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15년 11월

기획1 * 목마른 마음으로 배움을 사모하라

기획 조현용 목사_ 목포 빛과소금교회

지난 9월 초 사랑의교회 안성수양관에서 열린 신약성경대학 집중세미나에 우리 교회 부목사님과 함께 참석했다. 강의를 듣고 숙소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세미나에 참석하신 어떤 목사님이 나를 보더니 아는 체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참 부지런히 쫓아다니시는군요? 목사님, 이제 그만 쉬실 때도 되셨지 않습니까?”
그 목사님은 분명 모르는 분이었다. 그런데 그분이 하신 말씀을 보니 그분도 나처럼 제자훈련 사역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사랑의교회와 국제제자훈련원이 주관하는 각종 훈련과 세미나에 자주 참석하신 것 같다. 비록 나와 아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각자 여러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얼굴이 익어 나름대로 나를 안다고 생각해 그런 말씀을 하신 것 같다.
그 목사님은 내게 인사말로 하신 말씀인데, 나는 목사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마음속으로 “아! 내가 저런 인사를 받을 만큼 나이가 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르치는 자는 먼저 배워야 한다
지난 4년여 동안 나는 개인적으로 몇 번의 어려운 일을 겪었다. 나는 가장 소중한 목회 동역자였던 사랑하는 아내를 암으로 입원 3개월 만에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야 했다. 아내를 천국으로 먼저 보낸 후 1년이 지났을 즈음, 여러 후유증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찾아 온 후유증은 급성 치질이 발생해 수술을 받은 일이다. 그러다 얼마 후에는 오른쪽 발목부근의 모세혈관이 터지더니, 계속해서 발목 쪽에서 무릎 쪽으로 혈관이 터졌다. 그래서 양쪽 다리가 터진 모세 혈관 때문에 시커멓게 변해 갔다. 그것은 면역력이 약해져 전신 건강의 균형이 무너질 때 나타나는 증세라고 한다.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어느 정도 아물었는데, 이상하게도 몸이 계속 안좋았다. 검사를 통해 갑상선 종양을 발견해 종양 제거수술을 받았다. 그때 수술을 받으면서 성대 신경이 손상된 것을 모르고 고생하다 다시 성대 신경 복원 수술까지 받았다. 이제 좀 괜찮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급성담낭염으로 결국 담낭 절제를 했다. 처음에는 담도관 암으로 의심된다는 의사의 소견을 듣고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모른다.
1년에 전신마취를 3번이나 하고, 입원 치료 후 퇴원하고 요양하면서 설교도 훈련도 새벽기도도 하지 못하는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런 와중에도 나는 결코 놓을 수 없는 거룩한 소원을 갖고 주님께 기도했다.
속히 건강을 회복해 주님의 사람을 세우는 제자훈련을 하면서 훈련생들과 하나 돼 찬송하고 기도하며, 말씀과 마음, 비전과 아픔, 그리고 기도제목을 나누면서 주님의 교회와 나라를 확장하는 제자를 세우는 사역을 계속할 수 있기를 기도드렸다.
아직도 조금만 무리하면 금방 표가 날 정도로 건강이 약해졌지만, 그래도 이전보다 많이 회복돼 지금은 매일 새벽기도회를 인도하고 주일과 수요예배 설교, 주중 3개의 제자훈련 반을 인도하면서 가급적 외부적인 일을 주의하고 있다.
그러면서 아직도 정년 은퇴까지는 만 5년이 남았으니 주님께서 건강을 지켜 주실 것을 믿고 건강관리를 하면서 은퇴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제자를 세우는 사역에 전념하려 한다. 은퇴 후에도 주님께서 기회를 주시면 선교지에 나가 선교사들을 섬기다 주님의 부르심을 받았으면 하는 소원이 있다.
그리고 아직도 5년이나 남아 있는 목회를 감당하려면 무엇보다 쉬지 않고 공부하고, 주리고 목마른 마음으로 배우는 목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가르치는 자는 먼저 배우는 자라야 한다는 하워드 핸드릭슨의 말을 늘 기억한다.

