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14년 04월

기획2 * 직장과 사회를 품는 총체적 제자훈련으로의 변화

기획 방선기 목사_ 직장사역연합

대학 시절 제자훈련을 받을 때 옥한흠 목사님은 우리에게 3M 비전을 보여주셨다. 3M 비전이란 Campus Ministry, Business Ministry, World Mission인데, 학창 시절에는 캠퍼스에서 사역자가 되고 졸업 후에는 직장에서 사역자가 돼 궁극적으로 세계 선교에 헌신하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훈련받은 나는 직장생활을 하며 맡겨진 일을 성실하게 해 인정을 받았고,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주변 사람들을 전도하고, 또 몇 사람은 개인 양육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직장 사역을 경험했다. 그것이 기초가 돼 지금까지 직장 사역을 하고 있다.
함께 훈련을 받았던 박성수 형제는 이랜드라는 기업을 통해 훨씬 큰 규모로 직장 사역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옥 목사님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비전은 그 당시의 교회는 물론, 제자훈련을 먼저 했던 선교단체도 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그런 비전을 일찍이 배워서 실천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한다.

 

직장에서 변화를 보이지 못하는 제자훈련
원래 제자훈련은 학생 선교단체에서 시작됐지만, 옥 목사님과 CAL세미나 덕분에 이제는 지역 교회에서도 자리를 잡게 됐다. 하지만 제자훈련을 통해 교회 안에서는 변화가 일어나는 것 같은데, 그에 비해 세상 속에서는 그 훈련의 열매가 그다지 많이 나타나는 것 같지 않다. 제자훈련을 받고 직장에서 사역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런 현상은 참 안타깝다.
그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보니 전통적인 제자훈련에 내재한 문제 때문인 것 같다. 전통적인 제자훈련은 기본적으로 경건훈련과 사역훈련이다. 말씀과 기도로 무장해서 전도하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통적인 제자훈련을 강하게 시키는 단체에 있던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제자훈련 과정에 있어 가정에 대한 배려가 없어 가정 내에 문제를 많이 야기시킨다는 것이다. 훈련에 헌신하다 보니 자녀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자녀들이 나중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했다.
전통적인 제자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또 하나 어려움을 겪는 영역은 직장이다. 제자로 훈련을 받아 직장으로 파송된다는 의식은 아주 귀하다. 그런데 직장을 선교지로 삼는다는 것을 간과한채 직장의 삶과는 괴리된 제자훈련만을 그린다. 직장은 전도나 제자훈련을 위한 장이거나 도구일 뿐, 그 자체는 아무런 의미나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제자훈련은 현실적으로 세상에 영향력을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성경적으로 볼 때는 이원론적 신앙의 맹점을 그대로 보여주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지역 교회 안에서도 제자훈련에 가정 사역이 잘 접목되면서, 전통적인 제자훈련의 맹점을 많이 보완하는 것 같다. 예수님의 제자로 훈련하는 것을 모범적인 신앙인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면, 가정을 잘 돌보는 것도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장 문제와는 여전히 연결점이 부족하다. 제자훈련을 받은 성도들이 교회 내에서는 비교적 성실한 성도나 사역자가 되고, 가정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는데 직장에서는 실제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못한다. 이것이 현재의 한국 교회 제자훈련의 아쉬운 부분이다.

 

총체적인 제자훈련으로의 변화
나는 개인적으로 제자훈련의 열매를 적용하는 현장으로 지역 교회와 가정과 함께 직장을 제안했다. 제자로 훈련된 사람이 교회와 가정과 직장에서 변화된 삶을 살지 못하고 그 영역에서 아무런 변화도 주지 못한다면, 제자훈련의 의미는 반감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제자훈련 커리큘럼에 가정과 직장 편을 보완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마치 선교 영역에 있어 전통적인 선교에서 총체적인 선교로 변화가 필요하듯이, 제자훈련도 총체적인 제자훈련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총체적인 제자훈련이 되려면, 다음 몇 가지의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기독교 세계관, 흩어진 교회, 일상의 영성에 대한 안목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제자훈련의 주제는 아무래도 경건 생활로 제한됐고, 적용은 지역 교회나 가정 등 폭이 좁았다. 진정한 제자훈련은 경건훈련을 넘어서서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을 위한 훈련으로 확대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모든 진리가 하나님의 진리’이며, ‘세상의 어떤 영역도 하나님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영역이 없다’는 기독교 세계관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적용하자면, 교회를 예배당에 모인 교회로만 생각하지 않고, 성도 자신을 세상 속에 흩어져 있는 교회로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성도가 세상 속에 있는 동안 교회를 떠나 있는 것이 아니라 ‘흩어진 교회’로 산다는 것은 직장 속에서의 삶이 바로 교회에서의 삶의 연장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의식을 가질 때 성속이 분리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
그래서 일상생활의 영성에 대한 바른 이해와 훈련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종교적인 영성은 많이 가르쳐 왔지만, 일상생활의 영성은 생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상생활의 영성이란 우리가 살고 있는 어떤 곳에도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의식을 갖는 것이다. 하나님이 모세에게 ‘네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라고 했듯이, 성도들이 사는 모든 곳에 하나님이 함께하시므로 거룩한 곳이 될 수 있고, 크리스천이 하는 일은 무슨 일이든지 주께 하듯 한다면 모든 일이 주의 일, 거룩한 일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다. 이런 방향으로 훈련을 받을 때 비로소 세상 속에서 영향을 미치는 제자가 될 수 있다.

