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디사이플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지기는 부부나 친구, 스승과 제자 사이,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뿐만이 아니다. 제자훈련 인도자와 훈련생도 마찬가지이다. 더욱이 처음으로 교회 내에서 제자훈련을 시작하려고 할 때 어떤 사람들과 함께 훈련하느냐는 이후 훈련방향에 결정타가 될 수 있다. 제자훈련을 처음 시작하기에 앞서 어떻게 훈련생을 선발할지 개척 교회와 기성 교회로 나눠 선발 기준과 방법을 알아보았다. <편집자 주>
기성 교회에서의 훈련생 선발 기준 및 방법
송영의 목사 _ 진주교회
기성 교회에서 훈련생을 선발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기존의 보수적인 교회 전통과 새로운 역동적 제자훈련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전통적 목회에서는 목회자뿐 아니라 평신도들까지도, 평신도를 제자훈련 하여 담임목사의 동역자로 삼는 일을 경계할 수 있다. 평신도 자신이 깨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제자훈련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고, 때를 따라 주시는 은혜에 이끌려 제자훈련을 진행해야 한다. 제자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다. 훈련 진행 자체가 집중이라면 훈련생 선발은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그 중 이 글에서는 기성 교회에서 훈련생을 선발할 때 유의해야 할 몇 가지 사항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훈련생 선발의 최우선 순위
기성 교회에서 제자훈련생을 선발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작 시기의 선택이다. 경험적으로 볼 때 이것은 제자훈련 성공의 반 이상을 좌우한다. 이론적으로 기성 교회에서의 제자훈련은 성도들이 ‘왜 훈련하지 않느냐’고 요구하기 시작할 때 조심스럽게 시작해야 한다. 나는 담임목사로서 서로 다른 세 개의 기성 교회에서 제자훈련을 시작한 독특한 경험을 해보았다. 그러면서 때로는 이론과 현실의 조화를 느꼈지만, 때로는 이론과 현실의 부조화를 깨닫게 되었다.
한 교회에서는, 바로 전 담임목사가 제자훈련을 하던 젊은 사람들과 함께 교회를 분리해 나간 상태였다. 예상대로 그는 CAL세미나를 이수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성도들이 제자훈련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었다. 당회원들과 제자훈련에 대해 단단히 약속하고 교회로 부임했건만, 현장의 성도들의 벽은 높기만 했다.
그렇지만 갈라나간 교회와의 경쟁의식 속에, 새로 부임한 담임목사가 교회를 크게 성장시켜줄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래서 전도 집회를 계획하고 추진하는 가운데 전도지에 교회를 소개할 만한 내용이 예배 외에는 전무하다는 사실에 직면하여 당회와 상의하고 성도들을 설득했다.
전도지에 다양한 양육과 훈련 과정을 넣어 건강한 교회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7개월 후 제자훈련을 시작한 것이다. 그렇지만 준비되지 않은 토양 속에서 제자훈련이 뿌리내리는 것은 지극히 어려웠다. 기존에 있던 교인들의 불화가 제자훈련에서 불거져 천신만고 끝에 훈련을 마쳤다.
지금의 진주교회에서는 제자훈련을 시작하자는 요구를 은근히 기다리며 몇 달을 보냈다. 6개월가량의 동사목사 시절까지 합해 약 1년 동안 당회원들과 교제를 하며 기다렸지만 그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앞으로 1~2년 더 기다린다 해도 역시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전통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목회에 오랫동안 익숙해 있었기 때문에 성도들이 먼저 건의하고 무언가 일을 추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용단을 내려 당회원들에게 협조 양해를 얻고, 제자훈련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하나님의 은혜가 준비되어 있었다. 제자훈련 동안 장로들이 은혜를 많이 받고, 삶에 변화가 있었다. 장로 자신과 가족들의 간증이 큰 힘이 되어 그 다음 훈련생을 선발할 때는 많은 교인들이 지원하게 되었다.
