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14년 07월

기획1 * 아웃리치로 보물을 캐다!

기획 홍정기 목사_ 성남제일교회

12년 전 지금쯤 하나님의 은혜로 성남제일교회에 부임했다. 말씀과 훈련을 갈망하는 좋은 교회였다. 목마른 사슴처럼 말씀을 갈망하며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교회가 몇이나 될까! 감사한 마음으로 2년 동안 꿈쩍 않고 설교와 심방에 집중했다. 강단에서 제자훈련의 필요성과 말씀에 대한 갈망을 호소했고, 주보도 거의 바꾸지 않았다. 교회의 역사와 정체성을 존중하겠다는 뜻이었다. 이것에는 고(姑) 옥한흠 목사님이 “홍 목사, 가서 절대 서둘지 말게!” 하셨던 당부도 한몫했다.
그리고 만 2년 후 제자, 사역훈련을 거쳐 그 대미를 단기선교로 마무리하는 훈련 커리큘럼을 장로·안수집사들을 대상으로 시작했고, 그것은 예상과 달리 큰 폭발력을 가져왔다. 돌아보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다.

 

훈련의 끝은 단기선교로!
당시 성도들은 전교인 수련회를 제외하면, 단체 훈련이나 여행 경험이 전무했다. 또 해외여행 경험은 언어 연수차 영국에 머물렀던 청년 한 명이 중국 상해로 선교여행을 한 번 다녀온 게 전부였다. 이런 환경에서 2년 간의 훈련 사역을 마무리하며 모든 훈련생이 일주일 휴가를 내고 국내외로 선교여행을 떠나는 것은 대단히 파격적이었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 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도 설레는 일이었다. 기도하며 도전한 결과, 훈련생 8기를 배출한 지금까지 수백 명이 거의 100% 단기선교에 참석하는 놀라운 결과를 낳았다. 이는 누가 뭐래도 장로·안수집사 1기 훈련생들이 몸소 실천으로 보여준 모범적인 전통이었다. 이 자리를 빌려서 감사를 드리고 싶다.
성남제일교회의 훈련 커리큘럼은 터다지기(기독교ABC), 성장반, 성경의 숲(개요 및 각 권 공부), 제자훈련, 사역훈련 및 단기선교, 부부행복학교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가끔 예외가 있지만 대체로 이 과정을 거쳐 신앙의 기본을 세운다. 다만 너무 계열화돼 학원 분위기가 나지 않도록 조심한다. 각종 프로그램 신설을 요청하는 부교역자들에게 “교회가 무슨 학원인 줄 아니?”라며 일침을 가했던 옥 목사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그렇다. 교회가 훈련에 집중하는 것은 맞지만, 지식 축적을 위해 학원화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훈련의 완성 포인트는 수료예배가 아닌 단기선교와 같은 현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2~3년의 훈련을 마치며 함께 먹고, 자며, 말씀과 공동체의 거울 앞에 자신을 비춰보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이것이 단기선교를 훈련의 끝에 두는 이유다. 점잖고 스마트한 얼굴은 지나가고, 꾸밈없는 각자의 민낯이 나온다. 아웃리치 중에 심각한 의견 대립은 물론, 고성이 오가는 경우도 있다. 결국, 모두가 가장 낮은 마음으로 주님 앞에 서게 되는 단기선교·아웃리치 과정은 비 온 후에 땅이 굳듯 개인도, 공동체도 더 단단하게 한다.

 

청년 부흥의 단초, 미국 단기선교로 땡잡다!
훈련을 하면서 가장 큰 변화를 맛본 프로그램은 청년들의 미국 아웃리치다. 매년 진행돼 어느덧 6기를 맞았는데, 이것을 하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지지부진한 청년들의 모임이 교회의 고민거리였다. 관심이 없는 것도, 재정을 투자하지 않는 것도, 수련회를 안 하는 것도, 부흥을 위해 애쓰지 않는 것도 아닌데 왜 이리 열매가 없을까? 큰 고민이었다. 당시 청년들은 근근이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고 동기들끼리 의좋게 지내는 것이 전부였다. 또래집단의 배타성도 강했고, 교회의 리더십과 소통도 안됐다.
과연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바로 지도자의 잦은 교체였다. 이는 양육 토양을 척박하게 만들었고, 청년들이 위기 때 찾아갈 멘토의 부재로 이어졌다. 비전의 문제도 있었다. 바깥세상에 대해 들어도 경험할 수 없는 단절의 벽이 있었고, 그 벽을 뛰어넘을 사다리 역시 없었다. 그래서 대안을 세웠다. 우선 활주로를 구축했다. 우리는 대륙과 해양에 끼인 반도 국가이기 때문에, 청년들이 대륙 세력인 중국·러시아와 해양 세력인 미국·일본을 향해 날아오를 토대인 활주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중국 선교에 대해서는 누구나 수긍하지만, 미국에 선교사를 파송한다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미국은 선교지가 아니라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현지뿐 아니라 우리의 내적 도약을 위해서 꼭 넘어야 할 산이었다. 결국,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파송된 선교 베이스를 중심으로 매년 청년들을 3주간씩 아웃리치로 보냈다.
이를 위해 6개월 전에 인원 선발을 끝내고, 기도 및 재정 준비, 리더 및 현지 적응훈련 등을 실시했다. 태권무, 워십, 찬양 등 각종 전도용 퍼포먼스는 미국의 거리공연과 현지 교회 발표용이었는데, 꽤 수준급으로 준비돼 교포신문을 장식하기도 했다. 15명 인원의 소요 재정은 6천만 원에 육박한다. 대단한 투자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온 교회가 하나 돼 이들을 지켜보고, 기도하고 후원하며, 손뼉 친다는 것이다. 이는 기성세대의 큰 기쁨이자 청년 부흥의 강력한 토대가 됐다. 한마디로 아웃리치를 통해 ‘땡’잡은 것이다.

