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우은진 기자
제자훈련 포기의 유혹을 극복한 3개 교회 사례
제자훈련에 생명을 걸고 사역하고 있는 목회자들도 자신의 마음과 같지 않은 결과물이 나올 때마다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다. 제자훈련이 사람을 세우는 사역이다 보니 인간의 마음처럼 변화와 성숙이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나 그때마다 좌절하며 제자훈련을 포기해버리고 다른 사역에 눈을 돌리면, 진짜 제자훈련 열매의 맛을 영원히 맛볼 수 없을 것이다. 제자훈련을 5년 이상 하고 있는 교회 목회자들로부터 제자훈련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든 순간은 언제였고, 어떻게 극복했는지 그 진한 경험담을 들어보았다.
1.인도자나 훈련생들에게 구원의 감격이 희미해졌을 때
샤론교회 이재윤 목사
이재윤 목사(46세)는 제자훈련 모델 교회인 강남교회(담임: 송태근 목사) 부교역자로 섬기면서 제자훈련의 실제를 경험한 바 있다. 51기 CAL세미나를 수료하자마자 한 달 후, 모 교회에서 전도사로 담임사역을 시작하고 6년 동안 제자훈련 사역을 했다. 그러다가 2008년 지금의 샤론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하고, 현재 제자훈련이 가져다주는 기쁨의 맛에 흠뻑 젖어 있다.
그는 지금 일주일에 제자반 3개를 인도하고 있고, 최근에는 500여 명이 넘는 성도들의 대심방까지 마쳤다. 몸은 쓰러지기 직전이지만 부임하자마자 1기로 장로, 권사 등 중직자 그룹을 훈련했고, 올해로 2기를 맞아 정말 행복하게 훈련하고 있다. 목회비전이 평신도들과 공유되니 꿈을 이뤄가는 기쁨에 지칠 줄 모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제자훈련의 꿀맛을 느끼기까지는 그에게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는 샤론교회 부임 전 교회에서 제자훈련을 통해 한 영혼을 바로 세워보고자 몸부림쳤다. 그러나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가 가장 힘들었던 때는 인도자 자신이나 훈련생들에게 구원의 감격이 퇴색되고, 신앙생활의 은혜 체험이 무미건조했을 때였다고 한다. 인도자와 훈련생들의 신앙생활이 정체되어 있으면, 훈련을 인도해도 일방적 설명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제자훈련 교재 속의 문제들이 즉답이나 단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데, 훈련생들의 삶 속에 은혜가 체험되지 않고, 예배, 기도 등 신앙생활에 대한 열정이 없으니 이론적으로만 접근돼버렸던 것이다. 그러니 제자반의 분위기는 날마다 은혜로 감동스럽기보다 건조함 그 자체였다. 훈련생들에게 나타나야 할 제자로서의 변화의 열매는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담임목사와 평신도 간에 제자훈련 목회철학이 공유되지 않았고, 성도들을 예수의 제자로 세우는 과정도 자연적으로 늦어져서 인도자인 이 목사 자신이 지치게 됐다. 목회자로서 제자훈련 사역에 대한 신바람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제자훈련을 통해 평신도들과 비전이 공유되지 않으니, 평신도들이 교회 사역의 헌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도 부담감을 느끼게 됐다. 이러한 위기의 순간을 겪으면서, 그는 이 부분이 정말 많이 힘들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제자훈련을 인도하는 목회자 자신이 말씀의 기쁨에 젖어 있지 못하면 제자훈련의 참맛을 느낄 수도 없고, 훈련생들에게 예수의 제자로서 소명을 발견하고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사역자가 되라고 강하게 도전하기 힘들어진다고 한다. 이 목사는 여러 가지 다양한 상황에 부딪히는 교회현장에 있다 보면 목회자 자신도 말씀의 기쁨이 사라지고 구원의 감격이 희미해져, 제자훈련이 성경지식만 전달하는 사역으로 전락해버릴 때가 있다고 고백한다.
극복방안- 이재윤 목사는 인도자와 훈련생 모두에게 찾아오는 이런 영적 침체상태에서 벗어나 행복한 변화를 맛보는 제자훈련이 되기 위한 돌파구로써 다음 세 가지 방법을 시도했다고 소개한다.