개 교회마다의 상황은 너무나 다르다. 어떤 이론에 따라 부임 후 3년 동안 최대한 변화를 주려 하면 교회가 크게 반발할 수 있다. 반대의 어떤 이론에 따라 3년이 지난 뒤에 새로운 것을 시작하려 하면 서로가 너무 익숙해져서 신선한 변화를 유도해낼 힘을 잃게 될 수 있다. 관건은 변화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느냐 하는 교회의 상황과 성도들의 성향이다. 기도 중에 자기 교회와 가장 알맞은 시기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훈련생 선발의 차선 순위
제자훈련은 고난이도의 수련을 거치는 과정이므로, 이 과정을 거치지 않는 사람들은 성도들 사이에서 서서히 뒤로 처지게 된다. 제자훈련이 조금만 성공적으로 진행되어도 단 두어 달 만에 얼마든지 이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 그때 기존 중직들의 권위 유지의 여부가 문제시 된다. 제자훈련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은 점점 입지가 좁아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제자훈련을 뒤집을 만한 그 어떤 영적 권위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는 없다. 이때 자칫 잘못하게 되면 그들을 중심으로 헤게모니 쟁탈전이 벌어지게 된다. 따라서 훈련생 선발에 있어서 기존 구역장들, 안수집사와 권사 등의 중직들, 특별히 당회 장로들이 절대 소외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현명하다.
한 교회에서는 장로들의 생활 형편 등 여러 가지가 여의치 못했다. 특히 많은 빚을 갚기 위해 일하느라 주일 성수도 제대로 못하던 선임 장로는 주일이나 주중에 시간을 전혀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나머지 장로들과 훈련을 실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장로 자신들도 제자훈련을 받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장로들은 형편이 되면 제자훈련하기로 협의하고, 일반 성도들을 대상으로 먼저 제자훈련을 시작하게 되었다.
담임목사가 제자훈련하게 되면 장로들과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신뢰할 만한 부교역자를 통해 시작했다. 그러나 시작하자마자 훈련생들이 은혜를 많이 받게 된 것이 화근이 되었다. 직분 없는 성도나 서리집사가 은혜 받고 신앙이 성장하고 있다는 소문이 조금씩 퍼져나가면서, 장로들이 뭔가 위기위식을 가지게 되었고, 결국 목회 자체에 위기가 되었다. 기성 교회에서는 시무장로를 먼저 제자훈련하지 않으면 어떤 식으로든지 거의 실패하게 된다.
진주교회에서는 철저하게 시무장로 중심으로 제자훈련을 먼저 시작했다. 시무장로가 22명이었으므로, 2반으로 나눠 훈련했다. 중간에 장로 전원을 한 반으로 편성해서 훈련하자는 건의도 있었지만, 그것은 규모가 중그룹이므로 원칙대로 두 반의 소그룹으로 나눠 훈련을 실시했다.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그 결과 시무장로들이 모두 다 제자훈련을 1기로 졸업함에 따라, 나머지 중직들도 훈련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제자훈련 자체가 교회의 대세가 되었다.
훈련생 선발의 중요한 팁 2가지
첫째, 고령화되어 가는 사회적 추세 속에서 훈련생을 선발할 때 은퇴자들을 배려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이때 은퇴자는 기존 시무자들과 별도의 반으로 구성해야 한다. 예전의 한 교회에서는 은퇴자와 나이 많은 사람들을 위해 ‘쉬운 제자훈련반’을 실시했다. 그들은 처음 제자훈련에 대해 겁을 먹었지만 일대일 양육 교재로 조심스럽게 시작하니 흥미를 붙이며 따라왔다. 그 반 전원이 졸업했다.
최고령의 제자훈련 졸업자는 84세의 권사였다! 그 결과 나이 많은 사람들도 제자훈련을 받았다는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고, 후원자가 되어 주었다. 그렇지만 건강이 여의치 못한 사람들에게는 최대한 권유를 하지만 억지로 참여하도록 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자신의 건강 때문에 참여하지 못했으므로 비판 세력이 되지는 않았다.
둘째, 교회나 당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 온 시무장로와 다른 직분자들을 한 반으로 삼는 일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훈련 중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거나 오답을 말하게 된 장로는 어떤 식으로든지 다른 성도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체면이 손상되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성숙하지 못한 성도들은 그런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 결과는 어렵지 않게 짐작이 갈 것이다.