 

청장년 연합 아웃리치
우리 교회 아웃리치 팀은 해마다 여행자를 모집하듯 급조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2년을 함께 훈련하며 달려온 훈련 공동체로 구성된다. 특히 DTS(Discipleship Training School)는 담임목사와 함께하는 1년 과정으로, 청년 제자훈련팀과 장년 제자훈련팀이 만나 함께 훈련받고 아웃리치를 떠난다. 두 세대가 연합해 훈련하고, 강의 듣고, 소그룹에서 삶을 나누며, 기도하고, 전도용 퍼포먼스를 준비하는데, 의외로 재미가 쏠쏠하다.
아버지 세대와 자녀 세대가 함께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란 편견이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유익이 많았다. 세대 간의 소통 단절을 극복할 수 있고, 장년의 고민과 청년의 고민을 나누며, 서로가 가진 안정과 열정을 배운다. 재정적인 상호부조가 더 활발해지는데, 장년들이 훈련 비용에 있어 많이 섬긴다.
또한 세대 간에 교회 비전과 사명의 전승이 잘 되고, 훈련 에너지를 서로 나눔으로써 건강한 자극을 주고받는다. 청년들의 교회 사랑과 소속감이 배가돼 결혼 후 교회 정착에도 효과적이다. 감사한 것은 청년 내부의 결혼 비율도 높아졌다. 이러니 아웃리치 현장에선 얼마나 재미있겠는가! 세대 간 연합이 필요한 지금의 때에 청장년 연합의 사역훈련과 아웃리치를 한국 교회에 강력히 추천한다.

 

