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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이인호 목사_ 더사랑의교회
이 주제의 글쓰기를 선뜻 수락한 것은, 분명 나 자신이 가정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다고 착각했음이 틀림없다. 내 가정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아내의 공로로 돌려야 한다. 늘 곁에서 행복한 표정을 지어주고, 가정에 웃음이 떠나지 않게 해준 아내의 노력에 내가 뭔가를 보탠 기억이 없으니, 다 아내의 성숙함 때문이라고 말해야 옳다.
사실 아내를 위해서 설거지 한 번 제대로 해준 적도 없다. 오히려 몸 약한 남편이 목회도 간신히 해나가는 것을 가엾게 여긴 아내는 가끔 해주겠다고 해도 손사래를 치며 등을 떠민다. 집에 못을 박거나, 문이 삐걱거릴 때에도 변기 레버가 고장 났을 때도 거의 아내가 손수 해결한 것 같다. 내가 해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니 말이다. 그렇다고 아내에게 보석이나 옷을 사준 적은 언제인가? 괜찮다는 아내 말에 끄덕였을 뿐이고, 딸을 걱정하시는 장모님이 가끔 옷을 사서 올려보내셔서 내심 안심했고, 아내가 스스로 동네에서 사 입는 것 같아 그런가 보다 했을 뿐이다.
아이들에게는 잘했겠는가? 몇 년 전에 아들이 우리 아빤 다른 아빠들과 달라서 우리가 쉬는 주말에 일하고, 우리가 학교 가는 월요일에 쉰다고 불만스러워한 기억이 난다. 생각해보니 주말에 아이들과 영화도 보고 소풍도 가고, 축구장이나 야구장도 가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늘 그러고 싶었지만, 항상 설교 준비가 안 끝나서 결국 못 했다. 어느덧 아이들이 훌쩍 커버렸고, 이젠 내가 시간이 나도 아이들이 바쁘다고 할 나이가 돼 버렸다.
최근에 문득 내 아들이 내 곁에 있는데도 참 그립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