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정용성 목사 _ 대구 드림교회
제자훈련 인도자가 제자훈련을 그저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인식하지 않고, 피상적이고 형식적으로 대충 넘어가려고 하지 않는 이상, 하나님과의 관계는 제자훈련의 가장 중요한 훈련부분이 된다. 이 주제와 진지하게 직면하지 않으면, 제자훈련은 겉핥기가 되든지 아니면 설익은 마무리를 하고야 말 것이다.
제자훈련은 관계훈련이다
제자훈련은 관계훈련이다. 제자훈련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제자훈련은 사역훈련, 즉 교회에서 봉사하기 위한 자질과 자격을 갖추는 훈련으로 생각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인식에 대하여 처음부터 아니라고 못을 박고 훈련을 시작한다.
제자훈련은 사실상 관계훈련이다.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 공동체와 나와의 관계, 그리고 나와 나의 관계, 세상과 나와의 관계는 우리 관계의 핵심을 이룬다.
전인격적인 제자훈련은 결국 이 문제를 다루게 되어 있고, 결국 이 관계의 구도는 십자가에서 발견된다. 국제제자훈련원의 프로그램은 이를 명확하게 드러내지는 않지만, 나는 제자훈련이 이를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보고, 앞에서 말한 네 가지 관계들을 회복하고 정립하는 훈련으로 인도해왔다. 이러한 훈련 과정을 인도하다 보면, 특히 하나님과의 관계에 어려움이 많은 훈련생들을 대하게 된다.
하나님께 가까이 다가가기가 무서워요.
하나님은 너무 엄격한 분이신 것 같아요.
기도의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도하기가 무척 힘이 듭니다.
하나님께서 내 죄를 용서하지 않는 듯해요.
하나님은 너무 멀리 계신 듯합니다.
하나님은 나를 너무 조종하시려고만 하는 분 같아요.
하나님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멀리 계시고, 내가 어려울 때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분이에요.
하나님은 편애하시는 분 같아요.
하나님은 너무 커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분입니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 상처를 입었어요.
하나님은 많은 요구를 하시지만, 나를 위해 해주시는 일은 별로 없는 느껴집니다.
제자훈련을 하다 보면 훈련생들이 나눔이나 기도를 통해 이러한 불경건한(?) 투정들을 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이럴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제자훈련 교재나 독서목록에 나오는 책을 다시 읽으라고 해야 할까? 어디서 그런 말을 함부로 하느냐고 눈치를 줘야 할까? 전체 분위기를 망친다고 그런 나눔은 하지 말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신앙 간증문을 다시 쓰라고 해야 할까?
당황스럽지만, 이러한 나눔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자신의 마음을 굳게 닫고 있으면 이러한 말들을 소그룹에서 나누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하나님을 알려고 하고, 하나님과 친숙해지려고 하는 영적인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나눔이다.
제자훈련 인도자가 길을 잘 인도해주면 훈련생들은 제자훈련을 통해 가장 큰 신앙적 문제와 직면하여 영적인 도약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사실 전통적인 교회에서 제자훈련을 진행할 경우, 상당수의 훈련생들은 현재 자신의 영성을 덮고 있는 종교적 가면을 벗겨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교회의 흐름에 어느 정도 맞추어야 교회생활이 편해지니까 제자훈련에 지원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 신앙간증문들은 대개 형식적이다. 하나님과의 진정한 인격적인 만남의 경험이 없이, 굳어진 마음의 밭을 그대로 내버려둔 채로 훈련에 임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는 어떤 영적인 성숙과 발전을 이루기가 참 어렵다. 이러한 훈련생에게는 하나님과 인격적인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줘야 한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내가 제자훈련 초기에 중직자들 중심으로 교회에 제자훈련을 정착시키기 위한 작업을 하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패를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 피상적인 훈련 또는 과정밟기 형태의 제자훈련은 AS 비용이 훨씬 더 들거나, 수리 불가능한 포기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대가를 지불하게 한다는 점이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1. 씨름하기 : 기초를 뒤흔들기
첫 번째 단계는 훈련생이 디디고 있는 신앙의 기반을 한 번 뒤흔들어보는 것이다. 수습을 위한 위험부담도 있지만, 재미있고 유익하다.
제자훈련 교재 2권에 접어들면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의 구원’에서 하나님과의 교제에 관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훈련하게 된다. 생활숙제나 독서물 점검 과정에서 하나님과 훈련생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어떤 모양이나 수준으로든지 확인하게 되어 있다.
훈련생들은 제자훈련을 암송과 읽기 그리고 교재 공부와 같이 지식적인 활동에 초점을 맞추어서 소화하기 쉬운데, 이때에 천둥번개와 같은 충격을 줄 필요가 있다.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은 그 어떠한 교리나 성경에 대한 지적인 동의로 대체할 수 없습니다.” 리더가 이렇게 나오면 훈련생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어떤 사람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하며, 또 어떤 사람은 제자훈련을 포기하려고도 한다. 어떤 사람은 대충 넘어가자고 협박한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중요한데도, 이렇게 그냥 지나쳐버리려고 한다.
더 심각하면 감당할 수 없거나 제자훈련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하나님을 잘못 알고 있거나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수준으로는, 제자의 삶이라는 상당한 수준의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헌신이 이뤄질 수 없다.
