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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우은진 기자
남편과 세 아이 모두 직장과 학교로 보내놓고, 빨래와 설거지, 은행에 가서 공과금을 내는 등 대충 오전 일과를 바삐 끝냈다. 간단히 점심을 챙겨 먹고 거실에서 차 한 잔을 손에 들고 앉은 천국교회 순장 구한나 집사. 오후 햇살이 얼굴 위로 따스하게 내리쬐는 것을 즐기다가 갑자기 상념에 젖어버렸다. 제자훈련을 받고 나서 남편은 물론, 아이들도 ‘우리 엄마가 달라졌다’고 놀라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의 세월이 훌쩍 흘러버린 것이다. 요즘 일주일에 한번씩 순장모임에 가면, 학교에 막 입학한 신입생처럼 순장이 된지 얼마 안 된 신임순장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볼 때 마다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나도 저만 때는 저랬었지’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요즘은 매주 금요일 열리는 다락방 모임이 점점 마음에 짐이 되고 있어 가까운 몇몇 이에게 기도제목을 부탁해 놓았다. 전처럼 모임이 신나지 않고, 순원들에게 전해줘야 하는 말씀도 내 삶과 따로 놀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순장이라는 직분이 주는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지난 주 모임에서도 앵무새 노릇을 했다는 찜찜함이 계속 마음의 문을 짓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가정 환경이 영적 침체기를 가져왔다?
내가 왜 이럴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영적 침체기를 맞은 것인가? 말씀이 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