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16년 05월

기획1 * 자녀를 독립시킨 후 황혼을 함께하는 부부

기획 한태수 목사_ 은평성결교회

아프리카 짐바브웨 잠베지 강에서 선셋 크루즈를 하면서 보았던 황혼의 아름다움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사실 아프리카 선교 여정은 힘든 시간이었다. 비행기 타는 시간, 자동차를 타고 비포장도로 위를 달리는 시간,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 일, 땅에 풀을 깔고 바나나 잎사귀로 덮인 피그미족의 호텔에서 잠을 청하는 일 모두 힘겨운 시간이었다.
힘든 여정을 지내다 짐바브웨와 잠비아에 걸쳐 있는 빅토리아 폭포를 지나 잠베지 강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배를 타고 강을 지나가던 중 큰 바람이 몰아쳤다.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배 위에 있는 컵들과 물건들이 날아갈 정도로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비도 내렸다. 얼마 후 바람이 멈추고 하늘은 다시 맑아졌다.
황혼에 붉게 물든 저녁노을이 아프리카 정취와 어우러져 얼마나 아름답게 내게 다가오던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동에 빠져들었다. 떠오르는 아침 해의 찬란함도 아름답고, 중천에 떠 있는 해도 힘이 있다. 그러나 그날 느낀 저녁 해의 아름다움은 감동의 극치였다.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강까지 붉게 수놓은 모습, 강 주변 큰 나무들마저 아름다운 색깔들로 물들여 버린 황혼의 아름다움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슴 벅찬 감동을 안겨 줬다.


노년기, 부부만 남는 시기가 다가온다
오늘 내가 살아가는 하루는 나그네 인생길의 축소판이다. 태양이 떠오르더니 중천에 머물고 어느덧 서산으로 진다. 돌이켜 보면 순식간에 소년기, 청년기를 지나 중년, 그리고 노년기에 접어든다. 자녀들은 하나둘씩 가정을 떠나고, 언젠가는 부부만 남게 된다.
그때는 직장에서도 은퇴할 시기다. 남편은 경제권을 상실하고, 아내는 갱년기를 지나면서 오히려 남성 호르몬이 증가해 활동적으로 변한다. 자녀와 함께 살고 직장에 다닐 때에는 바빠서 별 문제가 없었는데, 부부만 남다 보니 예기치 못한 여러 가지 문제가 이 시기에 발생한다.
부부에게 함께해야 할 시간이 많아지는 것은 부부를 위한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반면 힘든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일터를 잃어버리고 삶의 패턴이 달라진 남편과 자신만을 위한 독립적 생활 패턴이 정착된 아내 사이에 갈등 요인이 생겨난 것이다.
아내 입장에서는 은퇴한 남편이 자신의 생활 속으로 끼어드는 것이 불편하다. 그러다 보면 한 방에서 자는 것도 서로 힘들어진다. 자칫 인생의 황혼이 먹구름으로 인해 어둡고 힘들어질 수 있다. 부부가 함께 있는 시간은 잘 활용하면 행복이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큰 불행이 되고 만다.


시니어 부부 시절을 어떻게 아름답게 물들일 것인가?
인생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잘 준비된 사람은 시니어 부부 시절을 행복하고 의미 있게 보내지만 그렇지 못한 부부는 황혼이 깊어갈수록 힘들어진다. 먹구름이 밀려와 잿빛 인생의 아픔과 고통 속에 빠져들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도 늦지는 않았다. 부부가 함께 인생의 황혼을 아름답게 물들여 갈 수 있는 기회는 남아 있다. 그 방법을 지금부터 배워 보자.
첫째, 경제, 건강, 영성을 미리 준비하라
아름다운 시니어 시절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녀들이 부모를 떠나기 전, 일터에서 은퇴하기 전에 남은 인생에 대한 설계도를 그리며 준비해야 한다. 부부가 홀로 남고 같이 지내야 할 때를 대비해 미리 그림을 그리며 준비하는 삶이 지혜롭다. 무엇보다도 경제적인 준비, 건강한 삶의 준비, 영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요즘은 자녀가 떠난 이후, 일터에서 은퇴한 이후에도 오랜 세월을 사는 장수시대다. 더 오랜 시간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좀 더 세밀하고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만이 황혼을 아름다운 만들 수 있다. 성도에게는 황혼을 더욱 아름답게 물들여야 하는 사명이 있다. 은퇴 후 30년 정도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연금이나 보험 등을 통해 경제적 자립을 준비해야 한다. 자식들이나 주변 사람의 도움 없이 시니어 부부로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미리 계산하고 준비해야 문제 없이 여유 있게 살 수 있다.
자칫 은퇴 후 할 일이 없어지고 삶의 패턴이 바뀌게 되면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오기 쉽다. 따라서 음식 조절과 적당한 운동을 통해 건강한 삶을 지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영적으로 타성에 빠지지 않도록 늘 깨어 준비함으로 황혼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세월이 지나 나이가 들수록 깊은 영성, 성령 충만함으로 준비돼야 새 힘을 얻을 수 있다. 가슴이 식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하나님께서 부르시는 순간까지 펄펄 끓는 믿음의 열정이 식지 않도록 평소에 그날을 준비하며 살면 행복한 황혼을 맞이할 수 있다.

