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편집부
# 1
“사역훈련의 빈틈, 고민과 원칙으로 메꾼다”
인병식 목사(천안온누리교회)
교회적인 사정으로 때로는 정석을 따르지 못할 때가 있는 것이 제자훈련 목회의 현실이다. 성도 수가 부족하거나 훈련생 선발이 어렵다거나, 교역자 혼자 감당하기에 사역이 너무 벅찬 경우, 인도자에게는 그 교회의 상황을 고려한 독특한 지혜와 훈련의 과정이 요구된다. 이에 건강한 제자훈련으로 모범이 되고 있는 천안온누리교회 인병식 목사를 만나봤다. 아직 사역훈련을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제자훈련과 훈련생들을 사역에 투입하는 전 과정에 있어서 항상 고민하고, 변화를 꾀하는 천안온누리교회의 훈련사역을 통해 한 수 배워보도록 하자.
천안온누리교회에서의 제자훈련은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는가? 이제까지 여자 제자반 5기, 남자 제자반 2기까지 진행됐다. 사역훈련은 따로 진행하지 않는다. 특별히 우리 교회 성도 90% 이상이 초신자라는 특성을 고려해, 제자훈련 및 타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세례나 학습을 거치지 않은 성도들이 많다 보니, 그들을 위해 일대일 양육훈련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따라서 제자훈련을 받기 전에 반드시 일대일 양육 과정을 거치게 한다. 일대일 양육 과정에서는 D형 큐티를 통해 말씀 묵상하는 것을 중요하게 가르치고 있다. 이 과정을 거치면, 아무래도 제자훈련 때 D형 큐티에 대한 거부감이나 어려움을 줄일 수 있고, 말씀을 더 깊이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제자훈련 이후에 사역훈련을 진행하지 않는 이유가 있는가? 사실 사역훈련에 대한 마음이 없기 때문에 진행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단지 교회적인 상황 때문에 고민하며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또 부교역자가 없는 상태에서 많은 모임과 훈련을 혼자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도 이유 중에 하나였다.
사역훈련 없이 제자훈련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의 장단점이라면? 장단점이 있다. 바로 사역의 자리에 투입되다 보니, 훈련생들이 훈련이 끝나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훈련생들은 섬기는 영혼을 보면서 자세가 달라지고, 성장하는 것 같다고 고백한다. 또 제자훈련이 교실에서의 수업이라면, 사역은 실전인 셈이다. 내 경우 사역에 투입된 훈련생들이 더 이상 학생이 아니라 동역자, 동반자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반면 좀 아쉬운 부분은 소그룹 인도법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사역훈련이 없는 빈틈이나 아쉬움을 어떻게 보완하는가? 순장모임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보통 화요일 오전 순장반을 하는데, 직장인 순장들이 생기면서 반을 두 개로 나눴다. 우리 교회가 규모가 큰 교회는 아니기 때문에 순장의 수가 많지 않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순장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이 안에서 소그룹 인도가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갈 수 있도록 좋은 도서나 영상물을 추천하기도 하고, 그 주의 설교를 요약해서 나누는 등 은혜를 끼치려고 노력 중이다.
다음 제자훈련은 어떻게 준비하는가? 훈련을 하면서, 매 기수마다 나름대로 평가를 내려본다. 예배나 기도, 말씀 등 해당 기수의 훈련생들에게 약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다음번 제자훈련에서 보완해 나가려고 노력한다. 또 <디사이플>을 참고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지난 3월 <디사이플>에 실렸던 제자훈련 과제물을 점검하는 내용의 기사는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매번 훈련생마다 특징이 다르고, 마음 자세가 다르기 때문에 그때그때 변화를 주고 있다.
훈련생 선발에 어려움이 있지 않은가? 아직까지는 다행히 우리 교회에 훈련을 사모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제자훈련 전에 일대일 양육과정이 제자훈련에 대한 자체적인 홍보 효과를 주기도 하더라. 대부분의 일대일 양육 인도자들이 제자훈련 수료생이다 보니, 그들이 제자훈련을 통해 받은 은혜를 훈련생들에게 나누고, 그 얘기를 들은 훈련생들은 자연스럽게 제자훈련을 사모하게 된다. 덕분에 제자훈련이 힘들고 어렵다는 이미지라기보다 참 좋은 것,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교회 안에 확고해졌다.