훈련생 선발에서의 자원과 권유
기성 교회에서는 각 구역이 아직 양육 중심의 다락방으로 편성되어 있지 않으므로, 기존 구역이나 구역장을 통해 훈련생을 모집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 대신 전 교회에 공개적으로 훈련생 모집 공고를 하고, 구역장들에게도 참여하라고 지속적으로 공개 권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평신도들이 스스로 제자훈련으로 오기가 의외로 쉽지 않으므로, 담임목사나 부교역자가 헌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하여 강하게 권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모든 기존 구역장, 중직자들에게 약하더라도 형식상 한두 번의 개인적인 권유를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래야 필요한 사람들에게 권유하는 것이 편파적인 행동이라 비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강한 권유의 대상은 우선 교회의 여러 가지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라야 한다. 될 수 있으면 긍정적인 사람들이라야 한다. 처음 시작의 단계이므로 부정적인 사람들이 끼게 되면 자칫 전체 분위기가 부정적으로 끌려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 월터 헨릭슨이 『훈련으로 되는 제자』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하나님께서 성경에서 제시하신 삶의 목표를 자신의 삶의 목표로 받아들이는 사람, 어떤 대가라도 기꺼이 지불할 준비가 된 사람, 하나님의 말씀을 사랑하는 사람, 육체를 신뢰하지 않는 사람, 독립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 쓴 뿌리의 올무에 걸리지 않는 사람 등의 조건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 요소들을 다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그렇다면 제자훈련이 필요 없는 사람일 것이다) 이런 요소들의 씨앗을 보이는 사람을 찾아야 할 것이다.
훈련생 선발과 가정 방문
개별로 가정 방문을 하게 되면, 방해받지 않고 제자훈련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깊이 있게 나눌 수 있다. 또 훈련생들의 삶을 공유하고 서로 섬기는 봉사를 위해 가정 오픈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훈련생을 선발할 때 가정 방문은 이처럼 훈련과의 연결선 상에서 실시되어야 한다.
담당교역자는 훈련을 위해 그 가정을 개방할 때 문제가 있을 수 있는지의 여부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가정 개방 시 환경이 좋은 경우 본인이 직접 식사 등을 준비해 섬길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 환경이 좋지 않은 경우 또 나름대로 가능한 문제점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가정 개방 여부는 선발의 조건이 될 수 있지만, 환경 여부가 선발의 조건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가정 방문은 훈련생이 이성일 경우에 반드시 담당교역자가 이성의 동반자와 함께 방문해야 한다. 물론 동반자는 다른 제자반을 인도할 교역자인 경우가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교구 담당 교역자,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순장이어도 무방하다.
기성 교회에서는 이런 개인 접촉이 오히려 역작용이 될 수도 있다. ‘저 집은 편애해서 심방을 한 번 더 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므로 상황을 잘 판단하여 적절히 조정해야 할 것이다. 도저히 상황이 되지 않을 때는 교회에서 방해를 받지 않고, 상담할 수 있는 한 장소를 선정하는 것도 차선책으로 선택할 수 있다.
면접 때의 확인 사항
면접 때는 꼭 훈련 신청자의 기본적인 인적 사항이 있는 제자훈련 신청서를 가지고 간다. 거기에 다음과 같은 사항을 추가로 꼭 확인해 본다. 일반적인 사항들로 구원의 확신, 교회의 각종 집회(특히 다락방) 참석 여부, 신앙경력(수세 연도, 직분 연도, 교회 봉사 여부) 등에 대해 확인한다. 또 가족과 관련해서 배우자 동의 여부, 집안의 걱정거리, 관계 문제나 훈련에 방해될 만한 사항, 가족의 건강상태, 가정의 기도제목 등에 대해 확인해 본다.
그리고 훈련에 관해서는 먼저 개인적인 면에 있어서 훈련 신청 동기(억지 여부), 본인이 주중에 정기적으로 하는 일(취미, 강습, 모임 참여 등), 훈련 기간 중 외국이나 지방으로 이사 여부, 건강(기도, 성경, 과제 등에 하루 3시간 이상 투자하고, 훈련 시 3시간 이상 연속 앉아 있을 수 있는지), 거리끼는 것(남에게 큰 손해를 끼친 것, 술, 담배, 제사 등)이 있는지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훈련 규칙을 알려주고 준수 여부를 확답 받아야 한다. 제자훈련을 최우선 순위 즉, 삶의 영순위로 삼을 수 있는지, 자신과 가정의 오픈, 결석 규정, 과제, 주일 성수, 모든 예배 출석, 전도를 비롯해 어떤 어려운 숙제든 할 것 수락 등에 대해 확인해 본다. 이에 대해 분명한 확답을 받든지, 아니면 다음에 그 문제들이 정리되면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권유하는 것이 좋다.