단기선교를 통해 캐낸 보화들
첫째, 소그룹 팀 빌딩이 활발해진다. 릭 워렌이 분석했듯, 교회에는 외곽 그룹이 많을수록 그만큼 결속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훈련을 통해 외곽 멤버가 코어 그룹으로 강화돼야 한다. 단기선교는 각종 준비와 중보기도, 묵상 나눔을 통해 코어 그룹으로 공동체를 세우기에 좋은 장이다. 선교팀에서 경험하는 리더, 부리더, 중보기도, 말씀 묵상, 예배, 식사 및 간식, 사진과 기록, 재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담당자가 모여 합력해 선을 이뤄간다. 모름지기 교회는 다락방과 같은 말씀 소그룹뿐 아니라, 선교와 봉사를 지향하는 소그룹이 많아져야 더 강해지고 균형이 잡혀간다.
둘째, 인생의 지경이 넓어진다. 이는 경작하는 토지와 경영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바라보는 시선과 마음의 영적 지경이 넓어지는 것을 말한다. 단기선교는 지경을 넓히는 지름길이다. 선교지를 밟고 오면 눈을 감아도 떠오르는 영상이 있고, 그곳을 위해 기도하고 헌신하다 보면 다시 그 땅을 밟는 날이 찾아온다. 우리 교회도 작년에 캄보디아로 단기선교를 갔던 청년들이 그곳을 못 잊어 올해 또 간다. 3년 연속이다. 단기선교로 성도들의 인생 지경이 넓어져서 참 기쁘다. 이렇게 주님의 세계 경영이 가능해지는 것 아닐까?
셋째, 영적 전투력이 향상된다. 선교가 전투라는 건 해본 사람은 다 안다. 낯선 환경과 싸우는 것은 기본이고 밟는 땅의 역사와 인습, 그 땅을 사로잡고 있는 어둠의 권세들과 날 선 싸움을 벌여야 한다. 그러니 내 능력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고, 기도와 말씀으로 주님의 능력을 덧입을 수밖에 없다. 사소한 문제로 발목이 잡힐 때, 예를 들어 공항에서 통관으로 몇 시간을 붙잡혀 있을 때 영적 전투를 실감한다.
작은 차이로 팀 안에 분열이 일어날 땐, 소름이 끼칠 정도로 악한 사단의 방해에 적의를 느낀다. 그래서 몇 시간이고 엎드려 주님이 풀어주실 때까지 기다린다. 단기선교는 이런 영적 전쟁의 현장에 투입되는 것이다. 영적인 근육이 생기지 않으면 버티기 어렵다. 이런 영적 근육은 선교 현장에서 성령께서 주시는 귀한 선물이다.
넷째, 넘치는 재정 후원을 경험한다. 성남은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분들도 계시기에 원치 않게 약간의 인색함이 있다. 하지만 이런 지역 정서를 보기 좋게 깨뜨린 게 바로 훈련이요, 단기선교다. 훈련비용을 대신 내주고 선교 재정을 위해 남모르게 200회 이상 후원하는 이도 있어, 선교가 재정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다.
특히 청년 미국 아웃리치를 위해 100명이 넘는 도움의 손길이 몰리고, 선배들이 후배 한 사람의 경비를 책임지는 선순환도 정착됐다. 훈련 이전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최근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교회 재정이 위축된 사례가 많은데, 훈련생들의 섬김으로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다. 작은 물품, 적은 액수를 나누는 마음이 얼마나 고마운가! 샘이 깊으면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다섯째, 전도용 SUM(Special Utilities for Mission)을 준비한다. 해외 선교는 언어장벽이 문제다. 의사소통이 안 되면 현지에 가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특히 전도 금지 국가에선 기도 외에 할 일이 거의 없다. 그래서 준비하는 것이 작은 공연물이다. 물론 아마추어지만 최선을 다해 기도하며 준비한다. 작은 몸짓, 표정, 찬양 속에 그리스도의 사랑과 복음의 진수를 담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이는 상당한 효과를 발휘한다. 물품을 나눠주고, 안아주고, 기쁨으로 진지하게 공연할 때, 현지인들은 마음을 열고 눈물을 흘린다. 또한, 복음 전파의 도구로 쓰임 받는 우리도 기뻐서 함께 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그림인가. 심지어 아무도 보지 않는 몽골 초원에서 SUM으로 하나님을 높여 찬양하고, 베트남의 우상 탑에서 침묵으로 기도하며 영적 전쟁을 할 때, 모골이 송연한 감격은 단기선교의 백미다. SUM을 준비하는 동안 팀의 분열이 물러가고 영육이 하나로 묶이게 된다.
여섯째, 어게인(Again) 아웃리치가 진행된다. 장년 훈련 8기, 청년 아웃리치 6기를 마쳤는데, 그중에 몇몇 팀들은 다시 모여 국내와 해외에 또 아웃리치를 나가거나 계획하고 있다. 단기선교의 잔잔한 기억이 은혜의 샘이 돼 다시 일어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누가 등 떠밀어 강요한다고 될 일인가? 성령의 내적 음성이 그들을 움직이고 계신 것이다.
그래서 교회는 주님의 교회요, 사역은 주님이 하시는 것이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일어나고 또 일어나는 선교팀과 함께, 거시 목회가 상승곡선을 그리는 모습을 보는 것은 목회자만이 아는 비밀이요 축복이다. 훈련 중에 하는 단기선교는 훈련의 백미요, 완성이요, 마침이다. 그래서 조심스러운 부탁은 단기선교를 시찰이나 순회 여행처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성령의 강력한 임재를 경험하기가 어렵다.

훈련은 책상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훈련 공동체 안에서 깨지고 뉘우치며, 삶의 현장에서 열매를 맺는 것이다. 그 현장 중에 하나가 단기선교·아웃리치다. 훈련이 지지부진하고 동력이 떨어질 때, 훈련 막바지의 단기선교는 새로운 힘을 부여해 훈련을 완성시킨다. 훈련으로 체질을 바꾸고 단기선교로 열매를 거둘 수 있다. 열매는 또 다른 열매를 향해 달려갈 것이다.
단기선교를 훈련과 함께 목회 중심에 두자. 선교는 삶과 사역의 현장으로 성령을 초청하는 절묘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성령께서 실패하신 것을 본 적 있는가? 절대로 없다. 방학을 잘 보내서 훈련을 완수하길 기도하고 축복한다. 할렐루야!

 

 


홍정기 목사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사랑의교회에서 교육담당 사역자로 섬겼다. 현재 성남제일교회 담임목사로 시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