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14년 10월

기획5 * 강권하심을 따라 움직인 러시아 제자훈련

기획 김홍장 대표총무_ 미주국제제자훈련원

지난 2014년 5월 미국에서 열렸던 미주 제자훈련지도자세미나(이하 CAL세미나)에 러시아에서 23명,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에서 3명 총 26명이 참석했다. 사실 러시아 지역에서 미국으로 오는 것은 쉽지 않다.
첫째는 비자를 받기가 쉽지 않다. 거절당하는 확률이 40~50% 정도가 된다. 둘째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적어도 항공료와 그 외의 비용들을 합치면 3천 달러 정도가 필요하다. 러시아나 중앙아시아의 국민소득을 고려하면 꽤 큰돈이다. 예를 들어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서 목회자의 사례비는 200불 내외이다. 셋째로 남가주사랑의교회는 러시아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의 유명한 교회들은 인터넷의 영향으로 러시아 안에서도 꽤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남가주사랑의교회는 그렇지 않다.
그러므로 러시아에서 이만한 인원이 미국의 유명한 교회가 아닌 미국의 한국 교회에서 주최하는 CAL세미나에 참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처음에는 40명 정도가 비자를 신청했으나 비자를 받을 수 있었던 인원은 30명이 좀 안 되는 인원이었다.
그러면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이들이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서 남가주사랑의교회에서 개최하는 CAL세미나에 참석한 배경은 무엇일까?

 

하나님께서 시작하신 러시아 제자훈련
사실 나는 러시아 사역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Russia의 ‘R’자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아주 우연한 계기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깨닫게 됐다. 남가주사랑의교회 바로 이웃에 있는 G교회에서 ‘목적이 이끄는 40일’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아주 성공적으로 끝났다. 교회 전체에 하나님의 목적으로 말미암은 뜨거움이 넘쳤고, 특히 소그룹이 다시 전반적으로 큰 힘을 받게 됐다.
이 교회는 러시아 선교가 매우 강한데, 이 교회의 선교부에서는 이 열기를 선교 현장에 도전하기 위해서 ‘목적이 이끄는 40일’의 러시아판을 나에게 요청했다. 그런데 알아보니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러시아판이 아직 없었다. 나는 새들백교회와 상의를 하던 중 사역에 대한 욕심으로 뒷감당을 생각도 못 하고, 덜컥 러시아판에 대한 라이센스(License)를 새들백교회에 요청했다. 그렇게 세계에서 유일하게 그 나라 사람이 아닌 사람이 라이센스를 갖게 됐다.
그런데 내가 라이센스를 받던 바로 그 주에 당시 17세였던 우리 둘째 아이를 천국으로 보내게 됐다. 나는 우리 아이의 소천과 러시아 사역에 대한 입성을 도저히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저 남을 도와주겠다는 러시아 사역이 내게는 우리 아이가 주고 간 유업이 됐고, 또 그 때문에 나는 어떤 경우에도 러시아 사역에서 물러날 수가 없게 됐다.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러시아 사역
우리 교회는 본당 강대상 뒷면에 세계지도가 있다. 평소에는 이것이 우리 교회 성도들에게 세계선교를 마음에 품어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러시아 판권을 받은 후에 그 지도는 내게 새롭게 다가왔다. 내가 판권을 받았다는 것은 이것을 보급해야 하는 의무도 동시에 받은 것이다.
세계지도에서 러시아를 보니까 정말 컸다. 얼마나 광대한지 러시아를 보다가 한국을 보면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게다가 나는 러시아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아무런 사역 기반도 없었다. 막막한 입장이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마치 실타래를 풀듯이 러시아 사역을 하나하나 풀어나가기 시작하셨다. 하나님께서는 전체 CIS 선교대회에서 생각지도 않은 전체 강의를 몇 시간이나 맡아서 하게 하셨고, 그것이 연해주 선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로 이어졌다. 또 여기에서 러시아 사역의 파트너이자 러시아 최고 고참 선교사 중 하나인 S 선교사를 만났다.
그래서 지금까지 8년에 걸쳐서 러시아 전역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모스크바(Moscow),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 튜멘(Tyumen), 수르구트(Surgut), 쿠르간(Kurgan), 예카테린부르크(Yekaterinburg), 카잔(Kazan), 모즈가(Mozgha), 유즈노사할린스크(YuznoSakhalinsk), 울란우데(Ulan Ude), 이르쿠츠크(Irkutsk), 블라고베셴스크(Blagoveshchensk), 하바롭스크(Khabarovsk), 블라디보스토크(Vladivostok), 아르템(Artem), 코르사코프(Korsakov), 니지니노브고로드(Nizhny Novgorod), 노보시비르스크(Novosibirsk), 브라츠크(Bratsk) 등과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의 수도인 타슈켄트와 실크로드가 지나가는 사마르칸트(Samarkand) 등에서 사역했다. 이 지역들을 방문해 ‘목적이 이끄는 40일’을 통해 교회의 목회 토양을 갈아엎어 비옥하게 하는 방법과 제자훈련을 통해 건강한 교회를 세워나가는 길을 소개했다.
이런 사역이 점점 쌓인 결과, 2013년부터 러시아 전역에서 많은 이들이 미주 CAL세미나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2013년에 15명, 2014년에는 27명이 참가했다. 그런데 이 숫자들은 신청한 숫자들의 50%에 불과하다. 50%에 가까운 신청자들이 미국 비자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기대하며 기도하는 것이 있다. 올해 2014년 10월 중순에 시베리아의 최대 도시인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전 시베리아 교회들이 모이는 콘퍼런스가 열린다. 예년에 1,000~1,200명의 목회자와 리더가 모였던 콘퍼런스인데, 이 콘퍼런스의 주최 측에서 제자훈련을 소개해 달라는 초청을 받았다.

