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박성규 목사 _ 부전교회
군대에서 훈련받을 때 가장 즐거운 시간은 십 분간 휴식이었다. 유격훈련을 받으면서, 공수훈련을 받으면서, 전투 수영훈련을 받으면서 들었던 “십 분간 휴식!” 그 목소리는 가장 행복한 목소리였다. 지금도 기억하는 것은 군목으로 임관하기 전 200km 행군을 한 적이 있었다. 야간에 비가 오는데도 “십 분간 휴식!”이라고 하면, 군장을 등에 맨 채로 그저 길바닥에 기대고 쉬면서 얼마나 달콤한 휴식을 누렸는지 모른다.
사람은 무쇠가 아니어서 쉼을 통해서 더 힘차게 다음 단계로 달려갈 정서적, 신체적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것이다. 훈련생이나 인도자에게나 여름방학은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열심히 그리스도의 제자로 훈련받기 위해 전력을 쏟아온 1학기를 마치고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갖는 시간이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2학기 훈련 사역을 결정한다.
군에서는 “휴식 시간에도 군기”가 있었다. 질서가 있고, 다음 훈련을 위한 적절한 휴식이 되도록 인도했다. 또한 휴식이 지나쳐 다음 훈련의 코스를 포기하게 만들어서는 안 되었다. 제자훈련 중에 방학은 그런 차원에서의 휴식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훈련 중 방학에 대해서 세 가지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쉼으로서의 여름방학
먼저 여름방학에 과다한 과제를 주는 것은 개인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 템포 속도를 늦추어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훈련의 강도와 휴식의 정도를 적절하게 안배하는 것이 방학이다. 그러나 쉼만 있다면 효과적인 방학을 보낸 것이 아니다. 전반기에 배운 훈련 내용에 대한 실습이 있어야 한다. 사실 제자훈련은 홀로 서는 훈련이다. 내가 하나님 앞에서 홀로 서서 제자로서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훈련인 것이다.
실습으로서의 여름방학
제자훈련은 평생 받는 과정이다. 그러나 교회에서 정규 커리큘럼으로 훈련하는 기간은 대략 1년이다. 그 후 사역훈련을 받고, 순장훈련(또는 목자훈련)을 받으면서 계속해서 예수님의 제자로 성장해 가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제자훈련과 사역훈련 후에는 성도들이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1980년도에 대학교 1학년 때 서울 내수동교회 대학부에서 형들과 즐겨 불렀던 복음송이 있다.
♬ 나 혼자서 이 길을 가네 나 혼자서 가야 하네
누가 대신 가줄 수 없네 나 혼자서 가야 하네
제자 삼는 그 길을 가네 나 혼자서 가야 하네
누가 대신 가줄 수 없네 나 혼자서 가야 하네 ♬
그렇다. 철저하게 홀로서는 훈련, 하나님과 나만의 친밀함이 훈련되지 않으면 성숙한 제자가 아니다. 혼자서 묵상하고, 기도하고, 순종하고, 증거하고 섬기는 삶을 사는 것이다. 1학기의 제자훈련을 통해서 인도자의 지도 아래 제자로서의 삶을 살아왔다면, 이제는 혼자서 제자로서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큐티를 심화시키는 과정으로 삼아야 한다.
큐티를 통해 매일의 삶에서 하나님을 알아가고, 하나님의 뜻으로 조율되는 삶을 살게 하는 것이 제자의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본문은 제자훈련 시 암송한 구절(또는 전후 문맥)을 본문으로 큐티하는 것도 매우 좋다.
단편적으로 암송했던 구절이 얼마나 풍성한 은혜를 머금은 말씀인지를 알게 되고, 암송한 구절이 나의 것으로 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1주일에 한 번은 D형 큐티를, 나머지는 C형 큐티를 하게 하는 것이 좋다.
또 다른 방안은 통독과 큐티를 연계하는 것이다. 매일 읽는 성경 중에서 특별히 감동이 되는 본문을 큐티의 본문으로 하여 1주일에 한 번은 D형 큐티를, 나머지는 C형 큐티를 하는 것도 좋다. 그리고 제자반 안에 있는 조별로 훈련생들끼리 서로 전화나 이메일, SNS를 통해서 은혜를 나누게 하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이다.
둘째, 기도의 삶이 심화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특별한 기도회도 좋지만, 경건은 일상화가 될 때 진정한 파워를 가진다. 그러므로 새벽기도 혹은 금요기도회에 꼭 참석하도록 권면하고, 제자반(또는 조)별로 기도제목을 나누고 서로를 위해서 기도하는 것도 좋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기도에 있어서 주기도문의 원칙을 따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故 옥한흠 목사님의 저서 『무엇을 기도할까』는 매우 좋은 지침이 된다. 주기도문은 암송하는 것도 유익하지만(그 자체로서 기도이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기도문은 기도의 지침이라는 것이다.