훈련의 이 대목에 들어서면, 리더는 개별적인 만남을 통해 상담 형식으로 훈련생의 하나님과의 관계를 점검하고, 인격적인 만남에 근거하여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자칫 이 내용을 소그룹에서 다루게 되면 신학적인 논쟁을 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하나님은 논리를 통해 수긍될 수 없다. 성령의 만지심을 통해 인격적인 만남이 이뤄진다.
인격적인 만남이란 하나님을 지적인 영역에만 국한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다가서고, 결단과 헌신과 같은 의지적인 표현을 하면서 자신의 삶에 인식론적이든 존재론적이든 아니면 실천적 윤리로든지, 격동치는 소용돌이와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 만남이다.
책을 통한 지성적인 수긍이 아닌 삶의 현장에서, 감정적 친밀도와 의지적 수용을 통한 하나님과의 씨름하기에 들어가야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 또는 재정립을 위한 기초가 마련된다.
2. 기초 다시 다지기 : 디딤돌 놓기
이렇게 뒤흔들어 놓은 다음에, 개별적인 상담이나 소그룹 전체의 특별 세미나 등을 통하여 기초를 다시 다지는 수순을 밟아간다. 이 단계는 맞춤식 훈련을 하는 과정이며, 리더가 상당한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한다.
제자훈련 교재 또는 독서과제를 통해 재점검을 하면서, 하나님은 인격적인 분이시고 대화가 가능하며 때로는 야곱이 일생을 통해 겪어온 바와 같이 하나님과 씨름을 하는 과정을 통해 신앙 성숙의 단계로 나아가게 됨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죄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분명히 확인하고 해결을 해야 한다. 이 두 가지 부분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는다면 하나님과의 관계회복은 불가능하다. 또한 관계를 재정립하기도 힘들다.
하나님은 교리의 틀을 벗어나서 훈련생의 존재와 삶에 의미심장한 준거틀이 되시며, 죄는 그 관계를 막거나 망치는 아주 심각한 요인임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유한한 인간은 하나님을 다 알 수 없지만, 찾고 구하며 앙모하면 그분은 우리를 언제든지 만나주시는 분이시며, 우리의 어떠한 죄라도 용서하시고 죄인을 용납하시는 분임을 확실하게 점검해야 한다.
3. 하나님 찾기 : 묵상과 기도의 일상화
기초를 다시 다지는 시간을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가 기본적으로 틀이 잡히면, 묵상이나 기도 등 인격적인 소통을 통해 회복과 재정립이 이뤄지는 경건훈련이 몸에 붙도록 격려를 할 필요가 있다.
묵상과 기도의 훈련은 호흡이나 식사훈련과 같다. 하나님과의 관계 정립에 가장 기본적인 훈련이다. 말씀을 묵상하고 매일 하나님과 만나 기도하는 시간은 제자로서 생존을 위한 필수 훈련이다. 본능적으로 하나님을 찾는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하나님은 당신을 찾는 자를 무시하지 않으신다. 멀리하지 않으신다. 침묵하지 않으신다. 숨어계시지 않으신다. 이러한 신앙적 사실을 묵상과 기도를 통해 체득하도록 훈련생을 이끌어가면, 이때부터 신앙적으로 자생능력을 갖추게 된다.
4. 하나님과 동행하기(하나님과 친밀하기)
에녹이 300년 동안 하나님과 동행하였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는 하나님과 훈련생이 조율을 하는 단계이다. 서로의 의견과 목적, 가치를 두고 씨름하는 단계를 벗어나 조율하는 단계이다. 물론 하나님의 절대음에 우리의 음정과 박자와 리듬을 조율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 권하고 싶은 책은 조이 도우슨의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과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삶』이다.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그 뜻에 내 자신을 조율하려는 태도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과 친밀함을 경험한다. 이때에는 찬양과 경배를 통해 개인적인 예배를 드리며, 하나님의 임재 속에 머무르는 경험을 시도한다. 홀로 하나님의 임재 안에서 찬양과 경배를 통해 예배하는 훈련을 하면 할수록, 하나님과의 친밀함은 더해질 것이다.
5. 하나님과 동업자 되기 : 위탁과 헌신
제자훈련을 통한 하나님과의 관계는 위탁과 헌신을 통해 마무리된다. 이는 제자도의 본질이다. 하나님의 뜻을 알고 받아들이면, 그냥 머물 수 없다. 제자로서의 능동적인 헌신은 한 사람을 소명을 깨닫고 사명을 이뤄가는 삶으로 인도한다. 여기서 우리는 비로소 하나님을 알고 동행하며 그 뜻을 이뤄드리는 제자를 만나게 된다.
제자훈련이 1년이라는 시간으로 한정되지만, 충분한 시간 동안 상당한 정도의 위탁을 통해 훈련이 이뤄진다. 이때에 하나님과 친밀하고 인격적인 관계로 회복하고 재정립 하는 것은 제자훈련의 본질적인 과정이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건강하고 행복할 때, 다른 지체와 세상뿐만 아니라 나 자신과의 관계도 건강하고 아름다운 관계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5단계는 간략하지만 제자훈련 1년을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가 화복되고 재정립되기에 충분한 목표가 될 것이다.
-----------------------------------------------------------------------------------------------------------
정용성 목사는 영국 St. Andrews University(Ph. D 신약학)를 졸업했다. 현재, 대신대학교 교수와 대구 드림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