이런 사항에 대해 심문하듯이 하면 안 되겠지만 정확하게 물어보고 체크해야 한다. 아예 적절하게 정리한 양식을 하나 만들어서 본인이 직접 기록하도록 부탁하면 좋다. 이런 사항을 확인하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제자반에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크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나치게 무관심한 사람 역시 과제를 게을리 할 소지가 있는 사람이다.
기성 교회에서의 제자훈련생 선발은 교회마다 상황이 달라, 어떻게 보면 정답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것을 말하자면, 시작 시기는 교회에 따라 다르지만 너무 빠르지도 늦지도 않도록 아주 예민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훈련생 선발에서는 지금까지 여러 형편으로 교회에서 앞장서던 사람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특히 시무 당회원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훈련생 선발에서는 자원과 권유를 적절히 섞어서 할 필요가 있다. 이 모든 것에 더하여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더해져야 할 사항이 있다. 잘 아는 것처럼 그것은 기도다. 기도 없는 선발은 인간적인 수완에 그치게 될 것이므로 최대한 경계해야 할 것이다.
개척 교회에서 훈련생 선발 기준 및 방법
임종구 목사 _ 푸른초장교회
2월은 제자훈련 목회자들에게는 언제나 출발점이 되는 달이다. 제자훈련은 한해 농사와도 같다. 농부가 일 년 농사를 위해 종자와 땅을 예비하고 연장을 수리하는 것과 같이 제자훈련을 하는 목회자는 훈련생의 선발에서부터 면접, 오리엔테이션, 제자훈련 입학예배를 드리는 모든 준비로 바쁜 시기이다.
제자훈련은 여타 목회프로그램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제자훈련은 곧 목회철학이고, 목양에 있어 가장 큰 그림이다. 제자훈련에서 배출되는 훈련생들의 변화와 성숙이 곧 목회의 미래의 그림을 바꾸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가르친 학생은 교정을 떠나 상급학교로 나아가지만, 목회자에게서 훈련받은 훈련생들은 앞으로 목회자와 함께 교회에 남아 하나님 나라를 건설해야 할 인재들이다. 그러므로 제자훈련의 중요성에 방점이 찍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미 역사 있고 체계가 잘 갖추어진 기성 교회보다 개척 교회에서의 제자훈련은 또 다른 중요성을 지닌다. 특히 1기에서부터 5기 정도를 배출하고 나면 앞으로 목회에서 얼마나 큰 농사를 지을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즉 개척 교회의 경우, 초기 제자훈련이 그 교회의 내일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에 올라보면 벌써 등산로 주위에 희망에 찬 봄을 준비하는 생명의 몸부림을 볼 수 있다. 나는 이 봄과 함께 제자훈련을 준비하는 부푼 꿈을 지닌 개척 교회 목회자들을 위해 훈련생의 선발과 기준 그 방법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어떤 사람들과 제자훈련을 할 것인가?
빌 하이벨스는 자신의 35년 사역에서 발견한 원리를 담은 『액시엄』이라는 책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하나님 나라를 위한 드림팀을 짜는 데 거의 30년이 걸렸다. 드림팀이란, 나와 함께 장기적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기쁘게 사역할 사람들로 구성된 팀을 말한다. 그 기간에 나는 구성원으로서 가장 중요한 자격 요건을 늘 머릿속에 구상하곤 했는데 결국 간단하게 세 가지로 귀결되었다. 성품(Character), 역량(Competence), 그리고 인화(Chemistry)가 그것이다.”
그는 첫째 조건인 성품 테스트에 통과해야만 그 다음 역량과, 인화가 비로소 의미가 있게 된다고 말하면서, 사람을 선발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성품이라고 말한다. 개척 교회의 경우, 목회자는 참으로 드림팀을 꿈꿀 것이다.