첫째는 1년에 한 번 이상씩 성도들 앞에서 신앙고백을 하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구원의 확신과 받은 은혜를 다시 한 번 자신과 성도들 앞에서 확인하는 것이다. 제자반, 사역반, 구역장 모임에서뿐만 아니라 강단에서도 십자가의 복음을 선포하고, 성도 전체에게도 복음의 감격을 환기시키는 것이다.
그는 인도자나 훈련생이나 평소 신앙생활에 그리스도로 인한 감격이 있어야 하며, 제자훈련 역시 이런 구원의 확신과 은혜가 날마다 흘러넘쳐야 지식적 훈련이 되지 않고, 참다운 변화가 일어나 각 사람이 새롭게 된다고 강조한다.
둘째는 목회자가 전도의 현장에 직접 전도하러 나가는 것이다. 그는 빌립전도협회에서 12주간 전도훈련도 받고, 직접 평신도들과 함께 전도의 현장에 나가 복음을 전했다. 그렇게 하면서 그는 마음이 새로워지는 것을 체험했다고 말한다.
지역이 좁아 하루만 돌면 끝나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나갔다. 오후 3시 출출할 때쯤 부침개를 부쳐서 나가고, 식혜를 만들어 나가고, 추운 겨울에는 따뜻하게 끊인 커피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들에게 가까운 지역교회에 나가 예수 믿고 구원받으라고 외쳤다. 자신의 교회에 오라고 전도한 것이 아니었다. 영적 갈급함이 노방에서 예수를 외치며 복음을 전하게 만든 것이다. 그는 노방전도 후 금요기도회 때 전하는 메시지 자체가 달라지는 것을 경험했다.
심지어 당시 재임하던 교회에 10년 만에 새신자가 왔을 정도였다. 새가족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 그는 전도는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보통 목회자들이 전도하러 나가지 않고 성도들에게만 전도하라고 말하는데, 목회자가 먼저 본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제자훈련이 전도가 약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제자훈련의 침체기를 만나거나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 들 때마다 목회자와 훈련생들이 일부러라도 직접 전도하러 나갈 것을 제안했다. 몸으로 외치며 전한 복음의 은혜가 충만하면 찬양 한 구절, 기도 한 마디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전한 복음은 다른 사람이 아닌 본인 스스로의 영성을 살리는 지름길이 된다는 것이다.
셋째는 훈련받은 사람들에게 봉사의 장을 마련해 실천하게 하는 것이다. 당시 안양지역 밀알선교회를 동기 목회자가 섬기고 있었는데, 그는 그 선교회의 목요일 성경공부 모임 저녁식사를 교회 평신도들과 함께 섬겼다. 교회 예산으로 한 것이 아니라 각자 사비를 털어 3주마다 음식을 만들었고, 모임이 마치기를 기다렸다가 지체 장애인들이 식사하는 것을 도와줬다. 그리고나서 설거지까지 함께 하면서 섬김이란 어떤 것인지 직접 체험하며 섬김의 은혜를 경험했다고 한다.
지식으로만 그치는 훈련이 아닌 노방에서 또는 몸으로 섬김으로써 얻는 은혜는 그 누구보다 실천하는 자의 영성을 풍성하게 만들었고, 건조했던 제자반의 분위기가 생동감있게 살아났던 것이다.
2.훈련해도 사람이 변하지 않고, 배신할 때
마산유로교회 이영진 목사
이영진 목사(48세)는 2000년 1월 마산시 내서읍에 상가건물을 임대해 마산유로교회를 개척했다. 사랑의교회 근처 지역 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하면서 제자훈련의 필요성을 공감했고, 오랫동안 옥한흠 목사를 주목하며 그가 저술한 책도 다독했으며, 시간 날 때마다 사랑의교회를 수시로 방문해 직간접적으로 제자훈련의 영향을 받았다. 담임목회를 한다면 제자훈련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교회가 위치한 지역이 마신시지만 외곽지역이라 개척멤버는 자신과 아내와 딸 셋뿐이었고, 몇 년 동안 성도가 없었다.
그 기간 동안 그는 제자훈련 마인드를 가지고 터다지기를 했고, 전도를 해서 얻은 한 명의 성도를 대상으로 성경강해식 성경공부도 실시했다. 개척 후 4년이 지나 성도가 30명이 됐고, 2005년에는 건축 부지를 확보했다. 교회 건축을 하고 나니 아파트 내 주민들이 유입돼 성도가 많아졌다. 그러나 시골 상가 교회이다 보니 수평 이동해 온 교인보다 아파트 거리 전도를 통해 전도된 초신자들이 많이 유입됐다.