거기에는 기도의 우선순위가 나오고 기도의 바람직한 내용이 나온다. 주기도문의 순서와 내용을 따라 개인훈련을 하면 제자다운 제자가 될 수 있다. 여름방학의 기도에 제자다운 제자의 기도를 실습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셋째, 가족 간의 친밀함이 심화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여름방학을 시작하면서, 가족 간의 친밀함이 심화되기 위해서 계획을 세우며 실천하게 하는 것도 좋다. 그래서 평소에 바빠서 가지지 못했던 가족들 간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고 행복해지도록 인도하면 좋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동안 배운 제자훈련 교재를 요약하여 함께 가정예배를 드리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제자훈련 교재가 신앙의 터다지기와 기독교 신앙의 기초를 든든하게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자녀들에게도 매우 유익한 배움의 기회가 된다. 또한 이것은 본인이 받은 훈련을 자기화하는 계기가 된다. 가장 좋은 훈련의 방법은 훈련생이 인도자의 입장에 서보는 것이다.
넷째, 건강을 강화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매우 바빠서 건강을 돌보지 못한 훈련생들은 건강을 위한 규칙적인 운동계획을 방학 기간에 세우도록 하는 것을 권면해야 한다. 육체적으로 강건할 때 훈련도 잘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사회생활에서 상반기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한다.
제자의 삶은 교회와 가정뿐 아니라, 사회 속에서도 영향력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전반기의 삶이 나의 생활에서 어떤 영향력을 미쳤는가를 반성해 보고, 더욱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토대를 닦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훈련의 연속성으로서의 여름방학
여름방학은 제자훈련의 중간 휴지기이지 졸업은 아니다. 훈련생의 긴장이 떨어져 자칫 두 달간의 방학을 잘 보내지 못하면 2학기를 시작하고 한동안 다시 워밍업하는 데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러므로 방학 기간 동안 훈련의 연속성을 적절하게 유지해야 한다. 그것은 이미 앞에서 나온 ‘실습으로서의 여름방학’을 잘 보내면 상당부분 보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다음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제자훈련 교재 복습하기
1학기에 배운 제자훈련 교재를 요약하게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각 과별로 중심 내용을 요약하게 하고, 본인의 적용까지 첨부한다면, 훈련생들은 자신이 받은 훈련이 무엇이었는지를 분명하게 알게 될 것이다. 또한 적용까지 한다면, 자신의 훈련에 임한 자세나 변화를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 과를 A4용지 한 장 정도로 요약하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각 과의 요약 맨 끝에는 본인의 소감을 기록하게 해도 좋을 것이다. 이것을 가지고 자녀들과 함께 가정예배나 소그룹 나눔의 시간을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가지면 좋을 것이다.
둘째, 『다시 쓰는 평신도를 깨운다』 읽기
故 옥한흠 목사님의 『다시 쓰는 평신도를 깨운다』는 제자훈련의 철학과 전략이 담긴 명저이다. 제자훈련을 받으면서 이 책을 제대로만 읽어도 제자훈련의 성경적인 토대와 교회사적인 근거를 분명히 가지게 될 것이다. 역시 이것도 큰 부담이 되지 않도록 A4용지 한 장 정도로 소감문을 쓰게 하는 것이 좋다.
셋째, 방학 중 제자반 친교·기도 모임
한 번 혹은 두 번 정도로 친교·기도 모임을 가지는 것이 좋다. 아무래도 사람은 홀로 있으면 넘어지기 쉽다. 그러므로 방학 중에 한두 차례의 친교·기도 모임을 통하여 서로를 격려하면서 방학이 헤매는 시간이 아니라, 훈련의 연속성이 있는 시간이 되도록 돕는 것이 좋다.
끝으로 다시 한 번 효과적인 여름방학을 위한 제안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학기 종강을 앞두고, 사랑하는 제자반 형제자매들에게 사랑의 권면을 해야 한다. 이번 방학이 그저 몸이 쉬는 정도의 휴식(休息)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쉬는 안식(安息)이 될 수 있도록 권면을 해야 할 것이다.
휴식은 세상 사람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안식은 주님 안에 거하는 사람만이 경험할 수 있다. 즉 주님과 동행했던 노아가 경험한 평안과 안식이다.
여름방학은 안식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템포 쉴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여유를 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매일 D형 큐티를 하는 것보다는 매일 C형 큐티를 하고, 일주일에 하루 정도 D형 큐티를 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독서물보다는 제자훈련의 성경적인 바탕이 되는 『다시 쓰는 평신도를 깨운다』를 읽게 하는 것이다.
여름방학은 홀로서는 제자로서의 삶을 훈련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다. 크게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도 말씀(큐티), 기도(주기도문의 지침을 따라), 가족 간의 친밀함 심화, 건강 강화, 사회생활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2개월의 방학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훈련의 감각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주어야 휴식이 아니라 안식이 될 수 있다. 휴식으로 2개월을 보내면, 2학기를 개강할 때 제자훈련을 처음 시작하는 것처럼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제자훈련 교재 복습하기, 『다시 쓰는 평신도를 깨운다』 읽기, 방학 중 제자반 친교 및 기도모임을 갖는 것이 좋다. 여름방학에 이처럼 쉼과 실습과 연속성이 유지된다면 2학기의 훈련 사역에 새로운 은혜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박성규 목사는 총신대와 동대학 신대원 졸업하고,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Th. M), 풀러신학교(D. Min)를 졸업했다. 현재 부전교회 담임목사로 시무 중이며, 크리스채너티 투데이 코리아 법인이사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