 

진리를 배우고 새로워지길 사모하라
목회자는 영적 성숙과 인격 성숙과 지적 진보를 위해 끊임없이 새로워지기를 갈망하고, 정체하지 않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어린아이처럼 은혜와 배움을 갈망하고 노력해야 한다. 또 솔로몬처럼 “종은 작은 아이라 출입할 줄을 알지 못한다”(왕상 3:7)고 주님께 고백하며, 주님을 더 많이 의지하면서 주님의 인도하심 받아야 한다.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신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 스스로 지혜롭게 여기지 말지어다 여호와를 경외하며 악을 떠날지어다 이것이 네 몸에 양약이 되어 네 골수를 윤택하게 하리라 네 재물과 네 소산물의 처음 익은 열매로 여호와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창고가 가득히 차고 네 포도즙 틀에 새 포도즙이 넘치리라”(잠 3:5~10).
이 말씀처럼 전심으로 주님을 의지하고 주님의 인도하심을 앙망하면 신실하신 주님께서 일마다 때마다 도우시고 넉넉히 감당할 힘과 능력을 주시고, 선한 손으로 인도하셔서 ‘지혜롭게 행하게 하시고’ 은혜로 살게 하신다.
 그런데 상당수의 사람들은 ‘이제 몇 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거의 다 됐는데…’, ‘얼마나 더 하겠다고…’, ‘이제 쉴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배우기를 포기하거나 새로워지기를 갈망하지 않는다. 또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최선을 다하려는 노력과 수고를 적게 하는 것을 본다.
통계로 나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의 목회자들은 평신도를 훈련시킬 때 특별히 교회 장로를 선택해 임직식을 하기 전에 그들을 교육하지 않으면 이후에는 교육시키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장로로 피택된 분들이 임직받을 때까지 반드시 교육받도록 규정된 총회 헌법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쇠뿔은 단숨에 뽑아야 한다’라는 속담처럼, 짧은 시간에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면 장로로 임직받은 후 말을 잘 듣지 않거나 교육시키기 어려우니 이때를 마지막 기회처럼 여기며 옥죄는 경우가 많다.
장로로, 또는 권사로 택함받을 정도라면 어찌 이런 분위기를 모르겠는가? 알고도 그저 그 과정을 견디고, 결국 예상대로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더 모순된 것은 이렇게 생각하는 목회자 자신은 경력용이나 대외과시를 위한 학위 취득에는 관심을 가지면서도, 정작 자신은 주님의 제자가 되기 위해 참목자이신 주님을 알고 그분을 배우고 닮아 가는 공부에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열심히 배우고 새로워지려는 노력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양들 앞에 서서 양을 이끄는 목자가 눈이 열리고, 길(진리)을 제대로 알면 양 떼를 푸른 초장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할 수 있지만 소경인 목자라면 이 일이 어려울 것이다. 손에 등을 들고 있지만 불이 꺼져 버린 줄 모르고 등만 들고 있다면 어찌 빛을 비출 수 있겠는가? 이처럼 목자의 눈은 반드시 열려야 한다.
먼저 목사가 진실한 마음과 자세로 자신이 온전하지 못함을 인정하고 진리를 배우고 새로워지기를 사모해야 한다. 또 열심히 공부하는 겸손한 자세로 목회하면 성도들은 자연스럽게 목사를 따르게 돼 있다. 물론 어느 때나 예외적인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특이하고 이상한(?)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과 예외적인 사람보다는 정상적인 사람이 훨씬 더 많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그보다는 좋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특별히 교회 안에는 양의 탈을 쓴 늑대보다 어린양 예수를 닮기 원하는 양들이 많다.

 

