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양승언 목사 _ 국제제자훈련원
방학은 쉼 자체만으로도 많은 유익을 가져다준다. 이는 아마도 안식을 명령하신 하나님의 지혜가 가져다주는 삶의 비결일 것이다. 하지만 같은 쉼이지만 어떻게 쉬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차이가 크다. 소비적인 쉼이 있는 반면 생산적인 쉼도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영적인 진보가 있는 쉼을 보낼 수 있을까? 이 글에서는 방학 기간 중 영적인 성숙을 맛볼 수 있는 몇 가지 원리와 방법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은혜의 통로를 점검하라
“믿음은 통로이지 근원이 아니다. 샘의 근원은 다름 아닌 은혜이다. 믿음이란 수로나 도관의 역할을 할 뿐이다”라는 스펄전의 말처럼, 은혜의 통로가 막히면 영적으로 점차 메말라 훈련이나 사역을 통해 원하는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방학은 쉼을 통한 육체적 회복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은혜의 통로를 점검하고 영적으로 재충전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 참된 쉼이란 영적 훈련을 멈추는 데 있지 않고 그 초점을 옮기는 데 있는 것이다.
사실 학기 중에는 인도자로서, 또는 훈련생으로서 가르치거나 배우기 위해 말씀을 보고 기도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방학 중에는 다른 무엇이 아닌 자신의 영혼만을 위해 말씀을 보고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사역이나 훈련과 무관하게 보고픈 말씀을 보고 책을 읽고 개인적인 문제를 가지고 기도하고 묵상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특히 방학은 특성상 외부와 단절된 집중된 시간을 가질 수 있으므로,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의 기회를 만들기를 바란다. 참된 쉼은 경건 훈련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초점을 바꾸는 데 있다.
은혜의 통로를 점검하기 좋은 책으로는 올 상반기에 출판된 옥한흠 목사의 『이보다 좋은 복이 없다』를 권하고 싶다. 믿는 자로서 우리가 받은 참된 은혜와 축복은 무엇이며, 이런 은혜를 받은 자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묵상하게 하는 책이다. 실제로 제자훈련 2권을 배울 때 독서과제물로 읽도록 했는데, 구원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갖는 것은 물론, 실제 훈련과 사역에 대한 많은 도전을 받는 모습도 보았다. 훈련생들이나 소그룹 지도자들에게 방학 중 읽도록 하면, 영적 회복을 맛볼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이외에도 필립 얀시의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나 찰스 스펄전의 『구원의 은혜』도 좋을 것이다.
2. 소명을 재확인하라
“많은 교회와 교인들이 병들어 있는 것은 그들이 그릇된 자아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이 누구인지도 무슨 일로 부름 받았는지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존 스토트의 말처럼, 정체성과 소명을 분명히 이해하고 정립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사실 학기 중에는 끊임없이 밀려오는 훈련과 사역으로 인해 이 부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생각해볼 기회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방학을 이용하여 자신의 정체성과 소명에 대해 사역이나 훈련의 압박 없이 깊이 묵상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다.
자신의 정체성과 소명을 재정립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교회가 무엇인지”에 대해 정기적으로 재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교회를 섬기는 자들이기에 교회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 때, 자신이 무엇을 위해 부름 받았는지 깨닫고 집중된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학을 이용하여 목회자 자신부터 시작해서 교회론을 다시 한 번 정립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이다.
도움이 될 만한 책으로는 최근에 존 스토트가 저술한 『살아 있는 교회』를 권한다. 근래 논란이 되고 있는 이머징 교회와 관련해서, 성경신학적 기반 하에 교회론 전반에 대해 잘 기술해 놓았다. 참된 교회와 사역자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귀한 깨달음을 줄 것이다. 특히 옥한흠 목사의 『다시 쓰는 평신도를 깨운다』와 함께 읽으면, 제자훈련이 갖고 있는 목회 철학과 교회론이 얼마나 성경적이고 효과적인지에 대해 분명한 확신을 얻게 될 것이다.
오스 기니스의 『소명』이나 새들백교회 릭 워렌 목사의 아내인 케이 워렌이 쓴 『위험한 순종』은 평신도 지도자들과 훈련생들로 하여금 소명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리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특히 『위험한 순종』은 평범한 한 여성이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살아가고 사역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감동적으로 전하고 있다. 또한 옥한흠 목사의 『소명자는 낙심하지 않는다』는 참된 소명이 무엇이며 소명자로서 낙심하지 말아야 할 이유에 대해 알려주며, 지친 목회자들을 회복의 길로 인도할 것이다.
