑의교회
최근 영국의 종교개혁자이자 감리교회의 창시자인 존 웨슬리(John Wesley, 1703~1791)에 관한 몇 권의 책과 자료들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존 웨슬리의 생애와 그의 사역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는데, 특히 그의 전도와 양육과 목양 사역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그는 알려진 대로 탁월한 전도자였다.
그러나 그의 전도는 단순히 복음을 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고, 복음을 듣고 신자가 된 이들을 소그룹의 환경 속에서 양육해 ‘성숙한 신자’로, 더 나아가 ‘헌신된 사명자’로 이르게 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그는 회심한 이들에게 소그룹을 통해 양육할 환경을 제공해 주지 못하는 지역에서는 아예 전도설교를 하지 않았을 정도였다.
그는 성경의 모델과 사역의 경험을 토대로 회심-양육(소그룹)-사명의 과정을 시스템으로 만들어 오늘날까지 이르게 했다. ‘양육의 환경이 되지 않는 곳에서는 전도하지 않겠다’라는 존 웨슬리의 선언은 흔히 전도를 ‘불신자를 교회에 데리고 오는 것’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한국 교회의 일반적인 전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는 목회자와 교회가 불신자 또는 하나님을 떠나 있는 자들과 하나님 사이에서, 복음과 양육을 통한 연결자 역할을 위해 존재한다고 이야기했다.
양육의 첫 번째 열쇠, 새가족반
교회에는 다양한 삶의 배경을 가진 이들이 찾아온다. 첫 번째로 새가족반에서는 그들에게 공통적으로 복음에 대해 선명히 전달하고, 후속 양육 과정에서 각 개인이 살아가는 다양한 삶의 배경에 적합한 양육이 이뤄지도록 도와야 한다. 사랑의교회 새가족모임 역시 4주 동안 선명한 복음이 전달되도록 구성돼 있다. 매주 총 60~70여분 정도 진행하는데, 찬양 및 주제 영상(10분)-환영 및 기도(5분)-강의(45분)-광고 및 수료식(10분)의 순으로 진행한다.
1과에서는 ‘예수님은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담임목사의 ‘요한복음 강해 시리즈’ 설교를 요약 정리한 영상으로 주제 제기를 하고, 우리의 구원자이시며 믿음의 대상이신 예수님의 인성과 신성 그리고 구원 사역에 대해 초신자와 기존 신자가 모두 들을 수 있는 수준으로 강의를 한다. 이후 강의자의 인도에 따라 다 같이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초신자는 예수님을 영접할 수 있는 초청의 기도를 드리며, 기존 신자는 믿음을 더욱 확고하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2과에서는 ‘구원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담임목사의 ‘사도행전 강해 시리즈’ 설교를 요약 정리한 영상으로 주제 제기를 하고,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이유인 구원이 무엇이며, 하나님께서 어떻게 이뤄 가시는지, 그 구원이 내게 왜 필요하며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초신자와 기존 신자 모두 들을 수 있는 수준으로 강의한다. 그리고 강의자의 인도에 따라 다 같이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초신자는 내가 구원이 필요한 죄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며, 구원의 은혜를 구하는 기도를 드린다. 이때 기존 신자는 구원의 논리적 이해와 확신을 갖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3과에서는 ‘성경은 어떤 책인가?’라는 주제로 담임목사의 ‘여호수아 강해 시리즈’ 설교를 요약 정리한 영상으로 주제 제기를 하고, 약속의 책인 성경에는 어떤 약속들이 기록돼 있고 성취되고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기록됐기에 살아 계신 하나님의 말씀으로 우리 손에 들려 있는지, 그리고 그 말씀이 우리에게 어떤 역할과 능력을 갖는지, 초신자와 기존 신자가 모두 들을 수 있는 수준으로 강의한다. 이후 강의자의 인도에 따라 다 같이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초신자는 성경이 하나님의 살아 있는 말씀으로 믿어지고 들려지도록, 기존 신자는 하나님의 말씀에 더 깊이 나아가게 해 달라는 결단의 기도를 한다.