그래서 성경 전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 평신도들을 대상으로 한 성경대학을 열었다. 새신자 교육 후, 일대일 양육훈련을 하고, 예배 준비를 철저히 했다. 말씀 준비도 신실하게 철저히 준비하고, 금요기도회를 통해 성도들이 하나님을 만나도록 했다. 이제 제자훈련을 할 준비가 무르익었다 싶어지자, 그는 77기로 CAL세미나를 수료하고, 제자훈련 교재도 1년간 준비해 본격적으로 제자훈련을 시작했다. 제자훈련을 하자 교인이 300명으로 불어났다.
그러나 이 목사는 철저하게 준비된 성실한 자세로 제자훈련에 임했지만 자신에게도 제자훈련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의 커다란 위기가 찾아왔었다고 고백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동역자로서 훈련된 평신도 지도자의 배신이었다. 제자훈련과 사역훈련도 받고, 순장으로 임명된 교회 중직자가 다른 목회자를 만나, 교인들에게 밥 사주며 설득해 끌고 나가 교회를 개척해버린 사건이었다. 목회자의 눈에는 모든 것을 좋게만 보려는 성향이 있다. 그도 예배와 훈련을 통해 긍정적으로 표현해 주는 평신도를 보며 변화와 성숙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당한 재력가였던 중직자가 교회 근처 자신의 회사 안에 교회를 개척한 것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는 이 사건을 겪으면서 훈련을 받았는데도 사람이 변하지 않는 모습에 많이 울었다고 한다. 생명을 걸고 제자훈련을 꼭 해야 하나하는 좌절감도 많이 느꼈다. 목회자의 성향이 꼼꼼하고 말씀의 원리에서 시작해 접근하면 반드시 성령의 선한 열매만 열릴 것이라고 원론적으로 생각했던 그에게 이번 일은 꽤 심각한 좌절이었다. 제자훈련을 통해 기도에 심혈을 기울이면 변화할 거라고 생각했으나 변하지 않았다. 주변 목회자들은 그럴 수도 있으니 뛰어넘으라고 했지만 그에겐 꽤 힘든 사건이었다.
더구나 함께 개척한 목회자는 마산유로교회에서 설교도 한번 하고 간 목회자였다. 누가 봐도 비상식적인 목회, 공감할 수 없는 교회였다. 결국 그 교회는 무너졌고, 다시 마산유로교회로 그 순장은 오려했다. 그러나 이 목사는 그를 만나 식사한 후, 다른 건강한 교회를 추천해줬다. 결국 이 위기 상황을 극복해 낸 이 목사는 현재 제자훈련 5기, 사역훈련 4기를 각각 한 반씩 인도하고 있다. 순장도 25명을 세웠고, 소그룹도 25개다. 부목사 2명에게도 제자반을 한 반씩 각각 위임했다. 인근 지역에서는 마산유로교회를 다니면 교회 다닐 맛 난다고 소문이 났다. 성도들이 서로 잘 섬기고 서로 사랑하는 공동체로 말이다. 그는 진심으로 제자훈련 덕분에 목회가 행복하다고 말한다.
극복방안-이영진 목사는 성공보다 실패사례에서 자신의 사역을 새롭게 리모델링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꼈다. 제자훈련 자체도 중요하지만 실패를 통해 지도자의 영성과 역량이 중요함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이런 고비가 두세 차례 또 왔을 때도, 다음과 같이 대처할 수 있었다고 한다.
첫째는 오직 기도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기도하며 하나님께서 사역을 크게 보라고 하시는 것을 깨달았다. 목회자가 자기관리가 안되면 이런 주님의 뜻을 깨닫지 못하게 된다. 그는 그 무엇보다 하나님께 집중해서 성령 하나님의 은혜를 구했다. 그러다보니 위기가 기회가 됐다. 제자훈련이라는 것은 사람을 바꾸는 것인데, 내가 바꿀 수 있다고 자신했던 교만을 내려놓게 됐다고 한다. 훈련에 대한 자신감은 필요하지만 사람을 바꾸는 것은 성령님이시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실패도 성공이 되는,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을 경험했다. 또 훈련이 항상 선한 결과만 기대할 수 없다는 것과,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하기만 하면 된다는 편안함을 얻게 됐다고 한다. 실패의 경험이 라이센스가 되어 목회자부터 예수님처럼 살려고 노력하고, 연약한 성도들을 더 잘 섬겨야 한다는 것도 좌절의 경험이 준 선물이었다.