둘째, 부부가 함께하기와 따로 하기의 균형을 맞추라
고목나무도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어린나무의 꽃도 아름답지만 고목나무에 꽃이 피면 어느 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 고목나무에서 피어난 꽃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자녀를 떠나보내고 직장에서 은퇴한 부부는 함께 있어야 할 시간이 많아진다. 이때 함께하는 여유로운 시간을 효과적으로 보내면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감정과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시니어 부부로서 살아가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훨씬 더 행복해질 수도 있고, 때론 더 불행해질 수도 있다. 이 시기는 동양적 사고로 볼 때 영글어가는 시기다. 과일나무가 잎사귀를 내고 꽃을 피우는 것은 열매를 맺기 위함이다. 시니어 부부 시절은 자칫 위기의 때일 수 있으나, 반면 새로운 인생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전에는 하지 못했던 것을 함께하면서 소통하고 깊은 관계를 갖다 보면 영글어가는 열매의 참 맛을 보게 된다. 시니어 부부는 인생의 값진 열매를 맺게 되는 감동의 순간이다.

셋째,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기 전 신앙의 절정을 이루라
시니어 부부는 함께 살날이 길지 않다. 언젠가는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이 먼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게 된다. 홀로 남는 사람은 힘든 세월을 보내게 된다.
특히 남편의 경우 더욱 힘들다. 남편들은 홀로 남게 되면 여러 가지로 불편하고 외로우며 힘들다. 그러나 홀로 남는 일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그때를 준비해야 한다. 준비된 이들은 홀로 남은 세월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다.
경제적으로 홀로 남은 때를 위해 준비해야 한다. 정신적으로도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 교제를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언제든지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자신을 내어놓아야 한다.
무엇보다 영적으로 하나님과 동행하는 준비가 돼 있어야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고, 허전함을 넘어설 수 있다. 깊은 영성 속으로 빠져 들어가 신앙의 깊이와 높이가 최고조에 달할 수 있도록 열심을 내야 한다.
신앙의 신기록을 갱신하는 일을 하다 하나님 품에 안기는 날이 인생 최고의 날이 될 것이다. 이처럼, 홀로 남게 될 때를 준비하고 그때를 의미 있게 보내다가 신앙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서로의 건강과 상처를 보듬어 주기
시니어 부부가 함께할 수 있는 일은 많다. 먼저 서로의 건강을 보살펴 주는 것이다. 또한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 가며 약점을 담당한다.
진지한 대화의 시간을 만들어서 서로의 깊은 생각들을 기탄없이 나눈다. 살아오면서 남아 있는 가슴 시린 상처와 찌꺼기까지 끄집어낼 수 있는 솔직한 시간들을 가지며, 서로의 쌓인 상처를 어루만져 준다. 함께 청소도 하고 식탁을 준비하기도 한다.
공동 취미생활을 만들어서 함께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행, 운동, 영화 보기 등을 함께하고, 지난 추억을 더듬어 보면서 사랑을 재충전하는 것이다. 또는 함께 떠나간 자녀들의 자녀 곧 손자 돌봐 주기, 깊은 영성에 빠져들기 등 여러 가지 일들을 함께하며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일들을 경험할 수도 있다.


각자의 생활공간 배려하기
사람은 누구나 홀로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같이 해야 할 일이 있고, 혼자 해야 할 일이 있다. 시니어 부부는 가능한 공통분모를 찾아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평생 밖에서 생활하던 남편과 집안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었던 아내의 생활 공간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시니어 부부의 해체 현상에서는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서로의 생활 공간 침해가 가장 큰 원인이다. 따라서 남편과 아내는 각자의 생활 공간을 보장해 줘야 한다. 
이렇게 홀로 있으면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고,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행복을 느낀다. 그동안 꼭 하고 싶었으나 못했던 일들을 찾아 느긋하게 즐기며 황혼을 아름답게 물들일 수 있다. 못 읽은 책들을 읽기도 하고, 생활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도 좋다. 악기 배우기를 포함한 음악 공부, 시니어용 자격증 취득 등을 통한 개인의 역량을 개발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결국 시니어 부부가 만들어 가는 행복은 지금 우리의 마음 태도에 달렸다. 언제나 자신을 바라보며 감사하고 타인을 향해 감탄하며, 주변 사람들을 칭찬하고 나눠 주기를 기뻐해야 한다. 또한 더불어 살아가는 삶 속에서 타인의 눈높이에 맞춰 살아갈 때 행복을 경험하게 된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일에 쓰임받게 되면 황혼은 더욱 아름답게 물들어 갈 것이다.
선교지에 가서 자신의 삶을 드리고, 물질로 도우며, 소외된 이들을 돕는 일은 매우 값진 의미 있는 일이다. 지금부터 황혼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시니어 부부의 삶을 위해 기도하고 준비하며 실천해 가도록 하자.





한태수 목사는 서울신학대학교와 감리교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풀러신학대학교에서 목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희망연대 상임대표, 카메룬 복음신학대학교 학장, 서울지역 CAL-NET 대표를 맡고 있으며, 은평성결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