4과에서는 ‘교회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생명의 공동체를 세우는 40일’ 캠페인에서 열렸던 행사를 요약 정리한 영상으로 주제 제기를 하고, 교회의 성경적 정의는 무엇이며, 또 교회가 어떻게 신앙고백 위에 세워졌는지, 그리고 교회가 이 땅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성도가 교회 안에서 자라 가며 공동체를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초신자와 기존 신자가 모두 들을 수 있는 수준으로 강의한다.
이후 다 같이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초신자는 교회가 하나님께서 세우신 생명의 공동체라는 확신의 기도를, 그리고 기존 신자는 교회의 기능과 사명을 깊이 이해하고 교회를 사랑하도록 해 달라는 기도를 한다.
강의를 비롯한 모든 순서가 마친 후에는 새가족모임에 처음 온 1주차 성도들을 대상으로 10분 정도 따로 모임을 가지며 사랑의교회와 새가족모임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다. 그리고 4주를 마치고 수료하는 성도들을 대상으로도 10분 정도 모임을 가지면서 수료 이후 후속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별 소그룹모임과 교회 양육 시스템에 대해 설명한다.
4주 과정을 마치고 수료하는 성도들에게 ‘새가족모임을 마치며’라는 수료 카드를 작성하게 한다. 수료 카드에는 간략한 개인 정보, 신앙 이력, 새가족모임의 유익, 구원의 확신 여부와 이유, 이후 소그룹모임 참여 의사 여부를 기록하게 한다.
이 수료 카드는 그 주에 수료한 성도가 속한 교구 담당자에게 이메일과 함께 전달되고, 교구 교역자는 그 기록을 갖고 먼저 전화로 환영 인사를 한 후 일정을 잡아 심방한다. 교구 교역자는 수료 카드와 개별 심방을 통해 성도에게 적절한 후속 소그룹과 양육 과정을 안내하고 교구 내에서 목양한다.
양육의 두 번째 열쇠, 소그룹
새가족모임을 마치고 교회에 잘 정착해 양육 과정으로 순조롭게 연결되는 두 번째 핵심 키는 ‘소그룹 정착’이다. 사랑의교회는 그 소그룹을 ‘다락방’이라고 부르는데,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낮 다락방, 여자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여자 직장인 다락방, 남자를 대상으로 하는 남자 다락방,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신혼부부 다락방, 특정 사역과 직능별로 모이는 특별 다락방이 있다.
교구 교역자의 핵심 역할 중 하나가 교구 내 여러 다락방과 리더 및 구성원들의 특성을 파악해 새로운 성도들을 적절한 다락방에 연결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새가족모임에서는 교회 소개를 10여 분 정도밖에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교회를 처음 찾은 성도들에게 교회에 대한 많은 정보 전달은 효과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새가족이 소그룹 안에서 교회 평신도지도자와 다양한 연차의 다락방 식구들에게 교회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며 실제적이다.
다락방 속에서 관계를 통해 말씀과 성도들과의 교제와 교회에 대해 경험하게 되면 교회에 온전히 정착하게 되고, 그 다락방에 참여하는 자체가 이미 양육 과정 속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사랑의교회는 새가족반을 수료하면 다양한 방법으로 소그룹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 돼 있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새신자를 대상으로 교구 교역자가 지역의 소그룹으로 인도한다. 새가족에게 교회를 소개하거나 전도자가 본인이 속한 소그룹으로 새가족을 인도한다. 미처 소그룹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가 본인의 학습, 세례나 자녀의 유아세례를 신청한 성도가 있으면 그를 학습, 세례의 영적 후견인 제도를 이용해 소그룹으로 인도한다.
