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14년 11월

기획1 * 자기관리 하는 목회자가 교회를 새롭게 한다!

기획 정근두 목사_ 울산교회

요즈음 나는 목회를 하는 분들과 함께할 시간이 주어지면 ‘목회자의 자기관리’에 대해서 주로 말하고 싶어진다. 그 이유는 결코 내가 다른 사람보다 자기관리를 잘하기 때문이 아니라, 누구보다도 자신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싶은 소원 때문이다. 그래서 전공인 설교에 대해서 말하기보다도, 이 주제에 대해서 오히려 함께 나누기를 소원한다. 자기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우리가 맡은 사역을 제대로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제자훈련 사역이든 설교 사역이든 그밖에 무엇이든 마찬가지다.

 

건강관리, 순종해야 할 하나님의 명령
그러면 먼저 우리가 관리해야 할 영역은 무엇인가? 하나님께서 지으신 인간은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으로 이뤄져 있다. 그러므로 삶의 육체적인 영역을 위해서는 건강관리를, 정신적인 영역을 위해서는 지적인 훈련을, 영적 영역을 위해서는 경건훈련이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지적인 훈련을 생략하고, 나머지 두 가지를 다루려고 한다.
먼저 건강관리를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영적 성숙뿐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관심을 두신다는 사실을 믿고 고백해야 한다. 우리 몸은 그리스도의 피로 값을 주고 산 거룩한 성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께서 기뻐하는 산 제사로 우리 몸을 드려야 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약속하신 풍성한 삶을 위한 명령에는 육체적인 영역도 포함돼 있다. 그뿐 아니라 육체의 연습은 상당한 유익이 있다고 성경은 말한다. 비록 오늘 집중적으로 살필 경건의 연습이 가져다주는 유익과는 족히 비교할 수 없다고 할지라도, 약간의 유익이 있다고 말하는 성경 말씀을 무시하거나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약간의 유익도 감사함으로 받아들일 때에 그것은 더 큰 축복의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여러분이 건강하기를 원하신다는 사실을 믿기 바란다.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삶을 즐기기 위해서는 영적으로 죄를 고백하고 죄에서 떠날 뿐 아니라, 성경의 명령에 순종해야 한다. 신체적으로 피곤이 덮쳐서 입술이 부르트고 코피가 난다면, 위험 신호로 간주해야 한다. 그러므로 적당히 먹고 마시며 휴식과 수면을 취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기대하시는 바다.
목회자의 삶에서 건강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그것이 기본이 돼야 다음의 풍성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나님께서는 분명히 우리가 일의 노예처럼 살기를 원치 않으신다.
비록 우리의 목회 상황이 우리에게 적절한 일과 휴식, 즉 업무 활동과 휴식 활동에 대한 균형을 갖도록 허락하지 않을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이 균형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가 확보해야 할 휴식은 결코 일에 지쳐서 퍼지는 상태가 아니다. 단순한 오락도 아니고, 더 높은 차원의 활동이다. 휴식은 일과 마찬가지로 순종해야 하는 하나님의 명령 속에 포함돼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하라.
그러므로 제대로 휴식을 하기 위해서는 각자에게 맞는 휴식의 방법을 개발하고, 주기적으로 휴식의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하루에도 오전, 오후에 한 번씩 차나 커피를 마시기 위한 시간을 확보한다든지, 아니면 주간, 월간, 아니면 분기나 연간 휴가 계획을 세워서 합리적으로 휴식을 취할 때 삶을 효율적으로 살 수 있을 것이다. 남아공의 어떤 흑인 부족의 격언처럼 “일은 끝이 나지 않고, 인생은 끝이 나기 때문”이다. 끝없는 일에 밀려서 사는 것보다는 월요일 한나절이라도 머리를 식히는 것이 목회자들에게는 필수적이다.
휴식뿐 아니라 운동 방안도 꼭 생각해야 한다. 각자의 기질이나 삶의 환경에 적합한 방안이 무엇인지 알아내서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건강관리 방안이리라. “자기 자신을 알라”는 격언은 여기서도 통한다.
하다못해 맨손체조나 팔굽혀펴기, 줄넘기, 걷기, 달리기, 수영, 헬스클럽에 다니는 것 등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들도 있고, 좋은 맞상대가 있으면 배드민턴이나 테니스도 좋은 방안이다. 또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많으면 족구나 배구, 축구 등 함께 즐길 수 있는 운동들도 있다. 다만 규칙적으로 자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설교가 아닌 자신을 위해 영성훈련을 하라
