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박희천 원로목사_ 내수동교회
새벽기도의 역사
한국 교회의 새벽기도는 한국전쟁 이전까지 목회자가 직접 인도하는 공적 예배로는 모이지 않았다. 성도들은 평일에는 자유롭게 예배당에 와서 개인적으로 기도하다가, 주일에만 목회자가 인도하는 새벽기도회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당시 평양의 신현(新峴)교회는 한국전쟁 전에도 담임목사인 이유택(李裕澤) 목사님이 매일 새벽기도회를 친히 인도하셨다. 그때 나는 1948년부터 1949년까지 평양신학교에 재학하면서 매일 새벽기도회에 참석해 영적 힘을 얻곤 했다.
한국전쟁 후 한국 교회는 나라를 위해 기도해야겠다는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던 상황이었다. 총회나 노회의 결의 없이, 각 교회마다 담임목사가 친히 인도하는 공적 새벽기도회를 가지기 시작해 오늘에 이른 것이다.
새벽기도의 필요성
그렇다면 성도의 신앙생활에서 새벽기도는 왜 필요한가? 나는 그 이유를 다섯 가지로 분류해 봤다.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새벽기도의 유익을 나누고자 한다.
첫째, 새벽기도는 예수님의 생활을 본받는 것이다.
성도들은 예수님의 생활을 본받는 생활을 해야 한다. 마가복음 1장 35절에는 “새벽 아직도 밝기 전에 예수께서 일어나 나가 한적한 곳으로 가사 거기서 기도하시더니”라고 기록돼 있다. 예수님께서는 새벽에 일어나 나가 한적한 곳에서 기도하는 생활을 하셨다. 예수님께서 새벽에 기도하신 것은 그런 생활이 필요하셨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수님의 생활을 본받는 성도가 되기 위해서는 예수님처럼 새벽기도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둘째, 새벽기도는 하나님께 정성(精誠)을 다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잠언 3장 9절에서 “네 재물과 네 소산물의 처음 익은 열매로 여호와를 공경하라”고 말씀하신다. 또 민수기 18장 12절에서는 ‘첫 소산’은 ‘제일 좋은 것’이라고 하셨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곡식 중에서 제일 좋은 첫 소산을 먼저 하나님께 바치라고 말씀하셨는데, 이와 연관해 하루의 첫 열매는 바로 새벽이다.
하루 시간 중에서 질적으로 제일 우수한 첫 열매인 새벽 시간을 하나님께 드린다는 것은, 위 말씀에 비춰 볼 때 제일 좋은 시간을 하나님께 드리는 일이다. 따라서 새벽기도는 하나님께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
하나님께 정성을 다하는 새벽기도는 한국 교회만 가진 전통이 아니다. 한국 사람이 아닌 고아의 아버지 죠지 뮬러도 잠언 3장 9절에 감동받아, 하루 생활의 첫 열매를 하나님께 바친다는 뜻으로 새벽기도 시간을 가졌다. 한국 교회 문화를 따르는 한국 사람이 아니더라도 하나님께 정성을 다하는 사람은 새벽기도를 가지기 마련이다.
셋째, 새벽기도는 실생활에서 유익하다.
어떤 기분과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하는가는 하루 생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좋은 기분으로 시작하면 그 좋은 기분이 하루 전체를 지배하고, 우울한 기분으로 시작하면 그 우울한 기분이 하루를 지배하게 된다.
강 상류에서 흐르는 폐수(廢水)는 지나는 곳의 모든 생물을 죽인다. 반면, 성전에서 흘러나오는 생수는 흐르는 곳마다 만물을 소성케 한다(겔 47:1~10). 하루를 폐수 같은 마음으로 시작하면 하루의 모든 생활이 폐수로 오염될 수밖에 없다.
반면, 하루를 생수로 시작하면 생수로 인해 하루의 모든 삶이 소생케 된다. 새벽에 기도와 성경의 생수로 하루를 시작하는 성도는 은혜의 생수로 인해 하루 전체가 되살아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을 날마다 경험한다. 새벽기도에서 특히 말씀으로 은혜받고, 은혜받은 생수의 심령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그 하루의 공부와 말씀 연구의 능률이 올라간다. 반면 새벽기도에서 말씀으로 은혜받지 못한 심령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그 하루의 공부와 연구에 능률이 오르지 못한다.
그러니 새벽기도 시간에 특히 말씀의 은혜를 받고, 하루를 시작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하루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넷째, 새벽기도는 하루 동안 죄를 범하지 않게 한다.
시편 119편 9절은 “청년이 무엇으로 그의 행실을 깨끗하게 하리이까 주의 말씀만 지킬 따름이니이다”라고 했다. 청년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죄 지을 확률이 가장 높은 연령층이다.
다른 연령층보다 죄 지을 확률이 가장 높은 청년이 무엇으로 그 행실을 깨끗케 할 수 있을까? 시인은 말씀을 따라 삼가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내가 주께 범죄하지 아니하려 하여 주의 말씀을 내 마음에 두었나이다”(시 119:11). 아담의 자손은 별 수 없다. 하나님의 말씀을 늘 마음속에 모시고 살아야만 죄를 범하지 않을 수 있다.
청년뿐만 아니라, 모든 성도는 성경으로 교훈받고, 책망받고, 그리고 바르게 돌아오는 삶을 살아야 한다(딤후 3:16). 이런 생활을 하지 않는 성도는 죄악의 길로 탈선하게 된다.
그런데 아침에 성경 한 절도 읽지 않고 하루를 시작하면, 시편 119편 9절과 디모데후서 3장 16절의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되니, 그 하루는 범죄의 하루가 되고 만다. 그러나 새벽에 기도하고 말씀을 읽어 말씀을 마음에 두고 하루를 시작하면, 그 하루는 시편 119편 9절과 디모데후서 3장 16절의 생활을 하게 돼 죄를 범하지 않게 된다. 나는 한참 노하기 쉬운 청년 시절에도 “노는 우매자의 품에 머무름이니라”(전 7:9)의 말씀을 마음에 두고 살아 10일 동안이나 화를 내지 않는 경험을 한 적도 있다.
다섯째, 새벽기도는 믿음을 자라게 한다.
성도의 믿음은 성경 말씀을 많이 먹어야 자라난다. 아무리 신앙 연수가 오래돼도, 성경 말씀을 먹지 못한 믿음은 자라날 수가 없다. 바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시간을 따로 떼어 성경을 읽기가 힘들다.
아침 출근 전 새벽 시간에 기도하고 성경 몇 장을 읽지 않으면, 하루 종일 성경 읽을 만한 특별한 시간이 할애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실생활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새벽에 읽는 몇 장의 성경 말씀을 통해 한국 교회 성도들의 믿음이 매일 자라날 것이다.
앞으로 우리 한국 교회 모든 성도가 새벽기도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느껴 귀한 믿음의 열매를 날마다 맺게 되기 바란다.
박희천 목사는 평양신학교에서 수학하고, 숭실대학교 영문과와 고려신학교,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교(Th.M.)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칼빈 신학교에서 수학했으며, 총회신학대학원에서 헬라어, 성경해석학, 설교학 강의를 했다. 표준성서번역위원과 내수동교회 원로목사로 있다.