“나에게 죄 외에는 두려운 것이 없고, 하나님 외에는 원하는 것이 없는 백 명의 사람이 있다면 지옥의 문을 흔들어 놓을 수 있고 이 땅 위에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할 수 있습니다.”라는 존 웨슬리의 이야기처럼 오늘 개척 교회 목회자들 역시 이런 상황 아래서 목회하기를 원할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개척 교회 제자반이야말로 하나님의 드림팀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과 제자훈련을 할 것인가?’는 곧 ‘어떤 사람들과 목회를 할 것인가?’와 동일한 질문이 될 수 있다. 개척 교회의 경우, 초기 제자반 출신들이 교회의 중직자가 되고 영향력을 지닌 평신도 지도자가 되기 때문에 목회자는 단순히 양육프로그램 진행 차원에서 훈련생을 선발하기보다는 큰 목회를 염두에 두고 훈련생 선발에 임해야 한다. 훈련생 선발은 평소 교우들의 신앙생활을 자세히 살피는 것으로부터 출발된다.
디모데전서 3장 10절에 교회에서 리더를 맡길 사람을 뽑을 때 “시험하여 보고”라는 단서를 단 것처럼 훈련생은 어떤 형태로든지 검증되어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사람을 건물의 기둥감으로 여기고 건축을 진행한다면, 출발에서부터 어긋난 것이다.
때문에 목회자가 차기 훈련생으로 염두에 둔 사람들이 있다면 임시적이거나 제한적인 일에 그들을 투입해 보는 것이 좋다. 그들이 즐거움으로 일하는지, 일하는 스타일은 어떤지, 하나님 나라의 열정, 또 위기나 문제 대처 능력은 어떤지를 지켜볼 기회가 될 것이다.
나는 제자반에서 사역반으로 올라갈 훈련생을 선발하기 위해 매년 이 방법을 선택해 왔다. 가령 ‘유학생의 밤’을 제자반이 주도하여 개최하게 한다. 그리고는 지켜보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해는 사역반을 예결산위원회의 감사팀으로 세워본 적도 있었다. 결과는 고통스러웠지만, 사람은 즉흥적인 느낌만으로는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2년여의 제자반, 사역반으로도 다 알기 어렵다는 교훈을 얻었다.
또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검증 없이 절대화해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여러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라면 분석이 필요하다.
나는 개척 교회 목회자들에게 훈련생 선발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성품과 인격, 스타일을 일차적 고려사항으로 삼으라고 충고하고 싶다. 부정적이거나 과거 지향적이거나 자기 의(義)에 몰입된 사람은 다른 기초양육체계를 통해 만나도록 하고, 긍정적이고 겸손하며 동시에 열정과 믿음을 가진 사람들과 제자반의 첫해를 맞이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일차적 고려사항이 내적 소명의 차원이라면 이차적 고려사항은 외적 소명의 차원이라 할 수 있다. 제자훈련의 목표는 잠자는 평신도로 하여금 하나님 나라 건설의 주도적 사명자로 변모시켜 사도성을 부여 받은 사역자로 세우는 데 있다. 하나님께서 바울이 가진 시민권조차도 요긴하게 복음전파에 사용하셨다면, 훈련생들이 지닌 이력과 경력, 사회적 위치는 경우에 따라서는 아주 유익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나의 경험상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훌륭한 훈련생들이다. 이들은 이미 건강한 가정생활, 부부생활, 자녀교육 등을 훈련 이전에 자신들의 역량으로 이루어내었다.
그리고 마지막 고려사항은 하나님 나라에 대한 이들의 반응이다. 제 아무리 좋은 모습을 지닌 사람이라도 하나님 나라에 대해 무관심하다면, 그 사람의 이력서만 보고서 훈련생으로 삼을 수는 없다. 교회를 사랑하고 자신을 하나님께 드리려는 마음은 목회자의 눈에 쉽게 포착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 선발할 것인가?
개척 교회의 경우, 훈련생 선발에서 겪는 첫 난관은 훈련생 대상의 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자훈련은 결코 원칙 없이 시작되어서는 안 된다. 대상자가 없으면 기초양육을 실시하여 그것으로 준비된 훈련생들과 제자훈련의 첫해를 맞아야 한다. 마태복음 7장 17절에서 “좋은 나무마다 아름다운 열매를 맺고 못된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나니”라고 했다.