이어서 제3의 자기관리 영역이자 오늘의 중심 주제인 경건훈련, 혹은 영성관리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목회자에게 있어서 경건훈련이란 특별한 공적인 목회 사역과 관련 없이 자신의 영적 삶을 진보시키기 위해서 자신을 훈련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꼭 같이 성경을 읽어도 설교의 본문을 찾기 위해서 성경을 읽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영적인 양식을 얻기 위해 목회자가 성경을 읽는다면 이것은 경건훈련으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경건훈련을 통해서 우리는 자신의 영적인 경험을 확인한다. 목회의 성공은 자신의 업적을 쌓는 일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자기관리와 밀접히 관련돼 있다. 목회에 성공해도 주님과의 관계에서 실패할 수 있음을 주님께서는 경고하셨다(마 7:21~23).
정통적인 고백은 있으나 바른 삶에서 실패하지 않도록 우리는 자신의 영적인 경험을 확인해야 한다. 경건훈련을 통해서 우리는 자신이 참된 하나님의 자녀임을 입증한다. 살아 계신 하나님과 교제하고 싶은 갈망은 영적인 본능이요, 하나님의 자녀들만이 누리는 특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영적 삶의 활력을 위해서도 경건훈련은 반드시 필요하다. 목회자는 성경의 진리를 선포하는 것뿐 아니라 자신이 직접 성경의 진리를 섭취할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말하자면 자신의 영혼을 위해서 먼저 하늘 양식을 먹고, 혼자 먹기에 많을 때에는 더불어 나누는 것이 바른 순서다. 빵 배달이나 판매가 아닌, 자신을 위해 빵을 구워서 식구들과 나누는 것이 목회자의 바른 자세다.
경건훈련은 또한 기름진 목회의 토양을 마련한다. 경건훈련의 지속성만이 기름 부음 받은 목회의 토양을 제공해 준다. 설교는 웅변과 같이 갈고 닦는 기술이 아니다. 삶에서 나오는 능력이 설교를 설교 되게 한다. 이 능력은 은밀한 가운데서 주님과 교제하는 가운데 획득되는 것이다. 하나님과 직접 갖는 교제가 날마다 새로워질 때, 하나님에 대한 것을 계속 말할 수 있는 힘을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 기도의 습관화가 중요하다
“오로지 기도하는 일과 말씀 사역에 힘쓰리라”(행 6:4)고 사도들이 결단한 것처럼, 시대를 초월해 목회자의 주요 임무는 기도 사역과 말씀 사역이다. 그 사역을 잘 감당하기 위해서 맨 먼저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영역은 ‘개인 기도의 습관’이다. 대부분 목회자가 실패하는 곳이 바로 여기이기 때문이다. 사실 기도는 목회자의 영성 개발에 불가결한 요소다. 기도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하면 할수록 더 기도할 거리는 많아진다.
그러면 어떻게 기도생활을 잘할 수 있을까? “네 자신을 알라”는 충고는 여기서도 필요하다. 새벽에 잠을 깨자마자 기도하는 것이 쉬운지, 아니면 성경이나 경건 서적을 읽고 나서, 아니면 찬송가를 몇 장 부른 후에 기도하기 쉬운지 자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기도하고 싶은 충동에는 항상 반응을 보이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라. 물론 그렇다고 언제나 무릎을 꿇고 있을 수는 없으나, 항상 기도하는 마음 상태에 있어야 하는 것은 필연적인 목회자의 자세다.
작년 7월 마지막 주일 1부 예배가 끝나갈 무렵, 나는 축도를 앞두고 마지막 헌금 기도를 시작했을 때, 두세 사람의 감사헌금 내용을 언급하다가 의식을 잃고 강대상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2~3분 정도 시간이 흐른 다음 의식을 회복했지만, “이렇게 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들자 하나님을 만날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다. “내가 그를 보리니 내 눈으로 그를 보기를 낯선 사람처럼 하지 않을 것이라 내 마음이 초조하구나”(욥 19:27)라는 욥의 고백처럼, 하나님을 직접 뵐 때에 하나님이 낯설지 않도록 관계를 가꾸기로 결심했다. 욥은 생각이 여기에 미칠 때, 표준새번역을 따르면 “내 간장이 다 녹는구나!”라고 고백한다. 
초조한 마음으로, 간장이 다 녹는 심정으로 삶을 재정비하고 싶었지만 정작 소원을 실천에 옮기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한 주간 뒤의 기도문을 옮겨본다.
“흔히 다시 살려주기만 하면 무엇을 시켜도 하겠다고 위기에선 약속하지만, 위기만 넘어가면 첫 약속을 지키는데도 한 주간이 더 걸립니다. 마치 죽다가 살아난 사람이 외쳐도 꿈쩍도 하지 않는 어제 만난 많은 성도의 모습과도 일치합니다. 그래서 그들만 탓할 수는 없습니다. 그들의 모습 속에서 나의 모습을 볼 뿐입니다. 이제는 달라지길 원합니다.”
그때부터 다시 결심하고, 자판을 사용해 ‘손가락으로 쓰는 기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요즈음은 거의 날마다 빠짐없이 손가락으로 쓰는 기도를 하고 있다.
이렇게 기도하는 것도 하나님께서 기뻐하신다. 어떻게 아느냐고? 어떤 일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인지 아닌지를 아는 손쉬운 방법은 마음에 기쁨이 찾아오느냐 마느냐에 있다. 또 글로 쓰는 기도의 유익한 점은 간결하면서도, 말로 하는 기도보다 더 가다듬어진다. 비록 무릎을 꿇고 기도하지 않아도, 자세가 진지해진다. 게다가 수정증보판으로 기도를 순간순간 손질이 가능하다. 매일매일 중요한 기도는 계속해서 잊질 않고 규칙적으로 할 수가 있다.
같은 제목을 두고, 첫날에는 서너 줄의 기도가 다음 날에는 훨씬 더 늘어나고, 한 페이지를 넘어가기도 한다. 기도할수록 발전하게 되며 더 풍성하게 성장한다. 때로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곳으로도 나아가기도 한다. 그것뿐이 아니다. 글로 남아있으니 나중에 하나님께 우길(?) 수도 있다. “여기 이렇게 기도했잖아요! 증거가 있는데.” 게다가 하루를 얼마나 풍성한 열매를 맺도록 도와주시는지 오직 해 본 사람만이 안다. “우리 서로 받은 그 기쁨은 알 사람이 없도다.”