더 깊은 신앙생활과 사명 발견을 위해 제자훈련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소그룹 참여 1년을 필수 조건으로 해 소그룹으로 인도한다. 사랑의교회는 다락방에 나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소그룹을 강조한다. 소그룹은 새가족의 교회 정착과 영적 양육을 위한 필수 과정임을 교회 전체가 인지하고 있다.
양육의 세 번째 열쇠, 순장
새가족이 교회에 정착하고 양육이 이뤄지도록 소그룹에 연결하는 것만큼 중요한 세 번째 키는 순장이다. 모든 소그룹은 항상 새가족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소그룹의 인도자인 평신도지도자 순장은 소그룹 안에서 언제나 복음을 선명하게 전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소그룹 교재를 갖고 귀납적으로 말씀을 나누며, 적절한 시기와 방법으로 다락방에서 새가족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순장은 제자훈련과 사역훈련 2년 과정을 통해 말씀 안에서 선명한 체험적 복음을 경험하며, 또한 말씀과 경험을 다른 이들에게 효과적이며 실제적으로 전하는 소그룹 인도법을 배우고 실습한다. 또한 제자훈련과 사역훈련 후 추가로 전도폭발훈련 과정을 지원해 전도자로 무장된다. 다락방은 복음 선포의 산실이 돼야 한다. 소그룹에서 복음의 능력을 경험한 새가족은 그 교회에 정착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이유가 된다.
소그룹 인도자인 순장뿐 아니라 소그룹 구성원들인 순원들도 다락방에 새로운 가족을 위해 늘 기도하며 준비된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 사랑의교회는 1년에 한 번 대각성전도집회를 앞두고 ‘열린 다락방’이라고 부르는 주간을 진행한다. 말 그대로 불신자나 다락방에 아직 참여하지 못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기도하고 준비해 다락방에 초대하는 날이다.
이날을 위해 기도하며 준비하는 2~3개월 또는 그 이상의 기간 동안 매주 다락방을 진행할 때 빈 방석이나 의자를 준비해 놓고, 그 자리에 앉을 새 순원을 위해 기도하며 준비한다. 다락방에 새로운 구성원이 왔을 때 환영의 꽃을 전달하며, 수개월 동안 준비된 빈자리로 인도해 이 자리를 위해 다락방에서 얼마나 기도하며 준비했는지 함께 나눌 때의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양육의 네 번째 열쇠, 평신도
새가족이 교회에 정착해 제자의 길을 걷게 하는 네 번째 핵심 키는 평신도다. 새가족이 교회에 왔을 때 담임목사나 담당 교구 교역자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가족이 삶 속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하며 소그룹에서 만날 평신도들을 효과적으로 만나게 해 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어떤 교회는 새가족에게 담임목사나 교회에 대해 많은 자랑을 늘어놓기도 한다. 이는 오히려 새가족들이 담임목사나 교회에 대해 ‘아, 이 사람들은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구나’라는 거리감을 갖게 할 수도 있다.
교회는 새가족들에게 적절한 시기마다 적절한 평신도들을 만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새가족들이 공동체 안에서 혼자나 이방인이라는 인식을 빨리 벗어나도록 도와줘야 한다. 교회는 평신도들의 나이, 성별, 지역, 직업, 배경, 관심 영역 등 다양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새가족들에게 적절한 만남을 이어 줘야 한다. 또한 새가족이 너무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도록 적절한 시기를 고려해 만남을 이어 줘야 한다. 교회적으로는 시스템화 돼 있어서 단계별로 진행해야 하지만, 새가족들은 그것을 시스템이라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고 정교해야 한다.
이같이 교회에 새가족이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은 아이가 태어나 성장할 때처럼, 한 영혼의 소중함을 품고 목자의 심정과 뜨거운 열정에서부터 시작해 정교한 시스템으로 마무리돼야 한다.
홍진기 목사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했다. 현재 사랑의교회에서 목양3팀장과 남순장반, 새가족모임을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