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15년 07월

기획2 * 제자훈련 이후 어디까지 가 봤는가?

기획 홍정기 목사_ 성남제일교회

초신자 때 처음 성경을 읽으면서 특이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다. 바로 ‘70인 전도대 파송’이다. 예수께서 제자들을 보내며 말씀하셨다. “갈지어다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어린양을 이리 가운데로 보냄과 같도다”(눅 10:3). 여기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다.
첫째, 제자들의 상태가 아직은 어린양처럼 미숙하고 연약하다는 것이다. 둘째, 제자들이 가야 할 세상이 이리처럼 교활하고 공격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주님께서는 제자들을 파송하신다. 매우 무책임한 일 같아 보인다. 사후에 발생할 위험을 어떻게 감당하시려고 이 같은 모험을 감행하신 걸까?
그러나 염려할 필요는 없다. 전후 문맥을 자세히 읽어 보면 제자들을 보내는 것은 무모함이 아니라, 제자훈련의 핵심이며 중요한 목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자.


파송이 가진 세 가지 의미

주님께서 제자들을 단기선교로 파송하시는 이유는 몇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는데, 누가복음 10장에 그것이 정리돼 있다.
첫째, 파송은 곧 양성이다. 2~3절에서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추수할 일꾼들을 보내 주소서 하라 갈지어다.” 즉 일꾼을 보내 주시길 기도하라고 명하시며, 동시에 제자들을 일터로 보내신다. 무슨 뜻인가? 파송을 통해 추수할 일꾼이 길러진다는 의미다. 일꾼을 보내 달라고 기도하며 현장에 나가 보면, 어느새 파송된 제자들이 일꾼이 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교생 실습을 생각해 보자. 좋은 교사 양성을 위해 아직 미숙한 학생들을 실습 현장으로 내보낸다. 수색대 양성을 생각해 보자. 강인한 전투력을 위해서 험난한 극지 체험을 한다. 제자훈련은 현장 없이 저절로 되지 않는다. 주님께서는 이런 원리를 아셨고, 직접 실행에 옮기셨다.
둘째, 파송은 곧 기쁨이다. 전도 사역을 마치고 돌아온 제자들의 보고를 들어 보자. “칠십 인이 기뻐하며 돌아와 이르되 주여 주의 이름이면 귀신들도 우리에게 항복하더이다”(눅 10:17). 제자들은 예수 이름에 귀신들이 항복하는 것을 보고 기쁨이 충만했다. 복음의 능력을 몸으로 체험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기쁨이었다. 제자훈련이 탁상공론이나, 고된 지적 노동에 그치지 않으려면 파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주님께서 그렇게 하셨고, 또 파송만이 복음의 위력을 경험할 수 있으며, 대적을 제압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파송은 곧 절정이다. 제자들의 보고를 들으신 주님께서는 성령으로 기뻐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희가 보는 것을 보는 눈은 복이 있도다…많은 선지자와 임금이 너희가 보는 바를 보고자 하였으되 보지 못하였으며”(눅 10:23~24). 한마디로 선교 현장은 예수님의 이름 앞에 귀신과 질병이 떠나가고 하나님 나라의 임재를 볼 수 있는 복음의 절정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믿음의 선진들은 그 절정을 보지 못했다. 이리 가운데 파송된 줄 알았던 예수님의 제자들이 그것을 봤다. 얼마나 큰 감격인가! 따라서 파송은 제자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게 아니라 복음의 절정으로 초대하는 것이다. 이제 주님께서 위험을 무릅쓰고 제자들을 파송하셨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우리는 어떤가? 십자가가 구원 성취의 절정이라면, 단기선교는 구원 적용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누가 그 절정을 볼 것인가? 바로 파송된 우리다. 만약 단기선교가 없다면 이런 감격을 누리지 못할 것이다. 파송 없는 제자훈련은 영혼 없는 육체처럼 의미가 퇴색되고 만다. 단기선교는 제자훈련의 최고 방법론이자 전략이다. 그래서 묻고 싶다. 제자훈련을 한 후 어디까지 가 봤는가?


니들이 선교를 알아?

