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정우길 목사 _ 예수비전교회
순장 사역의 경험이 많아질수록 신앙 인격의 성숙은 물론, 순장 사역에 대한 높은 헌신도를 보이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목회 현장에서는 이론과 실제가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 순장들이 영성을 유지하며 사명감으로 헌신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것은 담임목사의 몫이다.
순장 교육의 성과는 목회자의 영성에 의해 결정
순장 교육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는 제자훈련을 통한 소그룹 목회를 하는 목사에게 늘 떠나지 않는 고민거리이다. 순장 교육의 성과는 목회자의 영성 있는 말씀과 능력 있는 기도에 의하여 결정되기 때문이다.
34년 된 전통 교회에 부임한 후, 곧바로 제자훈련을 시작했다. 장로반, 안수집사반, 권사반, 기존 구역장반 등 4개의 반을 정신없이 달려, 큰 어려움 없이 1기 훈련을 마쳤다. 서둘러 기존 구역예배 체제를 말씀 나눔 중심의 다락방 체제로 바꾸고, 소그룹 모임 명칭도 구역예배에서 다락방 모임으로 변경했다.
1기 제자훈련 수료자들 가운데 지도력과 가르치는 은사를 갖춘 순장들을 임명하여 다락방에 배치했지만, 조직과 이름만 바뀌었을 뿐 다락방 모임은 여전히 전통 교회의 구역예배 형식을 탈피하지 못했다. 순장 교육을 통해 귀납적인 성경공부 방법으로 말씀을 나누었지만, 전통예배 방식에 익숙한 순장들은 여전히 일방적인 설교나 훈계방식으로 다락방을 인도했다.
제자훈련 과정에서 익숙해진 개인 경건생활도 기대만큼 지속적이지 못했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순원들을 돌보는 순장 사역을 부담스러워하는 순장들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결국 예수비전교회 부임 후, 첫 안식년을 맞이할 즈음에는 여러 명의 순장들이 감당해야 할 사역의 짐에 눌려 순장 사역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무엇이 이들을 영적으로 지치게 했을까?’ 순장 교육의 한계를 극복할 해법은 제자훈련의 기본 원리에서 찾아야 한다. 훌륭한 지도자는 모범을 통해서 훈련생들을 훈련시킨다. 훈련생들은 지도자의 가르침을 듣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삶을 보고 배운다. 모범을 보여야 할 담임목사의 영성이 곧 순장의 영성이다.
개인적인 영성이나 은사가 뛰어난 순장이라 할지라도 담임목사가 보는 목회적 안목을 뛰어 넘기란 쉽지 않다. 목회자의 영성과 목회적 안목은 순장을 통해 다락방에 가감 없이 전달된다. 담임목회자의 목회 철학이 순장의 관심사가 되고, 순장의 관심사가 곧 그 다락방과 순원의 관심대상이 된다. 결국 순장의 문제는 담임목사로부터 출발한다.
제자훈련을 마친 순장들을 위한 후속 교육의 방법과 내용을 놓고 지금도 씨름하고 있다. 순장들이 영적 침체나 탈진상태에 이르지 않고, 지속적인 자기 성장을 가질 수 있는 실제적인 순장 교육방법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순장들로 하여금 작은 목사로서의 자발적인 헌신과 소명감을 유지하도록 할 수 있을까? 제자훈련 하는 각 교회마다 독특한 목회적 토양이 있기 때문에 모든 교회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순장 교육 모델은 없다.
순장들의 영적 회복을 위한 방법들
이 글에서는 자신감을 잃고 영적 고갈상태에 빠진 순장들의 영적 회복을 위해 고민했던 결과들을 나누려고 한다.
첫째, 순장의 영적·지적 능력에 대한 현주소를 파악하기
순장을 통한 소그룹 목회로 정착된 교회의 순장 사역평가 자료를 보면, 담임목사의 기대에 부응하는 순장은 불과 40~50%였다. 예수비전교회의 순장현황을 분석한 결과, 참고했던 교회의 통계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예수비전교회의 제자훈련 수료생중 과거나 혹은 현재 순장으로 섬기는 비율은 수료생의 40%정도이다. 그 중 목회자가 기대하는 영성과 지성, 그리고 영혼을 돌보는 사역에 헌신적인 건강한 순장의 비율도 40%미만이다.
통계가 보여주듯, 담임목사는 사역을 잘 감당하는 적은 수의 순장들이 지속적으로 영적 은혜를 유지시키도록 지원함과 동시에 순장 사역의 짐이 버거워 지쳐 있는 다수 순장들에게 용기와 힘을 북돋워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순장의 역량에 맞는 지식적인 교육 내용을 개발하는 것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담임목사의 인격과 영성이 배어 나오는 가르침을 준비하는 것이다.