3. 부족한 역량을 키워라
방학을 이용하여 부족한 사역 역량을 개발하는 데 투자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훈련생 중에 큐티를 어려워하는 훈련생이 있다면, 큐티세미나 등에 참석하여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우도록 권하는 것도 좋다. 소그룹 지도자의 경우에도 소그룹 인도법이나 관계기술 등 평소 사역을 하면서 어려움을 느꼈던 부분을 책이나 세미나를 통해 배우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방학 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교회적으로 방학 중에 소그룹 지도자나 훈련생들을 위한 수련회를 진행하여,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소그룹 지도자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추천하면 다음과 같다. 전반적인 소그룹 인도 기술에 대해 점검하고 싶다면, 『삶을 변화시키는 소그룹 인도법』(빌 도나휴)과 『소그룹 성경공부 어떻게 할 것인가』(팻 시코라)가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팻 시코라의 책은 소그룹 인도 시 겪게 되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잘 정리해 놓았다. 『마음을 여는 경청기술』(데이브 핑·앤 클립파드)은 소그룹 인도 기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질문의 전제가 되는 공감적 경청이 무엇인지 잘 정리해 놓았다.
관계 기술에 관한 책으로는 『사람들은 왜 나를 오해할까』(켄 보그스·론 브라운드)나 『골칫덩이 내 편 만들기』(존 타운센드), 『사랑을 잘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게리 채프만)이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사람들은 왜 나를 오해할까』는 DISC 행동유형에 기반한 책으로, 세미나 때 다루는 내용을 책을 통해 더욱 풍성히 만날 수 있다.
이외에도 귀납적 성경연구에 대한 책으로는 『삶을 변화시키는 성경연구』(하워드 헨드릭스)나 『릭 워렌과 함께하는 개인 성경 연구』(릭 워렌)가, 성경개관으로는 『성경파노라마』(테리 홀)와 『성경 익스프레스』(테리 홀)가 도움이 될 것이다.
4. 다른 차원의 사역에 참여하라
방학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방학을 이용하여 학기 중과는 다른 차원의 배움과 사역에 동참해 보는 것은 사역에 대한 시각을 넓혀줄 뿐만 아니라 사역의 열정을 새롭게 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훈련생의 경우 학기 중에는 아무래도 가정과 직장, 교회라는 다소 정해진 영역에서 배운 내용을 실천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방학을 맞이하여 교회 내외에서 봉사활동이나 전도활동 등에 동참한다면, 또 다른 차원의 영적 성장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또한 다른 훈련생들과 함께 섬김으로 학기 중에는 발견할 수 없는 서로의 모습을 발견하고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교회 차원에서 이런 봉사의 기회를 제공하고, 훈련 수료를 위한 필수 과정으로 두는 경우도 있다.
소그룹 지도자의 경우 영적으로 다른 사람을 섬기는 위치에 있으므로, 방학 중에는 오히려 온전히 섬김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교회 차원에서 제공해 주는 것도 좋다. 실제로 많은 교회에서 방학 중 순장수련회는 그 동안의 수고를 격려하고, 순장들이 섬김을 받도록 하는 데만 집중하기도 한다.
5. 집중하라
마지막으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집중의 원리이다. 집중의 원리는 모든 삶과 사역에 적용되는 원리로, 방학 역시 마찬가지다. 여러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한두 가지 계획을 세우고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 최선의 결과를 얻는 지름길임에 틀림없다.
나의 경우, 방학이 되면 훈련생들에게 자신의 영적 성장을 위해 방학 동안 하고픈 일을 하나씩 정하라고 권한다. 학기 중 진행되는 훈련과 사역은 다른 사람과 보조를 맞추며 진행되기 때문에, 그동안 자신에게 개인적으로 부족함을 느꼈던 영역이나 보충하고픈 부분을 채우는 시간으로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훈련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영성을 관리하고 우선순위를 세우는 습관을 갖게 한다. 또한 훈련생들이 영적으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무엇인지 인도자가 파악할 수 있다. 훈련생이나 소그룹 지도자들이 공통적으로 필요로 하는 영역이 있다면, 방학 중 특별 모임 시간을 통해 이를 함께 훈련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방학은 결코 길지 않다. 게다가 어린 자녀들을 둔 경우에는 자녀들도 방학을 하기 때문에, 훈련 시간 못지않게 바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쉬기만 한다면 결코 방학의 유익은 크지 않을 것이다.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해보고픈 것이 무엇인지 한두 가지를 정해 집중하여 실천함으로, 단순한 휴식을 넘어 영적 재충전과 성장이 있는 방학이 되기를 바란다.
양승언 목사는 고려대 신문방송학과와 총신대 신대원을 졸업했다. 현재 사랑의교회 부교역자이며, 국제제자훈련원에서 사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