 

둘째, 일상의 중요성을 가르쳐야 한다.
세상에서 크리스천이 인정받지 못하는 가장 심각한 요인은 믿음과 삶의 괴리라고 한다. 이 말은 누구나 다 듣고 공감하겠지만,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삶이 배제된 믿음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이 말은 종교적인 삶과 일상의 괴리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즉 크리스천들이 종교적인 영역에서는 성실하고 비교적 잘하지만, 일상에서는 종교적인 삶을 사는 만큼 잘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믿는 사람들을 믿지 않는 사람들과 비교할 때 종교적인 삶에서는 분명히 구별되지만, 일상의 삶에서는 별로 다를 것이 없거나 오히려 더 나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상의 가치를 강조하게 될 때 제일 먼저 대두되는 문제는 ‘성품’의 문제다. 그리스도의 제자는 성경도 많이 알고, 기도도 많이 하고, 또 경건생활을 잘해야 한다. 그와 함께 빠뜨릴 수 없는 것은 예수님의 성품을 닮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자기를 따르려는 사람들에게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라”(마 11:29)고 했다.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는 데 성품은 옵션이 아니라 필수라는 말이다.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일상의 삶에서 온유하고 겸손해야 한다면, 그것은 또한 제자훈련의 목표가 돼야 한다. 크리스천이 세상에서 빛과 소금이 돼야 한다는 말은, 성품으로 본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교회에서는 종교적으로 열정적인 사람이 드러나지만, 세상에서는 그런 것보다 성품이 구별될 때 드러나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때때로 신앙이 좋다는 사람들이 직장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일상의 삶에서 선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성품과 함께 강조해야 할 것은 삶에서 지켜야 할 ‘윤리’다. 윤리적인 삶은 교회 내에서도 중요하지만, 세상 속에서 살 때 그 가치를 더 많이 드러낸다. 아마도 이와 관련해서 가장 잘 다뤄야 할 주제는 ‘돈의 문제’다. 돈 문제는 성경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주제 중 하나이며, 현실의 삶에 가장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주제다.
물론 교회 내에 재정과 관련된 세미나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 이전에 그리스도의 제자로 훈련하는 과정에서 돈 문제를 철저하게 다뤄야 한다. 예수님이 제자들을 훈련하실 때도 자신이 경제 문제에 대해서 먼저 본을 보여주시고, 돈에 대한 자세에 대해서 아주 강하게 도전했다. 지금 세상과 교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이 돈과 무관치 않은 것은 돈에 대한 훈련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게 한다. 
역시 윤리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정직’이다. 현재 교회 내에서 일어나는 갈등의 이면에는 정직의 문제가 있다. 아무리 경건훈련을 많이 받아도 정직하지 못하면 예수님의 제자라고 할 수 없다. 그런 사람은 세상에서 영향을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게 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전통적인 교회교육은 물론, 제자훈련 과정에서도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 정직에 관해서 언급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윤리 문제가 가장 첨예하게 발생하는 일터의 상황과 연결시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는 설교나 성경공부에서도 다뤄져야겠지만, 특히 제자훈련과 같은 특별한 훈련 프로그램에서는 빠뜨려서는 안 될 내용이다.

 

셋째, 구별되고 모범된 삶을 통한 직장전도를 해야 한다.
제자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전도훈련이 따로 있는 경우도 있지만, 전도가 빠진 제자훈련은 진정한 제자훈련이라고 할 수가 없다. 전도에 대해서 가르친다면 당연히 그것을 실제로 연습해야 한다. 사실 크리스천들이 일하고 있는 일터보다 더 좋은 전도의 현장은 없을 것 같다. 믿음이 없는 사람들과 매일 얼굴을 맞대고 일해야만 하는 직장이야말로 전도하기 가장 좋은 영역이다.
 그런데 종종 직장에서 자연스럽게 전도의 기회를 찾기보다 전도를 감당해야 할 사역으로 생각하고 임하는 경우가 많다. 전도훈련은 받았더라도 일터에서 이뤄져야 할 전도의 독특성을 모르면 그렇게 되기 쉽다. 일터에서의 전도는 사냥꾼 방식이 아니라 낚시꾼 방식으로 해야 한다.
전도의 표적을 향해 복음의 총알을 날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구별되고 모범된 삶을 보고 직접 찾아오도록 하는 것이다. 베드로전서 3장 15절에 있는 대로 믿지않는 자들이 우리에게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게 하고 그에 대해 대답하는 것이다. 직장에서의 삶을 통해서 크리스천의 다른 점을 보여주고 자연스러운 관계가 형성되는 가운데 전도가 이뤄져야 한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라
언제부터인가 선교계에서는 총체적인 선교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성경이 가르치는 것이기도 하지만, 전통적인 전도와 교회 개척을 통한 선교에 한계를 느끼면서 더욱 필요해졌다. 총체적인 선교의 적용으로 전문인 선교(Tentmaking Mission)와 기업 선교(Business As Mission)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선교 현장의 현실적인 필요 때문에 관심을 두게 됐지만, 사실 성경적으로 볼 때 하나님 나라의 선교 현장은 종교적인 영역으로 제한되지 않고, 삶의 모든 영역으로 확장돼야 한다. 복음은 영혼의 구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총체적인 회복을 위한 것이며, 믿음으로 하나님의 백성이 된 사람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이뤄야 할 사명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교는 삶이 변해서 그가 속한 가정이나 직장을 변화하고 나아가서는 사회를 변화하는 일까지 포함해야 한다. 한국 교회가 총체적인 선교를 하기 위해서는 교회가 총체적으로 변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제자훈련이 총체적으로 변해야 하겠다.

 

 

방선기 목사는 국방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두란노 편집부장, 성도교회 교육 봉사를 거쳐 현재 이랜드 사목과 직장사역연합 대표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