둘째, 순장 교육을 위한 목회자의 자기 준비
1) 진솔한 마음을 준비하라.
목회자가 순장들과 대화할 때 어느 정도까지 마음을 열어야 할지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담임목사는 순장과 더불어 전반적인 목회 이야기나 목회자의 사생활은 물론 쉽게 열기 어려운 마음의 짐까지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제자훈련을 통해 마음열기에 훈련된 순장과의 만남일지라도 목회자 자신을 오픈하는 경계선은 지혜롭게 선정해야 한다.
목회자는 솔직하고 정직한 성품을 간직해야 한다. 거짓이 없는 목회자 이미지는 순장의 신뢰를 끌어낸다. 진실은 모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목회자의 진솔함이 마음열기의 표준이 되어야 한다. 때로는 속마음을 나타내지 아니하고 표정을 관리하는 ‘포커페이스’가 필요할 때도 있다. 목회자가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모든 성도들을 향해 균등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성숙한 인격의 한 면일 것이다.
하지만 조금은 역설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종종 목회자가 자기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전달할 때, 정직하고 진솔한 목회자로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미성숙함으로 비추어 질 수 있다. 그러나 연약함이 많은 순장들에게는 담임목사의 부족한 모습이 큰 격려의 메시지가 된다.
2) 성도의 삶을 통해 말씀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들어라.
제자훈련과 소그룹 모임을 강조하는 목회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히 전통적 목회 방식이었던 심방에 관심을 가질 여력이 줄어든다. 최선을 강조하다 보면 차선이 소홀히 될 수밖에 없다. 교회의 상황과 형편상 성도의 가정을 일일이 돌아보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임목사로서 성도의 형편을 돌아보며, 삶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것은 곧 목회자가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성도를 바라보는 목양적 관심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철, 온기라곤 전혀 없는 차가운 방에서 1인용 전기장판으로 몸을 녹이는 어려운 형편의 성도를 돌아보는 목회자의 마음속에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이 담겨진다. 힘겹게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던 중, 경제 불황의 여파로 수개월 동안 수입이 없어 낙심하는 가정을 돌아보며 눈물 흘리는 목회자의 귀에 가난한 자를 향해 탄식하시는 주님의 탄식소리가 들린다.
3) 삶으로 보여주는 섬김을 준비하라.
섬김은 몸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섬김의 본을 보이신 대표적인 예가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것이다. 주심께서 보여주신 모범을 따라 서로 발을 씻겨주는 체험은 제자훈련 생활숙제를 통해 경험하게 된다. 모든 순장들이 발을 씻겨주는 섬김의 감동을 제자훈련 과정에서 체험하지만, 지속적인 섬김의 현장을 갖지 않으면 진한 감동도 쉽게 잊혀진다.
목회자의 섬김은 순장들과의 만남에서 보여야 한다. 담임목사가 보여줄 수 있는 섬김의 모습은 이론처럼 쉽지 않다. 그렇다고 섬김을 보여줄 수 있는 의도적인 행사를 마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목회자의 의도하지 않은 작은 섬김이 순장들에게는 큰 감동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담임목사의 섬기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는 순장들의 고백이나 간증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면, 나에게 진실한 섬김의 모습이 없었음을 자책해야 할지도 모른다.
목회자가 순장들에게 보여줄 섬김의 모습은 무엇일까? 담임목사로서 순장 개개인을 위한 기도의 분량을 채우고 있는가를 점검해 보아야 한다. 기도보다 더 적극적인 섬김은 없다. 목사가 대접하는 식사와 함께 편안한 자리에서 순장과 교제하는 것도 순장 개인에게는 감격으로 다가간다. 궁핍한 생활로 힘겨워하는 성도를 방문하고 나올 때, 슬며시 놓고 오는 작은 액수의 봉투도 순장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4) 순장들에게 따뜻한 사랑의 표현을 전하라.
순장들에게는 담임목사의 따뜻한 사랑과 특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책망이 아니라 칭찬이고, 채근이 아니라 격려이다. 목표를 주어 성취하도록 독촉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의욕이 생기도록 북돋워주어야 한다. 순장들도 사랑받고 싶어 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며, 존중히 여김을 받고 싶어 한다.