 

현대 러시아 개신교의 현황
러시아는 1985년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를 지나면서 구소련이 붕괴하고, 많은 동유럽 위성국가와 발트 3국이 독립을 하면서 어느 정도 종교적인 자유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동시에 러시아는 전통적인 러시아정교가 정부와 손을 잡고 부활해 전체인구에서 개신교가 차지하는 비율은 0.5%에 불과하다.
그리고 러시아 정부와 러시아정교 간의 서로에 대한 노골적인 지원과 유착은 특히 개신교를 철저하게 압박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노골적으로 러시아정교를 러시아 황제(tsar)들이 다스리던 때의 국교에 준하는 위치로 격상시키려 애쓰고 있다. 2013년에 제정된 ‘종교보호법’은 전통적인 러시아정교, 유대교, 이슬람교, 불교 4개의 종교를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만들어졌지만, 사실은 러시아정교를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을 뿐이다.
개신교의 구성원을 보면 오순절 계통 교회의 숫자가 가장 많고 교세도 크다. 그다음은 침례교이지만 수치상 차이가 많고, 루터교, 장로교 등이 있지만 교세가 별로 크지 않다. 그동안 오순절 계통이 러시아에서는 가장 빨리 부흥하는 교단이었다. 각 지역에서 가장 큰 개신교 교회는 대개 오순절교회이다. 오순절교회는 체험적인 신앙, 뜨거운 찬양 등을 바탕으로 빠른 성장을 보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성장이 모두 멈췄다. 더는 체험적인 신앙으로 성도들의 갈증을 채워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바로 이때 러시아 사역을 통해서 ‘목적이 이끄는 40일’과 ‘제자훈련’에 대해 소개할 수 있었다. 그들이 고백하길 자신들의 성장이 멈춘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말씀 사역의 부족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사역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미국까지 왔던 것이다. 그중에는 심지어 돈을 빌려서 온 이가 있을 만큼 그들은 절박했다. 그들은 CAL세미나에 와서 자기들이 가야 할 길을 재차 확인했다. 그 결과, 제자훈련이 사역적으로는 정반대의 전통을 가진 러시아의 오순절교회에 소문이 더 많이 나 있는 상태이다.

