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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옥성석 목사 _ 충정교회
언젠가 서울에서 열렸던 ‘국제도서전’이 내건 강력한 캐치프레이즈는 “책, 내일의 힘(Books, Power for the Future)”이었다. 이 도서전은 인터넷과 영상매체의 거센 도전 속에서도 ‘책 속에 인류의 미래가 있다’는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같은 때에 나온 <타임>지의 타이틀은 ‘책이 아니라 컴퓨터와 첨단 iTV를 위시한 양방향(interactive) 정보기기들이 인류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상반된 견해를 내놓은 바 있다. 진정 그럴까. 인터렉티브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고 그보다 더한 기술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과학 기술은 여전히 인간실존의 본질적인 물음에는 아무런 답변을 제공하지 못한다.
인간이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 존재인지, 그의 정체는 무엇이며 그의 삶에는 무슨 뜻이 있는지, 그리고 삶의 저편에는 무엇이 있는지, 역사는 어디로 흘러가며 세상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단 ‘한 줄’도 답하지 못한다.
과학기술은 종종 전능자의 흉내를 내지만 그것이 마음의 번뇌를 지우거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씻어줄 수는 없다. 그것이 혹시 일시적으로 우리를 육체의 안락함과 삶의 재미로 이끌지는 몰라도 영혼의 희열과 삶의 평화로는 인도하지 못한다. 그 무엇보다도 ‘죽음’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타임>지보다는 도서전이 내건 캐치프레이즈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문제는 어떤 책이냐이다. 모든 책이 인류의 미래일까. 내일의 힘일까. 그렇지 않다. 얼마나 많은 책들이 인류에게 해악을 끼쳤는지,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