사역훈련으로 이어지지 않는 제자훈련의 경우, 주의할 점은? 우선적으로 제자훈련을 마쳐야, 반드시 사역에 투입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이다. 아무리 교회를 오래 다녔고, 많은 봉사와 섬김을 감당했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목회철학의 공유가 안 돼 있을 수 있다. 훈련생의 구원의 확신과 세계관의 점검도 필수적이다. 한편 무조건 제자훈련을 마쳤다는 이유로 순장을 세우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소그룹 인도법이 많이 서투르고, 본인이 힘들어하는 경우에는 다른 성격의 사역을 권면해 준비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이중적인 조언일 수는 있겠으나,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역의 자리를 맡기지 않는 것도 옳지 않다. 사역 현장 속에서 다듬어지고 만들어지는 경우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렇듯 훈련생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인도자가 이해와 고민을 가지고, 사람을 세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아까 말했듯이 제자훈련 이후에도 끊임없이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나갈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침을 주고,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박지연 기자>
# 2
“사역훈련, 제자훈련을 시작할 때부터 권면한다”
장관익 목사(전주사랑의교회)
전주 사랑의교회를 2003년에 개척해 현재 제자훈련 8기, 사역훈련 6기를 진행하고 있는 장관익 목사. 비록 규모는 작지만 건강하고 균형 있는 교회를 꿈꾸며 목회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그 역시 12월이 되면 그동안의 훈련을 마무리하며, 다음 훈련을 준비하는 시간을 갖는다. 특별히 그에게 제자훈련 이후 어떻게 교회 상황에 맞춰 사역훈련을 준비하고 있는지 들어 봤다.
제자훈련에서 사역훈련으로 잘 이어지도록 어떻게 훈련생들을 권면하고 있는가? 우리 교회는 처음 제자훈련을 시작할 때부터 “제자훈련 과정은 3년 과정이니 각오해야 한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한다. 그러다 보니 제자훈련 이후에 사역훈련을 구별된 훈련 과정으로 생각하기보다는 훈련을 멈추지 않고 이어가는 것이 교회의 분위기요, 토양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처음에는 다들 힘들어 했지만 인도자가 계속 강조하는 것을 들으면서 훈련생의 마음에도 거룩한 부담감이 생겼는지, 훈련 과정 중에 끊임없이 노력하며 잘 따라와 주고 있다.
12월이면 제자훈련을 마무리하고 사역훈련을 준비할 텐데, 이 시기에 수료생들은 주로 어떤 시간을 보내는가? 제자훈련을 마치고 나면 사역훈련을 준비하는 약간의 시간이 있다. 이 방학 기간에 수료생들에게 로마서 8장을 암송하게 하고, 먼저 『평신도를 깨운다』를 읽도록 권면한다. 훈련의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훈련생들을 준비시키는 것이다. 보통 제자훈련 수료생들은 이미 인도자가 수차례 훈련을 이어갈 것을 강조해 왔기에 사역훈련에 대해 힘들어하거나 부담스러워하지는 않는 편이다. 그리고 제자훈련을 받는 동안 시간을 사용하는 부분이나 과제 등에 이미 훈련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쩌다 사역훈련을 부담스러워하는 수료생이 있다면, “이왕이면 훈련 받을 때 계속 받는 것이 좋다”면서 은근한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다.
사역훈련에 지원하지 않는 수료생들은 어떤 방향으로 이끄는가? 보통 훈련을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는 피치 못할 개인적 사정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심각하게 권면하지는 않고, 오히려 마음에 짐이 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여건이 되면 사역훈련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그런 수료생은 무엇보다 스스로가 부담을 갖고, 훈련을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역훈련을 받을 여건이 갖춰질 때까지 기다리며, 그동안 개인적으로 잘 준비하며 기도하라고 격려해 준다.
제자훈련 이후, 인도자는 어떻게 사역훈련의 방향성을 잡고 준비해야 하는가? 사실 제자훈련 1년 과정은 기본적인 토양 작업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1년의 훈련으로 그리스도의 신실한 제자가 된다면 세상에 그보다 더 쉬운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하지만 제자훈련은 이제까지 해온 신앙생활을 정리하고 새롭게 정립하며 자신의 삶을 기경하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비로소 사역훈련을 통해 훈련생들은 조금씩 평신도 사역자(순장)로서 눈을 뜨는 과정을 겪는 것이다. 실제로 훈련을 진행하다 보면 많은 훈련생들이 이렇게 고백한다. “목사님, 제자훈련이 저 자신을 채우는 과정이었다면, 사역훈련은 저 자신을 다듬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순장 사역은 저 자신을 비우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평신도 사역자로까지 나아가는 과정 가운데, 제자훈련과 사역훈련이 위치해 있다. 따라서 이런 큰 그림을 놓고, 방향성을 잡아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사역훈련 준비에 있어 개인적으로 어려운 점이나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나는 개인적으로 제자훈련보다 사역훈련이 더 재미있고 좋다. 제자훈련보다 더욱 우리 교회의 수준이나 상황에 맞게 창의적으로 훈련해 나갈 수 있고, 교회의 비전과 상황을 서로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점이 있다면, 인도자로서 스스로 더 성령 충만해야 할 것과 교회론에 더욱 사로잡혀 광인이 돼야 한다는 부담밖에는 없다.
특별히 제자훈련 초기나 준비 중인 목회자들에게 권면과 도전의 말씀 부탁한다. 아직 제자훈련을 하고 사역훈련을 진행하지 못한 경우라면, 반드시 몇 명이라도 함께 사역훈련을 해 보기를 권면하고 싶다. 사역훈련은 제자훈련 수료생뿐 아니라, 사역자 개인에게 도 유익하다. 훈련생들과 함께 교회가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분명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며, 재미도 있다. 그렇기에 CAL세미나 이후에 현장에서 진정 제자훈련 사역자로 거듭나 광인이 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백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