예수님께서는 팔레스타인 땅을 떠나지 않으셨지만, 그분의 시선은 항상 땅끝에 있었다. “가서 세례를 주고 가르쳐 지키게 하라!” 대사명 GBT(Go, Baptize, Teach)은 복음서 끝머리에 나오는 돌발적 교훈이 아니다. 평소 아마 주님께서는 이를 반복적으로 가르치셨을 것이다.
우리도 훈련받을 때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훈련받은 후 무엇을 할 것인가? 30여 과목을 배워서 어디로 갈 것인가? 이는 대사명을 수행할 GBT 현장을 묻는 질문이다. 지도자들은 제자훈련의 목표가 변화된 모습으로 주님께서 원하시는 곳에 설 때에 완성된다는 것을 끊임없이 강조해야 한다.
한 선교사님의 말씀이 기억난다. “예수 믿고 고향에서 죽는다면 그것은 수치다.” 처음엔 이 말이 매우 생소하고 불쾌했다. 사람이 태어난 고향에 머무는 게 당연하고, 거기서 죽는다면 그보다 큰 복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독교 세계관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말씀에 동의할 것이다. 나는 그 말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제자훈련 받고 고향에서 죽는다면 그것은 수치다.” 유목민의 마인드로 충만한 성도가 어찌 한 곳에 붙박이처럼 머물 수 있겠는가! 한때 유행했던 말이 있다. “니들이 게 맛을 알아?”
우리도 훈련받는 학생들의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반복해야 할 말이 있다. “당신들은 선교를 아십니까?” 훈련 초기부터 말로 반복하고, 제도로 반복하고, 분위기로 반복하고, 몸으로 반복해 보여 주라! 예수님처럼 말이다. 주님도 십자가와 부활 사건을 예고하셨다. 성경의 기록으로 보면 적어도 3번이나 나온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다. 직접 몸으로도 보여 주셨다. 바로 변화산 사건이다. 선교도 변화산 체험이 꼭 필요하다. 변화산은 우리의 지정의를 압도하고 굴복시킬 수 있는 전환점이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변화산을 체험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내가 실천하고 있는 일들을 소개해 보겠다.


변화산, 선교 마인드를 심다!

우선 훈련 초기 때부터 단기선교 일정을 공식화하는 게 필요하다. 훈련생이 처음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임하도록 교회의 정책적 배려나 목회적 선택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팀별로라도 교역자가 초기에 단기선교를 하겠다고 선포하고 훈련을 시작해야 한다. 제자훈련의 끝은 단기선교라는 인식이 훈련생들에게 있어야, 선교의 불씨를 살릴 수 있고 교회 문화로도 정착될 수 있다.
우리 교회는 제자훈련, 사역훈련 2년 과정을 마치면 일주일간 단기선교를 떠나는데, 훈련을 시작할 때부터 이를 알리기 때문에 전체 진행에 도움이 된다. 교역자는 훈련을 진행할 때 단기선교에 관한 일정과 필요성을 자주 강조하며 단기선교 준비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기도와 선교지 선정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선교지를 찾아야 한다. 또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기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정보를 수집하며, “가라 하시면 가겠습니다”라는 순종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선교지는 대부분 교회 리더십을 통해 결정되지만, 훈련 교역자 혹은 훈련생을 통해 선교지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것이 결정되면 지속적으로 현지와 의사소통하며 공동체의 영적 단합과 결속을 강화해야 한다.

선교지 연구하기 방문하게 될 선교지의 영적 기상도를 분석하고 연구해야 한다. 이것을 영적도해(Spiritual Mapping)라고 하는데 선교지의 인구 분포, 종교 상황, 경제 현황, 주요 특산물, 역사, 풍습, 전쟁, 기후, 항공 여건, 선교사들의 활동 등 다양한 부분들을 빠짐없이 연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지 선교사들의 도움을 얻는 것이 필수다. 또 간단하게라도 선교지의 언어를 익히며 그들의 생활풍습을 미리 공부해 둘 필요도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선교지를 가슴에 품고 기도하면 공동체의 선교적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고, 소극적인 훈련생들도 적극성을 갖게 된다.