목회자가 늘 믿음이 약하거나 고난 중에 있는 성도에게 신경쓰다 보면 정작 관심을 가지고 아껴주어야 할 순장을 무관심으로 대하기 쉽다. 무심결에 스쳐 지나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다정하게 등을 두드려 줄 수 있는 목회자의 따뜻한 손길에 순장의 마음은 녹는다.
셋째, 순장 교육에서 다루어야 할 강조점들
1) 순장은 담임목회자와 동역자임을 자주 상기시킨다.
제자훈련을 통해 세워진 순장들은 담임목사의 동역자들이다. 이것이 단순한 구호에서 멈추어서는 안 된다. 순장 스스로 동역자라는 인식을 갖도록 끊임없이 일깨워주어야 한다. 순장은 신학을 하지 않고도 목회자처럼 사역할 수 있는 영광스러운 소명자임을 자주 강조해야 한다. 순장이 갖는 동역자로서의 자존감은 순장으로 하여금 헌신적이 되게 한다. 순장 사역의 역동성은 담임목사의 명령 하달에서가 아니라 순장 자신의 자발적인 헌신에서 나온다.
2) 순장으로 하여금 경건생활의 기본에 충실하도록 한다.
제자훈련 과정을 통해 생활화된 개인의 경건생활도 조금만 방심하면 흔들릴 수 있다. 날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기도로 무장하지 않으면 영성을 유지할 수 없다. 목회자와 마찬가지로 순장 자신도 가르치기 위한 성경 연구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영적 공급으로서 말씀 묵상시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 목회자든 순장이든 누구나 넘어질 가능성은 존재한다. 규칙적인 점검을 통해 인간의 게으른 본성을 다스릴 수 있도록 한다.
3) 순장의 은사에 맞추어 헌신하도록 자신감을 준다.
순장에게 가르치는 은사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가르치는 은사의 부족한 점이 있다면 사랑과 섬김의 은사를 통해 보완할 수도 있다. 깊은 묵상에서 나오는 말씀의 적용으로 인격이 변화되기도 하지만,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듯 헌신적인 사랑의 섬김을 통해서도 변화는 일어난다. 그러므로 순장 스스로 자신의 은사를 사역의 강점으로 계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다락방 안에서 가르치는 은사 이외의 다양한 은사들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순장 사례발표를 통해 나누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4) 순장들의 지식을 채워줄 수 있는 특강을 개설한다.
일 년에 몇 차례, 다락방 모임이나 성도 개개인의 삶에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주제들을 선정하여 특강을 개최한다. 예로 최근 교회를 큰 혼란에 빠뜨리는 신천지 등 이단에 대한 대처 세미나, 기독교 가정 상담 세미나, 부부 대화 세미나, 장로교 정체성 교육, 양육 멘토링, 지도자의 자기 관리 등 귀납적 성경연구로는 다룰 수 없는 것들을 보완해 줌으로써 순장의 지도력을 향상시킨다.
때로는 전문 외부 강사 대신, 순장을 대상으로 강의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순장을 강사로 계발하여 섬길 기회를 주기도 한다. 특별히 전문성을 가지고 연구할 수 있는 순장이 있다면 과감하게 강의를 맡긴다. 교회 안에 있는 평신도 지도자들의 강의는 늘 목회적 입장에서만 바라보던 관점을 평신도의 시각에서도 바라볼 수 있도록 균형을 잡아준다.
제자훈련에 미치면 순장 교육의 길이 보인다
제자훈련 중심의 목회에도 순간순간 복병이 찾아온다. 목회의 어려운 고비나 포기하고 싶은 유혹이 다가올 때, 나에게 새로운 용기를 주는 메시지가 있다. CAL세미나 기간 중, 옥한흠 목사와 세미나 참가자의 질의응답 시간이었다.
“사랑의교회와 같이 경제적으로 안정된 아파트 생활과 지적 능력도 어느 정도 갖춘 성도들이 제자훈련 받는 것은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교회처럼 매일의 노동생활로 지쳐 있고, 말씀 중심으로 훈련받을 만한 지적 능력이 부족한 성도들에게 제자훈련 시키는 것이 가능할까요?” 옥 목사님은 질문자에 대한 반문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만약 제가 목사님 교회에서 목회를 한다면 제가 제자훈련을 하겠습니까? 하지 않겠습니까?” 이어지는 질문자의 대답 “물론 제자훈련 하시겠지요!”
제자훈련에 미친 목사는 자신의 목회 현장에 적합한 순장 교육을 계발하는 일에 결코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정우길 목사는 한양대를 졸업하고, 총신대 신대원과 풀러신학교 선교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예수비전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