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ICK
기획 옥성호 집사
아빠, 제가 아빠한테 쓴 최초의 편지는 아빠가 미국에서 유학하던 때였어요. 아빠가 미국에 계신 그 3년 동안 우리 가족은 진영의 외할머니 댁에 있었지요. 그 3년을 통틀어 저는 아빠께 딱 두 번 편지를 썼었지요. 물론 그 두 번 다 엄마가 시켜서였고요. 두 번 또는 세 번 접어서 보내는 당시 파란색의 국제우편용 편지지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사실 전 편지에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난감하기만 했어요. 진영에 오기 전 어린 시절 내내 아빠랑 무슨 대화다운 대화를 한 기억이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생각한 건 당시 학교에서 배운 좀 어려운 한문용어들로 대충 내용을 때우자는 것이었어요. 제가 썼던 편지 구절 중 지금도 기억나는 게 있어요.
“타향에 계신 아버님, 어머님은 지금도 아버님을 생각하며 눈물이 낙루하고 있나이다.”
눈물이 ‘낙루’한다는 표현을 쓰고 전 스스로에게 대견해 했었지요. 그 편지를 읽었을 때 아빠의 표정이 과연 어땠을까. 지금 생각하면 저 스스로도 어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당시 빨리 이 ‘편지 숙제’를 마치고 나가 놀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으니까요. 물론 아빠로부터 어떤 답장이 왔는지, 아니 답장이 오기나 했는지의 여부는 전혀 기억이 없어요.
그리고 성인이 된 후 이번에는 처지가 바뀌어서 제가 미국에 유학을 왔지요. 그리고 그 기간 중 아빠와 몇 번의 이메일을 주고받은 기억이 있어요. 그중에서도 당시 제가 다니던 한 한인 교회가 분란에 휩싸였을 때 교회와 저희 가족을 걱정하던 아빠가 보낸 메일의 내용이 기억납니다. 아빠의 그 메일을 친한 한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