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16년 02월

기획3 - 리더만을 위한 휴식과 재충전이 필요하다

기획 박래백 장로_ 화평교회

‘구역’으로 대표되는 한국 교회의 전통적 소그룹 모임은 무너진 지 오래다.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교회 공동체의 미래는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소그룹에 달려 있다. 그런 소그룹이 지속적으로 가능하려면 무엇보다 소그룹 리더의 영성과 역량이 중요하다. 소그룹 리더를 훈련시키는 것이 교회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선결 과제임은 말할 것도 없다.

 

교회를 젊게 하는 리더 훈련, 재충전
소그룹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훈련만이 아니다. 제대로 된 소그룹 리더라면 누구나 낙심과 아픔, 갈등을 끌어안고 사역한다. 그래서 소그룹 리더에게는 지칠 대로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하고 회복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는 사역자들끼리 함께 공감하고 위로하며 기도하는 시간도 필수다. 소그룹 리더 정기 훈련과 모임은 평신도 지도자들의 영적 재충전이 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상한 마음을 보듬어 주는 치유의 시간이 된다.

우리 교회는 전체 소그룹 리더 모임을 매 주일 오후 2시 30분부터 2시간 가까이 운영한다. 1부는 찬양팀과 함께 찬양하고, 2부는 주별로 특강 및 참관 소그룹 소개, 사역 간증, SM(Servant Mentor) 소그룹 나눔 및 기도회, 광역별 모임을 갖는다. 3부는 주간 중·소그룹 모임 때 공부할 내용을 함께 공부한다. 이 시간에는 다음과 같은 강의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소그룹 리더 훈련과 재충전 프로그램은 연간 계획으로 진행된다. 이 시간을 통해 소그룹 리더로서 목양 돌봄 사역에 필요한 것을 배울 수 있고, 재충전할 수 있다. 배움들을 모두 사역 현장에 접목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소그룹 구성원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 만들어진다.

 

분가, 새로운 리더를 세우라
가정교회 소그룹 사역을 한 15년 동안, 열한 쌍의 부부가 소그룹 리더가 돼 분가했고, 여덟 쌍의 부부는 분가한 후 소그룹 리더로 섬기다 새로운 가정교회를 이끌고 있다. 소그룹 사역에서 전도 대상자가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영적 성숙을 이루는 것 못지않게 기쁜 일은, 바로 새로운 리더를 세워 분가시키는 것이다.
교회는 ‘모이는 교회’에서 ‘흩어지는 교회’로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리더를 세워 분가시키는 일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다. 하나의 교회(공동체)를 독립된 두 개의 교회로 분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리더를 잘 세우지 않으면 순식간에 교회가 무너진다. 소그룹 사역의 생존과 성장의 열쇠는 어떤 리더를 세우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교회가 소그룹 사역에서 새로운 리더를 세우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나는 가정교회의 리더이며, 소그룹 구성원들은 한 식구나 마찬가지다. 함께 살아가던 중에 새 가족을 전도해 식구가 늘어나면 제자훈련을 수료한 가원(가정교회 소그룹원) 중 따뜻한 마음과 배려심을 가진 온유한 예비 가장과 총무를 세워야 한다. 이것은 분가를 염두에 둔 선발이고, 이때 부부(남편이 가장, 아내가 총무)를 세우는 것이 원칙이다. 이들은 가정교회 지도자 모임에 리더와 함께 참여해 리더 훈련 진행 상황을 경험하고, 앞으로 있을 분가에 대비해 월 1회 가정교회를 인도한다.
리더는 예비 리더들과 개인적인 만남을 자주 가지며 평신도 사역과 목양에 대한 자신의 경험 및 노하우를 나누고 기도로 돕는 멘토링을 진행한다. 나 또한 가정교회 식구들을 초대해 식사하며 교제하는 시간을 자주 갖는데, 리더의 작고 사소한 나눔이 예비 리더들에게는 실제적인 가르침으로 전달되기도 한다.
리더로 세워져 새로운 가정교회를 섬기는 것은 교회를 개척하는 것과 같이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예비 리더로 섬겨 달라는 요청에 쉽게 순종하는 가원은 많지 않다. 하지만 주님께서 맡기신 영혼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도록 돕는 일은 어렵고 힘든 만큼 가치 있는 사역이다. 그렇게 하나님의 나라는 확장되기 때문이다.

 

