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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박정은 자매(사랑의교회)
목사님이 계시지 않다는 것이 아직 믿어지지 않는다. <디사이플>에서 원고 요청을 받고도 몇 번이나 거절했다. 아직도 귓전에는 목사님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오는 것 같았고, 지난 몇 주간 폭풍우와 같이 모진 시간에 몸과 마음은 너무 지쳤고, 내가 과연 이런 글을 쓸 자격이 있나 싶었다. 하지만 목사님과 함께했던 사역의 시간과 그분 생의 마지막 시간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은혜를 받은 자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지나간 시간들을 되짚어 보았다.
처음 출근하던 아침
“비서는 나와 함께 일하는 동역자다.”
목사님이 내게 처음으로 하셨던 말씀이다. 목사님은 강단에서 설교하는 목사의 일이나 그 일을 돕는 비서의 일이나 모두가 똑같이 하나님 앞에서 쓰임 받고 있음을 강조하셨다. 그리고 항상 우리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일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 주셨다. 각종 서류와 자료들을 정리하면서도, 탕비실에서 설거지를 하면서도, 이것이 목사님을 섬기는 일이고 한국 교회를 섬기는 일이며, 결국 예수님을 섬기는 일이기에 항상 기쁘게 일할 수 있었다.
목사님은 명령조로 말씀하시는 법이 없었다. 늘 동역자에게 부탁하시는 태도셨다. 열심히 일하라고 말씀하신 적도 별로 없었다. 오히려 그렇게 컴퓨터만 쳐다보고 있으면 시집 못 간다고 쉬엄쉬엄 하라고 말씀하시곤 하셨다.
하지만 목사님이 먼저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셨기에 그분을 따라 일하다 보면 어느새 성실한 일꾼이 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목사님과 함께했던 선배들과 함께 그분과 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