개척 교회 목회자는 기초양육으로 훈련생을 준비시키는 단계에서부터 훈련생 선발의 기준을 메뉴얼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리고 평소에 자주 언급하여서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 사람이 어떤 방법으로 선발되어 제자훈련에 들어가는지를 알게 할 필요가 있다.
첫째, 훈련생 선발의 원칙은 공개적이어야 한다. 교회 차원에서 주보에 광고를 내고 훈련생을 모집해야 오해가 없다. 제자훈련을 한두 해하고 그만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교회가 정한 훈련생 선발의 기준에 적합한 대상자들에게 지원서를 제출하게 하고, 본격적인 훈련생 선발에 들어가게 되는데,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대상자의 가정을 직접 심방하는 것이다.
심방을 통해 제자훈련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가정적으로 제자훈련 받을 환경이 되는지, 배우자의 적극적인 동의가 있는지 등의 여부를 보게 된다. 지원자 심방은 이런 상황을 살펴보는 것 이외에도 훈련생으로 하여금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된다.
나의 경우 지원서를 낼 때, 순장과 배우자의 추천서를 반드시 첨부하게 한다. 추천서를 받는 것은 훈련생 선발이 투명한 절차를 거친다는 것과 이 과정을 통해 훈련생은 부족한 자신을 바르게 세워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가정심방이 끝난 후 모든 지원 자료를 검토한 후 개별상담을 하게 된다. 개별상담 시 미리 받은 ‘지원동기서’를 중심으로 구원의 확신과 교회관, 사명과 비전 등을 점검하고, 무엇보다 훈련 지원자가 훈련을 받을 환경이 되는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훈련에 임하고 있는지를 최종확인하게 된다.
둘째, 훈련생 선발의 환경적 요인을 살펴봐야 한다. 가령 건강 문제, 경제적 불안이나 어려움, 심각한 가정 문제가 있거나, 자녀가 고3 수험생이나 신생아인 경우는 현실적으로 정상적인 훈련을 받기가 어렵다.
이런 훈련생은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이 떨어진다. 그러면 다른 이에 비해 숙제가 적게 나간다든지 기타 활동에서 제약을 받게 되어 형평성의 문제가 생긴다. 직장인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이 경우에는 직장과 비직장인을 구분해서 반을 편성하는 것이 좋다. 등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을 훈련생으로 받는 것은 좋지 않다.
셋째, 훈련생 선발에 본인의 자발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등 떠밀려서 억지로 지원한 훈련생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래서 선발과정에서 지원자의 지원동기가 무엇인지는 참으로 중요하다. 지원동기가 곧 훈련의 결과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다소 복잡한 지원 절차와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훈련과정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자원했다면 이미 준비된 훈련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타의에 의해 지원한 경우 수업참여, 숙제, 활동에서 수동적이거나 거의 따라오지 않고 결국 낙오할 확률이 높다.
제자훈련은 훈련생 선발에서 승부가 끝난다.
훈련생 선발이 끝나고 대상자가 정해지면 입학예배까지 읽을 독서과제물을 미리 내주고 준비하게 한다. 이때 입학하는 훈련생들에게 과제물 노트와 ‘하나님 앞에서’ 체크리스트, 탁상 이름표 등이 담긴 작은 필기구 등을 포장해서 선물로 주면 지원자들에게는 큰 격려가 된다.
제자훈련에서 훈련생을 선발했다면, 이미 반농사를 지어 놓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나는 40기 제자훈련지도자세미나를 받았는데, 지금도 머리를 떠나지 않는 것은 제자훈련은 훈련생 선발에서 승부가 난다는 말이었다.
부족한 사람을 내가 변화시켜 놓겠다는 것은 교만이다. 이미 하나님이 예비해 놓으신 준비된 사람을 선발해야 한다. 인도자는 준비된 사람을 더욱 변화와 성숙으로 이끄는 인도자일 뿐이며, 그 변화와 성숙은 말씀과 성령의 개입으로만 가능한 것이다.
훈련생 선발은 목회자에게 있어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일인가? 특히 개척 교회 목회자의 경우, 훈련생 선발만으로도 이미 큰 축복을 받은 것이다. 사람을 세우는 일에 고도로 집중된 태도로 나아갈 때, 몇 해가 못 되어 교회는 잠에서 깨어난 평신도들이 아름답게 사역하는 건강한 교회로 변화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출발은 훈련생의 선발에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