 

러시아에서의 제자훈련 접목사례
누가보예 교회는 사할린 섬의 주도인 유즈노사할린스크의 누가보예 지역에 있다. 누가보예교회 박용석 선교사는 러시아가 처음 개방됐을 때 들어간 선교경력이 20년이 넘는 1세대 선교사이다. 본 교회와 개척 교회까지 포함하면 약 200명이 넘는 교회를 섬기고 있다. 특히 러시아 교회에는 노년층들이 많은데, 이 교회는 젊은 러시아인들과 고려인들이 교회의 중심 역할을 하는 교회이다.
박 선교사는 몇 년 전까지 선교지를 현지인화하는 일로 고민을 많이 했다. 흔히 선교의 마지막은 현지인화라는 바람이 불고 있던 때였다. 그러던 중 이 교회에서 ‘목적이 이끄는 40일’ 세미나가 열렸고, 박 선교사 부부는 내게 이 고민을 털어놓았다. 나는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무조건 사역을 내려놓는 것보다 러시아의 젊은이들을 제자훈련을 통해서 길러내는 일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박 선교사 부부는 이후 미주 CAL세미나에 참여했고 또 미국에서 열린 평신도비전콘퍼런스에 10여 명의 젊은이와 함께 참석했다. 박 선교사는 러시아로 돌아가서 이들과 함께 제자훈련을 하고 있다.
이 교회 제자훈련의 특징 중 하나는 현재 제자훈련을 거의 마쳤지만, 제자훈련 중에도 훈련생들이 선교에 깊이 참여한다는 점이다. 매주 주일예배가 끝나면 훈련생들은 각자 두세 시간 거리에 있는 개척 교회에 가서 예배를 인도하고 다시 두세 시간을 운전해서 돌아온다. 사할린은 아직까지도 선교 불모지대이다. 최남단 사할린스크 부근은 그래도 복음이 많이 들어가 있지만 북쪽으로 몇 시간만 가도 교회가 없다. 제자훈련생들은 이 교회가 개척한 교회에서 예배를 인도하면서 개척지 교회를 주일마다 섬긴다. 그래서 이들에게 말씀의 맥을 잡는 훈련을 시키기 위해서 미주국제제자훈련원은 이 교회에서 사흘 동안 24과의 깊은 묵상학교(큐티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여러 침례교회와 오순절교회의 여러 교회가 제자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 러시아는 제자훈련이 막 시작되는 유아기다. 그래서 많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러시아 제자훈련의 전망
러시아에서 제자훈련의 전망은 밝다. 그러나 이것은 충분한 도움을 제공했을 때의 경우이다. 그저 CAL세미나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는 제자훈련이 접목되지 않는다.
특히 개별적인 상담이 아주 중요하다. 각 교회의 형편과 사정을 듣고, 그에 대한 대책을 함께 상의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들이 가진 의문을 지속해서 즉시 답해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재는 제자훈련의 기본적인 교재와 『평신도를 깨운다』 러시아판도 번역과 출판이 되지 않았다. 참 아쉬운 일이다. 이것은 가까운 시일 안에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DMI Russia(러시아 국제제자훈련원) 필요성 대두
러시아는 2억 5천의 인구를 갖고 있고, 지역 간에 8시간의 시차가 있을 만큼 방대하다. 그러므로 러시아에서 제자훈련 사역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러시아 지역만을 전적으로 집중해서 사역하는 DMI Russia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먼 나라에서 원격으로 할 수 있는 사역이 아니다. 또, 이것은 제자훈련의 궁극적인 목표를 선교로 설정하고 있는 제자훈련 2.0의 방향과도 잘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김홍장 대표총무는 개혁신학교를 졸업했다. 현재 남가주사랑의교회 전도사와 미주국제제자훈련원 대표총무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