둘째는 빨리 사람이 변화하고, 교회가 성장할 것이라는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 그는 자신을 포함해 많은 목회자들이 제자훈련만 하면 금방 수적 질적으로 사랑의교회처럼 풍성한 열매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제자훈련을 목회를 성공시키는 프로그램으로 여기고, 교회가 빨리 체질 변화되어 수적 성장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데, 열매가 안 나타나면 조급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자신과 같이 좌절하는 상황에 직면하면 훈련을 포기할 가능성이 커져버린다는 것이다. 사람을 세우고 만드는 것은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깨닫고 멀리 내다보고 제자훈련을 해야지, 조급증을 가지면 안 된다는 것을 위기의 순간마다 되새긴다.
셋째는 제자훈련이 목회본질이라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제자훈련이 한국 교회 내 많은 프로그램 중 하나라고 생각하거나 교회성장을 위한 도구로 여기면 좌절의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이건 아니구나’하고 포기하게 된다. 다시 자신만의 전통 목회 스타일로 돌아가거나 다른 목회 프로그램을 도입하게 된다. 그러나 제자훈련이 목회 본질이라는 확신이 있으면 포기의 상황이 와도 인내하고, 위기와 고난의 상황이 닥쳐도 다시 제자훈련을 시작할 수 있는 추진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리고 더 집중하게 된다. 실패가 기회가 되어 제자훈련을 다시 보게 되고, 사람의 변화에 대한 주권이 목회자가 아닌 성령님께 있음을 깨닫고 편안하게 제자훈련 사역에 임할 수 있게 된다.
3.훈련생들이 훈련을 어려워하며 따라오기 힘들어할 때
여수찬양교회 정명선 목사
정명선 목사(50세)는 1998년 11월에 전남 여수시 도농지역에 여수찬양교회를 개척했다. 부교역자시절 옥한흠 목사를 존경해 그의 설교와 저서들을 탐독하며, 목회의 멘토로 삼고 24기 CAL세미나를 수료했다. 이미 정 목사는 소그룹 인도법이나 양육 등에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문제가 있던 교회에서 나온 성도들이 개척한 교회에서 담임목회를 3년간 하다가 다시 어려움이 생겨 20여명의 성도들과 함께 여수찬양교회를 개척했다. 이미 제자훈련에 대한 준비는 돼 있었기 때문에 여수찬양교회 개척과 함께 곧바로 제자훈련을 실시했다.
올해로 12년째 제자훈련하고 있는 그는 장로와 권사 등 여수찬양교회 모든 재직이 제자훈련을 통해 세워졌고, 한 사람 한사람이 제자훈련으로 잘 다져졌다고 말한다. 개척 시 제자교회로 이름을 짓고 싶었을 만큼 제자훈련에 목회 생명의 모든 것을 걸고 있다는 그다.
그는 청소년들이 유난히 많이 모이고, 매주일 100여명의 성도가 모이는 여수찬양교회가 큰 교회는 아니지만, 제자훈련으로 날마다 변화하고 성장하고 있어 목회의 자부심을 갖고 있다. 현재 정 목사는 수요일에 순장반, 토요일에 젊은이와 주부 제자반, 주일에 새가족 기초 양육반을 인도하고 있다. 그러나 제자훈련에 사활을 걸고 사역하는 정 목사지만 그에게도 힘든 순간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훈련생들이 자신의 마음만큼 따라와 주지 않을 때다. 서울 사랑의교회만큼 성도들의 학력이 높거나 지적수준이 높지 않은 노동지역이다 보니 훈련생들이 제자훈련에 적응하는 것이나 진도를 따라오는 것에 힘들어했다. 생업 때문에 훈련 시간을 잘 지키지 못해 지각하거나 결석하는 경우도 있었고, 질문을 하면 어려워하고 잘 답변을 하지도 못했다.
제자훈련을 통해 빨리 사람을 세우고 싶은 조급증이 생기다보니, 정 목사는 그런 훈련생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속에서는 불이 났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제자훈련이 사랑의교회처럼 1년 안에 딱 끝나지 못하고, 1년 반이나 2년 커리큘럼 과정으로 늘려 천천히 인도해야 했다.
솔직히 제자훈련 교재가 어렵고, 질문도 한참 생각해야 하는 것도 많다는 게 정 목사의 생각이다. 또 질문에 대한 답을 단순히 성경에서만 찾아보고 답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대부분 삶에서 찾고 적용하여 답변해야 하기 때문에 훈련생들이 스트레스를 강하게 받았다고 한다.