선교 역사관 탐방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원, 부평 선교박물관, 용인 한국기독교순교자기념관 등 국내 각지에 흩어져 있는 선교 관련 시설들을 탐방하는 것은 선교 열정을 깨우는 데 매우 유익하다. 안내해 주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살아 있는 증언들을 들을 수 있는데,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내용들이 많다.
인터넷에 올라온 선교동원가들의 강의를 찾아듣는 것도 도움이 된다. 『복음에 미치다』(이용남 저/ 두란노) 같은 책들을 참고하는 것도 유익하다. 이 책은 전도와 선교 학습 과정의 독서과제로 사용해도 좋다.

팀워크 다지기 팀워크는 제자훈련만으로도 든든하게 다져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건 오해다. 일주일 이상 단기선교를 떠나 살아보라. 밑바닥 정서까지 서로 드러나 으르렁대며 싸우기 일쑤다.
몇 시간 함께 앉아 공부한 것으로는 절대로 상대를 깊이 알 수 없다. 포기하지 못하는 자기 취향, 일하는 방식의 차이, 시간을 지키지 못해 나타나는 예기치 않은 사고, 지도자에 대한 반감, 재정에 대한 이견, 심지어 간식을 먹는 문제까지 다양한 문제들이 팀워크를 가로막는다.
따라서 교역자는 훈련생들에게 세세한 행동 지침을 주고, 그들과 의사소통을 충분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00% 갈등이 일어나고, 사탄은 이를 올무나 함정으로 사용한다. 선교 팀워크를 위해서는 인격의 수준이 아니라, 명확한 지침과 예수님을 닮으려는 순종이 필요하다.

사역 도구 준비하기 단기선교는 눈요기하러 가는 여행이 아니다. 따라서 현지인들에게 언어와 행동, 그 이외의 도구로 복음을 전해야 한다. 그러나 언어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비언어적인 도구도 필요하다. 성남제일교회에서는 워십 댄스, 춤, 찬양, 민속 노래, 단막극, 마술 등을 SUM(Special Utilities for Mission)이라고 부른다.
SUM을 준비하는 것은 어렵긴 해도 선교를 더욱 진지하게, 팀워크를 튼튼하게 다질 수 있게 한다. 함께 찬양에 맞춰 몸동작을 연습하다 보면 마음이 하나로 모아지고, 보이지 않던 열정이 발굴돼 선교팀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는다.

재정 훈련 단기선교는 재정이 필요하고 휴가를 내야 하는 일이다. 특히 재정은 만만치 않은 준비가 필요하다. 사실 선교훈련의 가장 큰 부분이 재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적지 않은 재정을 일시에 마련할 수 있는 지체가 얼마나 있겠는가! 따라서 훈련생들은 훈련 초기부터 재정에 대해 세밀하게 준비하며 하나님의 채우심을 끈질기게 기도해야 한다.
그럴 때 예기치 않은 손길을 통해 뜻밖의 공급을 경험하기도 한다. 특히 훈련생끼리 재정을 흘려보내고 도움을 주면 그보다 더한 팀워크 다지기는 없을 것이다. 또 교회 후원이나 동료, 가족 간의 후원이 이어질 때, 하나님의 섭리를 확신하게 돼 힘 있게 선교지로 나아가게 된다. 재정 훈련은 다목적 영성 훈련이요, 관계 훈련이다.


단기선교는 단기에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제자훈련과 단기선교를 어떻게 연결시킬지, 또 어떻게 선교 열정을 불러일으킬지 살펴봤다. 제자훈련은 단기선교로 완성되고, 단기선교는 제자훈련으로 보완되며 강화된다. 단기선교의 성경적 모델은 ‘70인 전도대’다. 우리는 제자들을 파송하며 주신 주님의 교훈이 단기선교의 확실한 지침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단기선교라는 명칭의 ‘단기’라는 말에 속아서는 안 된다. 어떤 선교 활동도 단기간에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오히려 단기일수록 더 긴 시간 동안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전술한 대로 제자훈련 기간 동안 성실하게 준비하면 멋진 선교 활동을 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홍정기 목사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사랑의교회에서 교육담당 사역자로 섬겼다. 현재 성남제일교회 담임목사로 시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