리더 힐링 캠프로 초대합니다
나는 소그룹 리더 사역을 시작한 지 14년 6개월 만에 안식할 수 있었다. 이 기간동안 우리 부부는 소그룹에서 분가한 리더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분가한 리더들만을 위한 휴식과 재충전의 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그네 가정교회’라는 소그룹이 탄생하게 됐다.
‘나그네 가정교회’는 분가를 통해 파송된 리더들이 잠시 사역을 중단하고 휴식하며 재충전하는 모임이다. 말 그대로 ‘나그네’ 리더들의 쉼터인 셈이다. 우리 부부는 지치고 마음이 상한 리더들을 상담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모임을 가지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본이 되고 섬겨야 한다’라는 부담감에 눌려 있는 리더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이었다. 바람이 가득 차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공은 결국 터지기 마련이다. 우리는 친밀한 만남과 의미 있는 대화, 긴장을 풀어 주는 일탈(?)을 통해 치유와 회복의 과정을 밟았고, 1년 가까이 쉼과 재충전을 누린 리더들은 다시 분가해 새로운 믿음의 가족들을 섬기고 있다.
‘나그네 가정교회’와 같은 리더 지원 프로그램은 2015년부터 소그룹 리더들의 영적 회복과 성숙을 돕기 위한 ‘리더들의 소그룹’ 사역인 ‘SM’ 모임으로 정착됐다. 5~7명 단위의 ‘리더들의 소그룹’은 평신도지도자 중에서 소그룹 분가와 재생산의 경험이 많은 시니어급 리더가 섬기게 된다. ‘SM’은 매주 리더 모임 시 또는 수시로 SM 구성원 리더들과 소그룹 사역에서의 실제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고 함께 기도한다. 특별히 분가와 재생산에 대한 사례들을 공유하고 위기를 극복한 예들을 나눈다.
나는 SM으로서 리더들을 자주 만나 식사도 같이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격려하고 위로하며, 부부간에 혹은 구성원들과의 관계에서의 갈등, 전도와 분가, 리더 세우기 등에 대한 서로의 생각들을 나눈다. 그 관계 속에서 리더들이 하나님께서 자신들에게 주신 잠재력을 발견하고 높일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본연의 ‘소그룹 리더’로서 공인된 자리에서 소그룹을 통한 ‘사람 세우는 사역’을 잘 감당하도록 기도하며 함께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

 

아버지의 마음을 품은 리더
소그룹 목양 돌봄 사역 17년 동안, 하나님께서 큰 은혜를 주셔서 직·간접적으로 지속적인 분가를 이뤄 소그룹 리더 33명, 20개의 작은 교회를 하나님께 올려드릴 수 있었다. 모두 흩어지는 교회이고, 함께 지어져 가는 교회며, 예수님의 좋은 군사들이다(딤후 2:3~4).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건강한 소그룹은 계속해서 전도의 열매를 거두며 배가한다. 그 영광의 이면에는 수많은 사람들을 끝까지 품고 씨름하는 리더의 눈물과 기도가 있다. 다양한 기쁨과 아픔의 이야기가 담긴 소그룹 현장이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리더라면 꼭 기억하자.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보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가’가 더 중요하다. 마음 밭이 좋고 잘 준비된 사람을 찾으려 하지 말고, 누구든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세울 수 있도록 내가 ‘섬김의 사람’이 돼야 한다. 그것은 가르침의 기술이나 교육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아버지의 마음을 품을 때만 가능하다.
힘들 때 곁에 있어 주고 사랑으로 섬기며 함께하면 반드시 성령께서 도우시는 역사가 임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것은 소그룹을 섬기고, 리더들을 세울 수 있는 힘이 된다. 변화는 서로에게 큰 기쁨이 된다. 평신도지도자로서 이것만큼 기쁜 일은 없다. 이 기쁨은 해산한 부모처럼 지난 시간의 힘겨움을 잊게 한다(요 16:21). 사랑하는 소그룹 동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사랑하는 동역자들에게

사역 연수가 아무리 오래돼도 전도 대상자나, 자신의 삶을 열어 보이기 싫어하는 소그룹 구성원들의 거절은 늘 아프고 고통스럽다.
소그룹 사역은 꿈꾸던 것과 달리, 정서적 소모가 많은 소위 ‘진이 빠지는’일이다. 주변 사람들이 우리의 고민과 고충을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평신도 소그룹 리더가 키워야 할 첫 번째 자질은 인내심, 버티는 힘이다. 사역을 할수록 더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그렇지만 소그룹을 이끌다 보면 모든 순간이 간증거리가 되고, 힘들었던 일은 귀한 선생님이 된다. 리더를 세우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처음보다 더 안 좋은 상태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 사실 확인도 없이 자기 마음대로 오해하고 상처받는다.
또한 세상에서 즐기던 음주나 흡연 같은 오랜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리더로 훈련시켜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예전의 나의 잘못된 행실마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섬기는 일에 사용하신다. 우리의 과거가 부끄럽고 후회스러운 기억으로 남지 않게 하시는 놀라운 은혜다.
사역 결과나 사역자의 내적 상태가 어떻든 간에 그래도 평신도 사역자로, 소그룹 리더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주님께서 기뻐하시며 우리 그리스도인이 평생 도전해야 할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이다. 이것이 17년 넘게 평신도로서 소그룹 목양 돌봄 사역을 감당해 온 나의 결론이다.
오직 당신만이 감당할 수 있는 양 떼와 잃어버린 영혼들이 있다. 그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당신이 아니면 누가 그들을 돌보며 이끌겠는가? 당신이 아니면 누가 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겠는가?
당신이 해야 한다. 당신 외에는 아무도 할 수 없다. 힘을 내라.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부르심이고, 그분께서 주신 사명임을 꼭 기억하자. 당신을 승리하게 하실 하나님을 찬양한다. 그러므로 사랑하고, 사랑하고, 계속 사랑하라. 주님께서 부르시는 그날까지.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요 13:34~35).


평신도 소그룹 리더 사역은 ‘아버지의 마음’을 품은 ‘사랑의 사역’이다. 공급해 주시는 ‘그 마음’으로 우리의 지금 이 자리를 지켜 내자!

 

 

 

 


박래백 장로는 공군사관학교와 미국 위스콘신주립대학교에서 교육과정을 마치고 아시아나 항공 수석기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국토부 위촉 운항자격 심사관이다. 현재 화평교회 시무장로이며, 17년째 가정교회 평신도지도자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