배우기를 기뻐하고 힘쓰자
목회자는 성도들에게 새로워져야 한다고, 날마다 말씀과 기도로 살아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외친다. 하나님의 말씀을 사모하고, 하나님 말씀에 순종해야 한다고 외친다. 그러면 이렇게 외치는 목회자는 어떠해야 하는가? 목회자는 설교를 위한 성경읽기나 목사로서 예배와 기도회를 인도하기 위해 기도하고, 그 이상으로 목사 자신이 주님을 사모하고 갈망해야 주님의 은혜를 받을 수 있다.
주리고 목마른 사슴이 시냇물을 찾듯 성령의 생수를 사모하며,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연구하며 기도로 말씀을 준비해야 한다. 내가 준비한 원고가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주석과 각종 참고 서적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대조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원고를 정리해 주님께 보여 드리고, 성령님께서 기름 부어 주시기를 간구해야 한다.
항상 그렇게 할 수 없겠지만 주님께 엎드려 기도할 때나 성경을 읽고 묵상할 때, 내가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면서 체험했던 삶과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돌아보며 그들의 사연을 듣고 그들의 눈물을 보면서 그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또한 주님께서 마음에 주시는 감동과 영감을 마음에 품고 기도하면서 말씀을 전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오직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요일 3:18)라고 성도들에게만 강조하지 말고 목사 자신이 먼저 주님의 종과 청지기답게 살고 행해야 한다.
나는 몇 년 전 어려운 일들을 겪으면서 많이 회개하고 큰 깨달음을 체득하는 은혜를 받았다. 그중 한 가지는 내가 주님의 종이요, 청지기답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때부터 매일 가계부를 100원 단위까지 정확하게 기록했다.
그리고 나는 주님께 이런 기도를 했다. “주님! 제가 주일마다 말씀을 준비해 설교하는 것처럼 주일마다 제가 주님께 십일조와 헌금을 드리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주님을 사랑하며 섬기기를 소원합니다!” 그래서 토요일 밤에는 최종 출력한 주일 설교 원고 옆에 주일에 드릴 헌금을 준비한다.
나는 이런 기도를 하고 헌금을 하면서 지금까지 몇 년 동안 주님의 은혜로 한 주일도 빠뜨리지 않고 매주 십일조와 헌금을 드리며 설교하는 감격과 헌금의 기쁨을 마음 가득히 누리며 산다.
나는 돈을 보고 만질 때마다 주님의 은혜를 생각하며 충성된 청지기가 되기를 힘쓴다. 특별한 일도 아니고 실은 너무나 당연한 일을 하는데도 주님께서 주시는 은혜는 정말 놀랍다. 지금도 너무 부족하지만 우리 주님께서 얼마나 신실하시고 좋은 분이신지를 매일 경험하면서, 확신과 두렵고 떨리는 감격을 갖고 작은 일에 충성하는 청지기가 되기를 기뻐한다.
목사는 진리를 가르치는 선생이다. 선생님은 계속 배워야 한다. 가르치기 전에 먼저 직접 찾아가서 살펴보고 들어보며 배워야 한다. 그래서 나는 부목사들과 같이 세미나와 훈련에 참석해 공부한다. 그때마다 제일 열심히 잘해 보려고 노력한다. 때로는 장로들과 성도들과 같이 가서 맨 앞에 앉아 누구보다 열심히 배우려고 노력한다.
선진 교회들을 탐방하고 목회 현장을 성도들과 함께 같이 가서 보고 듣고 배우는 것이다. 제자훈련을 배우고, 기도를 배우고, 전도 현장을 찾아가 실습한다. 처음에는 속없는 사람처럼 여기저기 가보고 찾아다녔다. 각종 세미나와 특강과 수련회와 훈련, 00학교 등 힘써 배우려고 노력했다. 좋은 진주를 구하려고 애쓰는 진주 장사처럼 좋은 것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고 찾아다녔다.

 

배우려는 자, 주님께서 새롭게 하신다
주님께서는 구하고 찾는 나를 불쌍히 여겨주셔서 고(故) 옥한흠 목사님을 만나게 하셨다. 사랑의교회라는 현장을 보면서 무엇을, 어떻게 제자훈련해야 되는지를 배우게 됐다. 다른 것은 다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사도 바울이 “모든 것을 해로 여김은 내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하기 때문이라 내가 그를 위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배설물로 여김은 그리스도를 얻고 그 안에서 발견되려 함이니”(빌 3:8~9)라고했듯이, 제자훈련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게 됐다.
나는 지금까지 최선을 다하지 못했고 지금도 그렇다. 여전히 나는 어린아이만도 못하고, 주님 은혜가 아니면 살 수 없는 죄인인 악하고 게으른 종이다. 그래서 주님께 매달려 울며 애원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건강도 약하고 영력도 없고 지식과 지혜도 없고 재산도 없고 잘하는 것 하나도 없다. 그래서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분이 우리 주님뿐이다.
나는 사랑하는 주님께 이런 고백을 하고 싶다. 우리 주님은 사방으로 우겨 쌈을 당해도 싸이지 아니하며, 답답한 일을 당해도 낙심하지 아니하며 거꾸러뜨림을 당해도 망하지 않게 해 주셨고, 항상 예수의 생명을 내 삶에 나타내 주셨습니다. 나는 끝까지 배우려고 노력하려 합니다. 더 잘 배우고 더 잘 준비해서 더 잘해 보려고 애쓸 것입니다. 그래야 나의 주님께서 기뻐하실 것이며, 날마다 나를 더 새롭게 해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항상 주와 함께 하니 주께서 내 오른손을 붙드셨나이다 주의 교훈으로 나를 인도하시고 후에는 영광으로 나를 영접하시리니 하늘에서는 주 외에 누가 내게 있으리요 땅에서는 주 밖에 내가 사모할 이 없나이다 내 육체와 마음은 쇠약하나 하나님은 내 마음의 반석이시요 영원한 분깃이시라”(시 73:23~26).

 

 

 


조현용 목사는 호남신학대학교, 장로회신학대학원,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 미국 하워드신학대학원(D. Min.)을 졸업했다. 빛과소금교회를 개척해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으며, 빛과소금 사회복지법인 이사장, 전남 CAL-NET 대표이자 이사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