제자훈련 자체는 어떤 성도에게나 적용 가능하고, 인도자의 스킬에 따라 쉽게 적용할 수도 있었지만 초기 제자훈련을 인도할 때는 그런 노하우가 없어 속만 태웠다고 한다.
제자훈련 교재 자체가 좀 수준이 있는 성도들이 받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았고, 지적인 부분을 많이 강조하고 있어 생업에 쫓겨 사는 성도들이 집중해서 교재 예습과 과제물을 준비하는 것을 벅차했다는 것이다. 신학적 지식이나 초대 교회사에 대한 지식도 있어야 해서, 제자훈련 교재와 성경책만 가지고 준비하는 것도 어려워했다.
또한 작은 개척 교회이다 보니 생기는 문제가 있었다. 하나는 계속해서 훈련받을 성도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제자훈련 하고 또 그 다음 기수를 훈련해야 하는데 훈련받을 성도들이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결석을 세 번하면 탈락하는 것으로 규칙을 정했는데, 결석할 경우 개인적으로 시간을 따로 내어 보충을 해줘야 했다. 작은 교회다보니 탈락자가 나오면 교회생활은 물론 개인적 신앙생활에도 큰 타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석한 훈련생들은 다른 날 꼭 일대일로 보충훈련을 해줘서라도 진도를 맞췄다.
극복방안- 여수찬양교회는 작은 개척 교회이고, 도시외곽 농촌지역에 위치하다 보니 다른 지역 교회와 달리, 교회 상황에 맞는 제자훈련 운영이 필요했다. 이에 정명선 목사가 작은 교회에서 제자훈련을 하며 어려움을 만난 순간마다 대처한 방법을 살펴보자.
첫째는 제자훈련 전 양육과정을 마련했다. 확신반과 성장반, 기초 양육반을 둬서 제자훈련 전에 성경적 지식과 구원의 확신, 은혜체험 등에 기초 작업을 먼저 하고 있다. 그래야 하드 트레이닝인 제자훈련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을 때 적응하기 쉽고, 덜 힘들게 되기 때문이다. 미리 양육과정을 통해 성경적 지식을 인지하고, 귀납적 환경에 익숙해 있다가 훈련받는 것과 막 바로 제자훈련을 시작하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또 인도자 자신도 제자훈련 교재의 질문에 얽매이기보다 자유롭게 쉬운 질문으로 바꿔 훈련생들이 삶을 오픈 할 수 있도록 했다.
둘째는 제자훈련의 정형화 된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융통성을 두고 운영했다. 성도들의 지적수준이 높지 못할 경우, 훈련에 대한 열정 하나만 가지고는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 경우 제자훈련의 정형화된 규칙에 얽매이지 말고, 성도들의 템포에 맞춰 진도를 나가야 한다.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의 변화에 집중해야 하기에 그들을 놓고 기도하고, 그들이 잘 이해하고 따라오도록 한 과를 여러 주에 걸쳐 마무리하기도 했다. 물론 다른 교회 사역과 절충되는 점이 없지 않지만 현대 교인은 심방을 많이 요구하지 않기에 웬만한 사역은 전화나 문자로 해결하고, 제자훈련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훈련생들이 연약한 부분을 오픈해 완전히 은혜로 하나 될 때까지 훈련을 진행했다.
셋째는 제자훈련을 포기하는 것은 목회자체를 포기하는 것임을 알아야한다. 제자훈련은 목회본질과 같다. 한 영혼에 집중해서 말씀을 가르치고, 그가 평신도 사역자로서 소명을 받아 예수의 제자로서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은 목회본질이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사역이 아니라 진리 그자체이다. 교회부흥을 위한 목회정보를 얻고자 여기 쫓아다니고, 저기 쫓아다니기보다 제자훈련 사역을 통해 한 우물을 파야 한다. 몇 개월의 짧은 훈련 과정으로는 일꾼이 완성되기란 힘들다. 최소한 3년 이상 훈련해야 제대로 세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 상황에 따라 제자훈련의 인도에 있어서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하겠지만, 제자훈련이 목회본질임은 흔들려서는 안된다. 그 점을 붙잡으면 어떤 어려움이 와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오기와 끈기가 생긴다는 것이 정명선 목사의 극복기이다.
<우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