 

매일 성경 묵상과 통독을 하라
경건훈련의 두 번째 방안인 성경 묵상 및 통독에 대해서 말하려고 한다. 우선 성경을 매일 정규적으로 그리고 조직적으로 읽어야 한다. 예컨대 맥체인 성경 읽기표를 따라서 읽는다면 일 년에 구약 한 번, 그리고 시편과 신약을 두 번을 읽게 된다. 설교 본문을 찾기 위한 목적으로만 읽지 말고, 자신에게 유익을 주는 영혼의 만나로서 성경을 읽되, 본문이 말하기 시작할 때에는 멈춰서 들을 준비를 해야 한다. 반드시 종이와 연필을 갖춰 놓고 읽되, 짧은 본문을 깊이 묵상하는 연습과 아울러 매일 성경을 규칙적으로 읽는 훈련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경건훈련의 방해요소가 분명히 있다. 가장 큰 방해요소는 훈련되지 않은 삶이다. 특히 시간 관리에 실패할 때 모든 자기관리는 무너져 내린다. 그러므로 이 문제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지만 제한된 지면이기에 다음으로 미루겠다. 육체의 소욕을 따라서 살면 절대 영적 진보를 이룰 수 없다. 영적인 활동을 하면 할수록 육적인 활동을 제어하는 능력이 배양된다. 풍성한 경건생활의 지름길은 무엇보다 경건생활의 불가결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목회자의 자기관리는 자신과 사역을 갱신하는 데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물론 하나도 새롭고 놀라운 것은 없지만, 모두가 다 우리의 실천을 요구하는 것들이다. 『평신도를 깨운다』를 읽고 계신 동역자들에게는 효율적인 사역을 위해서 특히 자기관리만큼 중요한 주제는 없다고 본다. 교회가 새로워지는 것은 목회자가 새로워질 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목회자가 새로워지면 교회는 새로워진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성령으로 기꺼이 순종하는 삶의 열매가 풍성하기를 바란다.

 

 


정근두 목사는 고려신학대학원, 남아공 포체스트롬대학교(Ph. D.)를 졸업했다. 예장 고신총회 총회장으로 섬겼고, 현재 울산교회 담임목사로 시무 중이며, 전국 CAL-NET 자문으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